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일 두산에너빌리티는 “회사 내부의 신중한 검토 및 논의를 거쳐 현재 진행하고 있는 분할합병 절차를 중단한다”고 공시했다. 또 “지난 10월 21일 두산로보틱스와 (두산밥캣) 분할합병 변경 계약을 체결하였으나 이에 대한 해제 합의서를 체결했다”고도 밝혔다.
두산이 개편안을 포기하는 이유는 최근 일주일새 급락한 주가 때문이다. 두산 측은 이날 공시에서 “분할합병 승인을 위한 임시 주주총회를 앞두고 예상하지 못했던 외부 환경 변화로 인해 분할합병 당사 회사들의 주가가 단기간에 급격히 하락하여 주가와 주식매수청구가격 간 괴리가 크게 확대됐다”고 철회 이유를 밝혔다.
두산 측은 오는 12일 두산에너빌리티와 두산로보틱스 주총을 열고, 두산에너빌리티에서 두산밥캣을 떼어내 두산로보틱스의 자회사로 옮기는 분할·합병 계획에 대한 주주 동의를 구할 예정이었다. 그런데 지난 3일 비상계엄 사태 이후 두산에너빌리티 주가가 18% 하락했다.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3일 종가 기준 1주당 2만1150원이던 주가는 10일 1만7180원으로 떨어졌다. 두산에너빌리티가 제시한 주식매수청구가는 1주당 2만890원으로, 현재 주주들로선 당장 주식매수청구권을 행사하는 게 주당 21%(3710원)의 차익을 실현할 기회가 된 것이다. 이에 두산에너빌리티 2대 주주인 국민연금(6.85%)도 지난 9일 “주식매수청구가보다 주가가 높으면 분할합병에 찬성하겠다”며 ‘조건부 찬성’, 사실상 기권을 결정했다. 현재의 주가 수준으론 국민연금도 분할합병안에 찬성할 수 없다는 의미다.
주주들의 주식매수청구권 행사 규모가 커지면 두산 측의 자금 조달 어려움도 커진다. 두산은 당초 주식매수청구 규모를 최대 6000억원까지 보고, 보유 현금으로 대응할 예정이었다. 이 선을 넘으면 부족한 금액만큼 금융사에서 차입해야해 재무적 부담이 커지고, 합병 효과도 다시 따져야 한다. 증권업계 관계자는 “두산에너빌리티 시가총액이 11조원인데 주주 6%만 주식매수 청구에 나서면 한도액(6000억원)을 넘어 주총을 열 필요가 없다”라고 말했다.
지난 7월 한국수력원자력과 함께 우선협상대상자로 선정된 체코 두코바니 신규 원전 2기(24조원) 수주 확정도 불안해진 상황이다. 본계약은 내년 3월이다. 체코 원전 수주는 이번 정부가 외교적 성과로 꼽는 프로젝트로, 지난 9월 윤석열 대통령은 페테르 파벨 체코 대통령과 정상회담에서 “최종 계약까지 직접 챙기겠다”고 했었다. 원전 업계 관계자는 “지난 9일 체코 원전 협상단이 품질보증관리 체계 점검을 위해 방한했다”며 “불안정한 정국이 최종 계약에 어떤 영향을 미칠지 알 수 없다”고 말했다.
두산 측은 어렵게 재추진한 사업구조 개편 계획이 비상계엄 사태 영향으로 무산되자 당혹스러워 하는 분위기다. 이날 주주 서한을 통해 “현 상황이 너무도 갑작스럽고 돌발적으로 일어난 일이라 회사 역시 당장 본건 분할합병 철회와 관련하여 대안을 말씀드리기는 어려우나 추가 투자자금 확보 방안과 이를 통한 성장 가속화를 어떻게 달성할 것인지에 대해 신중한 검토를 통해 다양한 방안을 모색하겠다”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