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의원 투표권' 빼앗은 與…중진이 앞장서 민주주의 후퇴시켰다 [현장에서]

‘김건희 특검법’과 윤석열 대통령 탄핵소추안의 국회 본회의 표결이 예정된 7일 오후 5시. 운명의 시간이 임박해오자 국민의힘은 국회 본관 246호 의원총회에서 투표 전략을 두고 막바지 논의에 들어갔다. 특검법과 탄핵안에 당론으로 반대하기로 결정한 직후였다.

국민의힘 의원들이 7일 오후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의원총회가 끝난 뒤 나서고 있다. 이날 본회의에 상정된 윤석열 대통령에 대한 탄핵 소추안은 국민의힘 표결 불참에 따른 의결정족수(200명) 미달로 '투표 불성립'으로 투표 종료 선언됐다. 전민규 기자 / 20241207

국민의힘 의원들이 7일 오후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의원총회가 끝난 뒤 나서고 있다. 이날 본회의에 상정된 윤석열 대통령에 대한 탄핵 소추안은 국민의힘 표결 불참에 따른 의결정족수(200명) 미달로 '투표 불성립'으로 투표 종료 선언됐다. 전민규 기자 / 20241207

 
관건은 탄핵안 표결 방법이었다. 본회의장에서 반대투표를 하거나 투표 자체를 하지 않고 본회의장을 떠나는 방법을 두고 토론이 이어졌다. 대통령 탄핵안의 가결 요건은 ‘재적 의원 3분의 2(200명) 이상 찬성’이기 때문에 108명 여당 의원이 투표에 참여하지 않으면 투표 자체가 성립되지 않는 상황이었다. 

2016년 박근혜 전 대통령 탄핵안 표결을 경험한 주호영 의원이 중진의원들을 대표해 ‘투표 보이콧’을 제안했다. “당론 반대에 따른 단일대오”를 명분으로 내세웠지만, 누구나 다 알 듯 무기명 투표로 이뤄지는 표결에서의 이탈 위험을 줄이는 것이 진짜 목적이었다. 단체로 표결에 참석하지 않으면 이탈 위험을 아예 없앨 수 있다는 ‘봉쇄 효과’를 노린 것이다. 중진 의원들은 “함께 대통령을 탄핵하면 국민이 용서해줄 줄 알았는데 그게 아니었다”며 박 전 대통령 탄핵 당시의 경험을 들어 설득을 거들었다.

김재섭·김소희·김상욱 의원 등 초선 의원들을 중심으로 “지역구에서 떳떳하게 정치하고 싶다”, “표결 불참은 비겁하다”는 반대 의견도 있었다. 같은 무기명 투표지만, 특검법 재표결은 가결 기준(재적 의원 과반 출석, 출석 의원 3분의 2 이상 찬성 시 통과) 때문에 참석하고, 곧 이은 탄핵안 표결에만 불참한다는 것은 모순된다는 취지였다. 비밀 투표 원칙에 어긋난다는 지적도 나왔다.

이런 반대 의견에 원내지도부는 전체 의원을 대상으로 탄핵안 표결에 참여할지 의사를 물었고, 표결 참여 반대가 108명 중 99명으로 압도적 우세였다. 투표에 참여하자는 의원은 단 9명에 불과했다. 탄핵안 투표 보이콧에 나선 여당 의원들은 “국회의원은 국가 이익을 우선하여 양심에 따라 직무를 행한다”는 헌법 조문을, 보수 진영의 분열을 막겠다는 명분으로 바닥에 내팽개쳤다. 


 
먼저 상정된 김건희 특검법 표결을 마친 여당 의원 대부분은 표결 결과를 보지 않고 곧바로 본회의장을 떠났다. 민주당 관계자들이 본회의장 앞 로텐더홀을 점거한 탓에 정문이 아닌 옆문을 이용했다. 사방에서 민주당 관계자들이 “부역자”, “비겁자”라며 소리치는데도 이들은 아무 대꾸도 하지 못했다. 

당론에 반해 표결에 참석한 의원은 안철수·김예지·김상욱 의원 뿐이었다. 이들은 "헌법기관으로서 임무와 소신에 따라 충실히 투표했다”(안철수) ,"표결 후 ‘죽이네, 살리네’ 협박도 많았지만 국회의원 각각은 헌법 기관이다”(김상욱), "우리 당을 위해 국민의 목소리를 대변해야 한다"(김예지)고 했다. 굳은 얼굴로 도망치듯 본회의장을 떠난 나머지 국민의힘 소속 ‘헌법기관’ 105명의 초라한 모습과는 대조적이었다.  

국민의힘은 탄핵 찬성이 보수 궤멸로 이어진 2016년의 트라우마 때문에 어쩔 수 없는 선택이었다고 주장한다. 하지만 의원들의 투표할 권리까지 빼앗은 이번 선택에 대한 최종 성적표가 8년전 보다는 나을 것이라고 과연 누가 장담할 수 있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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