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수도 좋지 않은 상황이다. 최근 골드만삭스는 내년 한국 경제성장률 전망치를 2.2%에서 1.8%로 0.4%포인트나 내렸다. JP모건, 한국은행도 1%대 후반으로 예상한다. 이유는 “한국 경제의 성장 동력을 끌어올릴 상방 요인은 많지 않은데 하방 위험이 많다”(골드만삭스)는 것이다. 실제 이자가 비싼 ‘급전’을 쓰는 기업도 늘었다. 한국경제인협회가 시가총액 상위 50개 기업(공기업‧금융사 제외)의 분기보고서를 분석한 결과 지난 3분기 단기차입금(만기 1년 미만)은 20% 늘어난 83조원 수준이었다.
당장 생산이 중단되거나 수주가 취소되지는 않지만 신규 계약 수주에 미칠 부정적 영향은 피하기 어려워 보인다. 가전업계 관계자는 “글로벌 생산 거점을 통해 지역별로 공급망을 관리하고 있기 때문에 한국의 정치적 상황이 미치는 당장의 영향은 제한적이지만, 이런 상황이 장기화할 경우 기업들이 해외에서 영업하고 글로벌 기업들과 경쟁하는 데 도움이 되지는 않는다”라고 말했다.
반도체 등 국가전략기술에 대한 설비투자 세액공제의 일몰 기한도 2029년 말까지 연장하는 데 여야가 가까스로 합의했지만, 법안 통과가 무산될 위기다. 익명을 요구한 반도체 업계 관계자는 “탄핵 정국으로 가면서 반도체 산업 지원 논의가 올스톱되는 등 경제산업 정책이 표류하게 돼 큰 일”이라며 “일본도 정부 보조금으로 공장을 짓는 등 반도체 산업을 키우기 위해 각국 정부가 빠르게 움직이고 있는데, 우리는 정치적 변수 때문에 붕 떴다”며 허탈해했다.
석유화학업계도 고심이 깊다. 당장 정부의 ‘석유화학 경쟁력 강화 방안’ 실행 여부가 불투명하다. 산업통상자원부는 석유화학 업계와 함께 지난 4월산업 경쟁력 강화 방안 협의체를 출범하고 준비해왔다. 석유화학 기업 관계자는 “국무위원들이 사퇴하겠다고 한 상황에 뭘 할 수 있겠냐”며 “정부 지원 하에 산업 구조조정을 할 수 있는 마지막 기회인데 걱정이 크다”고 말했다. 자산을 매각하며 유동성을 확보하고 있는 석유화학 기업들은 환율 변수와 금융 비용 상승을 우려한다. 정유 업계는 환율을 예의주시하고 있다. 정유 업계 관계자는 “국내 정유사는 원유를 전부 수입하기 때문에 환율이 오르면 손해라 환율 불안에 따른 영향이 우려된다”고 말했다.
재계는 어떤 방향이든 빠른 정국 안정을 기대한다. 대통령과 국무위원들의 국정 공백 기간이 길수록 리스크도 커지기 때문이다. 허준영 서강대 경제학부 교수는 “기업들이 가장 우려하는 건 불확실성인데 현재 대내외 불확실성이 모두 극대화된 상황"이라며 “어느 쪽으로든 상황이 빠르게 정리되는 게 기업엔 도움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