관광공사 사장 1년째 공석…탄핵 정국에 공공기관장 인사 올스톱

한국관광공사는 수장이 자리를 비운 지 1년째다. 전임 김장실 사장이 총선 출마를 이유로 지난 1월 물러난 뒤 서영충 사장 ‘직무대행’ 체제다. 윤석열 대통령 측근인 강훈 전 대통령실 정책홍보비서관이 사장 공모에 나섰다가 논란 끝에 지난달 지원을 철회한 뒤 임용 절차가 밀렸다. 관광공사 관계자는 “탄핵 정국으로 세계 각국이 ‘여행 금지령’을 내려 대책을 시급히 마련해야 하는데 사장 임명이 차일피일 미뤄져 어수선하다”고 털어놨다.

공기업 수장 인사가 ‘올 스톱’ 위기다. 가뜩이나 4월 총선을 계기로 뒤로 밀린 뒤 하반기 시동이 걸리나 싶었는데, 탄핵 정국으로 제동이 걸렸다. 공기업 수장의 최종 임명권자인 대통령이 사실상 업무 공백 상태로 들어가면서다. 산업통상자원부 산하 한 공공기관 관계자는 “후임 사장을 공모한 뒤 임원추천위원회 추천까지 수개월 전 마쳤는데도 부처로부터 진행 상황을 전달받지 못했다”며 “사장이 와야 임직원 인사도 탄력을 받고 새해 신사업도 추진할 수 있는데 중요 업무를 추진하는 데 어려움이 있다”고 말했다.

9일 공공기관 경영정보 공개시스템(알리오)에 따르면 한국공항공사·한국가스기술공사·한국에너지재단·대한법률구조공단·창업진흥원·강원랜드 등 최소 30곳 이상이 사장이 없는 상태다. 이들 공기업은 임기를 마친 사장이 자리를 그대로 지키고 있거나, 사장 직무대행이 업무를 대신하는 등 ‘임시’ 운영 체제를 가동하고 있다.

김영희 디자이너

김영희 디자이너

 
공공기관의 운영에 관한 법률(공운법)에 따르면 공공기관은 기관장 임기가 만료하기 2개월 전 임추위를 구성해야 한다. 통상적으로 기관장 선임은 ‘임추위 구성→후보자 공모→기재부 공공기관운영위원회(공운위) 심의→이사회 의결→주무부처 장관 제청→대통령 임명’ 절차를 밟는다. 하지만 임명권자인 대통령이 내란죄 수사를 받는 피의자 신분이라 적극적으로 인사를 하는 데 한계가 있다.

정부 부처가 ‘머리’라면 공기업·공공기관은 ‘손발’로 비유한다. 산업통상자원부의 원자력 발전 정책을 한국수력원자력이, 국토교통부 임대주택 공급 정책을 한국토지주택공사(LH)가 맡는 식이다. 기관장 인사를 뒤로 미루면 정부 역점 사업이 기능 부전(不全)에 빠질 수 있다.


그렇다고 인사를 적극적으로 밀어붙여도 부담이다. 2004년 노무현 전 대통령 탄핵 사태 당시에는 고건 대통령 권한대행이 헌법재판소 탄핵 기각 결정까지 공기업 인사를 뒤로 미뤘다. 박근혜 전 대통령 탄핵을 둘러싼 2016년 11월~2017년 4월 업무 공백기에는 황교안 당시 대통령 권한대행이 주도해 공공기관장 48명을 임명했다. 권한대행조차 불분명한 윤석열 정부가 공기업 기관장 인사에 속도를 낼 경우 정치적 논란이 있을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