친한계는 격하게 반발했다. 한동훈 대표부터 이날 오전 ‘원내대표 추대’ 움직임에 대한 질문에 “중진 회의에서 결정할 수 있는 것이 아니고, 적절하지 않다”고 반대 입장을 명확히 했다. 신지호 전략기획부총장은 유튜브 방송에서 “추 전 원내대표가 비상계엄 발동 당시 석연치 않은 행위 등에 책임을 지고 물러났는데, 권 의원은 그날 뭘 했느냐”라며 “권 의원이 새 원내대표가 되면 ‘내란 동조당’ 프레임이 잡힐 것”이라고 말했다.
정작 친한계는 원내대표 후보를 구하는 것부터 어려움을 겪었다. 그간 친한계 원내대표 후보로 거론됐던 3선 김성원 의원은 “이번 원내대표 선거에 출마하지 않는다”고 밝혔다. 이날 후보 등록 마감을 10여 분 앞두고 최근 친한계와 닮은꼴 행보를 보인 4선 김태호 의원이 출마를 신청하면서 겨우 경선이 성사됐다. 김 의원은 이날 중앙일보에 “친한계의 출마권유는 없었다. 당내 변화 요구가 있고 이를 풀어가야 하는 과제가 있어 고민했다”고 말했다.
원내대표를 둘러싼 신경전이 치열한 건 향후 비상대책위원회 구성 권한을 원내대표가 갖기 때문이란 해석도 있다. 국민의힘 관계자는 “만일 당 지도부 공백 상태가 발생하면 당헌상 원내대표가 당 지도부 구성의 키를 쥐게 된다”며 “탄핵안 표결 등 향후 여러 일정 속에 지도부 교체 가능성이 있고, 조기 대선 가능성도 커진 만큼 주도권 싸움이 벌어진 것”이라고 말했다.
계파 간 이전투구는 이날도 계속됐다. 김건희 여사 팬카페 ‘건사랑’에는 이날 장 최고위원의 전화번호와 함께 “사퇴 권유를 날려 달라”는 공지가 올라왔다. 반한(反韓) 성향 유튜버가 “제가 한동훈·안철수·김예지·김상욱에 대한 징계요청서를 넣으려고 하니, 당사 1층에서 민원을 안 받는다고 막았다. 혹시 방법이 있을까 여쭤본다”고 친윤계 김민전 최고위원에게 문자로 요청하는 장면도 카메라에 포착됐다.
반대로 친한계 신 부총장은 유튜브에서 친윤계를 향해 “진짜 구제 불능”이라며 “위헌·위법한 비상계엄을 발동했으면, 최소한 자숙 모드는 유지해야 할 것 아니냐”고 고 비판했다. 양측의 이 같은 언쟁이 반복되자 여권 인사 사이에선 “정권이 다 무너지고 당도 난파선이 됐는데, 아직도 서로 선장이 되겠다고 권력 다툼만 벌인다”는 탄식도 나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