
플래그풋볼 국가대표(2024년) 서가은. LA 올림픽 메달을 꿈꾼다. 전민규 기자
'미지의 스포츠' 플래그풋볼에 청춘을 '갈아 넣은' 여성이 있다. 그 주인공은 한국 플래그풋볼 여자 국가대표 서가은(28·랩터스)이다. 23일 서울 상암동 중앙일보에서 만난 서가은은 "플래그풋볼은 스포츠의 '블루오션(경쟁이 적은 유망한 시장)'이다. 노력에 따라 정상에 오를 가능성이 충분하단 뜻이다. 플래그풋볼에서 올림픽 금메달이 나올 수도 있다"고 자신했다.

구글 직원이었던 서가은은 플래그풋볼을 위해 퇴사했다. 사진 서가은 인스타그램

서가은은 상대 수비 5명을 제칠 때 짜릿함은 다른 스포츠에서 느낄 수 없는 플래그풋볼만의 매력이라고 했다. 전민규 기자
플랩풋볼을 처음 만난 건 지난해 5월이었다. 학창 시절 배구, 배드민턴, 농구 투포환, 원반던지기 등 각종 운동을 섭렵했던 그는 '올림픽에 나가고 싶다는 막연한 꿈'이 있었다. 플래그풋볼이 올림픽 종목으로 선정된다는 기사를 접하고 마음 한구석에 접어뒀던 열정이 다시 불타올랐다. 서가은은 "인터넷에 검색하니 한국에도 여성 플래그풋볼 클럽팀(랩터스)이 있었다. 그 길로 가입 신청하고 훈련해 참가했다"고 말했다. 서가은은 단 번에 플래그풋볼의 매력에 빠졌다. 주 3회 훈련도 부족했다. 다부진 체격(1m60㎝)에 순간 스피드(40m 5초대)가 강점인 서가은의 포지션은 공격수(러닝백)다.

공격수로 활약 중인 서가은. 서가은 인스타그램
'꿈의 직장도 그만두게 한 플래그풋볼의 매력이 뭐냐'고 묻자, 그는 "플래그풋볼은 공을 잡는 순간 동료들에게 패스하거나 도움을 받을 수 없는 룰이 있다. 혼자서 덩치가 훨씬 큰 수비 5명 사이를 돌파해야 한다. 달리기 시작할 때 느끼는 긴장감과 공격에 성공했을 때 짜릿함은 지금껏 다른 스포츠에선 느껴보지 못했다"며 웃었다. 이때부터 서가은은 플래그풋볼에만 집중했다. 주 6회 훈련에 개인훈련도 빼먹지 않았다.

서가은은 태극마크를 달았을 때 기쁨은 지금도 잊히지 않는다고 했다. 전민규 기자
☞플래그풋볼이란
미국 최고 인기 스포츠인 미식축구(아메리칸 풋볼)를 안전하게 변형한 종목이다. 과격한 몸싸움과 태클이 없는 게 미식축구와 가장 큰 차이점이다. 따라서 헬멧 등의 보호 장비도 없다. 전반적인 규칙은 미식축구와 유사하다. 다만 수비수가 상대 공격수의 옆구리에 달린 플래그(깃발)를 낚아채면 태클을 성공한 것으로 간주한다. 심한 신체 접촉이 일어날 경우 반칙이 주어진다. 한국에선 '순한 맛 풋볼'로도 불린다. 공을 든 공격수가 플래그를 상대에게 뺏기지 않고 상대 진영 끝까지 달리면 득점(터치다운, 6점)한다. 필드 골은 없다. 출전 선수 5명. 경기장도 가로 70야드, 세로 30야드로 풋볼 구장의 60~70% 크기다. 다양한 작전과 전술을 구사할 수 있어 '필드의 체스'로도 불린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