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기업 수장 인사가 ‘올 스톱’ 위기다. 가뜩이나 4월 총선을 계기로 뒤로 밀린 뒤 하반기 시동이 걸리나 싶었는데, 탄핵 정국으로 제동이 걸렸다. 공기업 수장의 최종 임명권자인 대통령이 사실상 업무 공백 상태로 들어가면서다. 산업통상자원부 산하 한 공공기관 관계자는 “후임 사장을 공모한 뒤 임원추천위원회 추천까지 수개월 전 마쳤는데도 부처로부터 진행 상황을 전달받지 못했다”며 “사장이 와야 임직원 인사도 탄력을 받고 새해 신사업도 추진할 수 있는데 중요 업무를 추진하는 데 어려움이 있다”고 말했다.
9일 공공기관 경영정보 공개시스템(알리오)에 따르면 한국공항공사·한국가스기술공사·한국에너지재단·대한법률구조공단·창업진흥원·강원랜드 등 최소 30곳 이상이 사장이 없는 상태다. 이들 공기업은 임기를 마친 사장이 자리를 그대로 지키고 있거나, 사장 직무대행이 업무를 대신하는 등 ‘임시’ 운영 체제를 가동하고 있다.
공공기관의 운영에 관한 법률(공운법)에 따르면 공공기관은 기관장 임기가 만료하기 2개월 전 임추위를 구성해야 한다. 통상적으로 기관장 선임은 ‘임추위 구성→후보자 공모→기재부 공공기관운영위원회(공운위) 심의→이사회 의결→주무부처 장관 제청→대통령 임명’ 절차를 밟는다. 하지만 임명권자인 대통령이 내란죄 수사를 받는 피의자 신분이라 적극적으로 인사를 하는 데 한계가 있다.
정부 부처가 ‘머리’라면 공기업·공공기관은 ‘손발’로 비유한다. 산업통상자원부의 원자력 발전 정책을 한국수력원자력이, 국토교통부 임대주택 공급 정책을 한국토지주택공사(LH)가 맡는 식이다. 기관장 인사를 뒤로 미루면 정부 역점 사업이 기능 부전(不全)에 빠질 수 있다.
그렇다고 인사를 적극적으로 밀어붙여도 부담이다. 2004년 노무현 전 대통령 탄핵 사태 당시에는 고건 대통령 권한대행이 헌법재판소 탄핵 기각 결정까지 공기업 인사를 뒤로 미뤘다. 박근혜 전 대통령 탄핵을 둘러싼 2016년 11월~2017년 4월 업무 공백기에는 황교안 당시 대통령 권한대행이 주도해 공공기관장 48명을 임명했다. 권한대행조차 불분명한 윤석열 정부가 공기업 기관장 인사에 속도를 낼 경우 정치적 논란이 있을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