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투자신탁운용은 11일 서울 여의도 콘래드호텔에서 빅테크·반도체 투자세미나를 열었다. 이날 발표자로 나선 마크 마하니 에버코어ISI 애널리스트는 “시장은 언제나 변동성이 있을 수밖에 없고, 우량 기업도 주가가 크게 하락할 수 있다”며 “시장 상황으로 주가가 내려간 ‘이탈한 우량주’를 매수하는 게 좋은 전략”이라고 했다. 월가에서 25년간 기술주 애널리스트로 활동한 마크 마하니는 국내에도 소개된『기술주 투자 절대원칙』의 저자이기도 하다.
마하니는 우량한 기술주를 고르는 자신만의 기준 3가지를 제시했다. 첫 번째는 급증하는 수요를 반영해 매출이 성장하는 기업이다. 그는 “구글이나 메타 등 우량 기술주의 공통점은 다른 기업보다 빠르게 매출이 성장한다는 점”이라며 “지금 당장 수익이 나지 않더라도 높은 매출 성장률을 몇년간 기록한다면 훌륭한 투자처가 될 수 있다”고 했다.
두 번째로는 비용 관리 등으로 영업 효율성을 높이는 기업이다. 마하니는 “아마존, 넷플릭스 등이 최근 기록적인 마진을 기록한 것은 엄격한 비용 관리와 효율성 중심 성장 전략 덕분”이라고 말했다. 세 번째 기준은 인공지능(AI)에 대한 투자 여부다. 그는 기존에 기업 분석에서 많이 사용하는 ‘투자수익률(ROI·Return on Investment)’ 대신 ‘AI 수익률(ROAI·Return on AI Investment)’이 기술주 투자에서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그는 “아마존, 구글, 메타는 AI에 2000억원 이상 투자했고, 점점 수익이 커지고 있다. 더 많은 사람을 고용하지 않고도 성장을 이뤄낼 수 있는 게 AI다”라고 했다.
그는 이런 기준으로 선정한 기업 중에서 아직 주가 상승 여력이 남은 종목으로 대형주 중에서는 우버와 아마존을 꼽았다. 중·소형주 중에서는 동남아시아의 모빌리티, 배달 서비스 기업인 그랩의 성장성이 높다고 했다.
마크 마하니에 이어 권석준 성균관대 화학공학·고분자공학부 교수는 AI 발전의 핵심인 반도체 산업의 변화를 주제로 발표했다. 권 교수는 “앞으로 단순한 AI 반도체칩이 아니라 고신뢰도와 연산 가속 능력을 가진 맞춤형 AI칩을 생산할 수 있는 국가, 기업에 수혜가 집중될 것”이라고 했다. 그는 지금까지는 AI칩을 많이 생산하는 TSMC와 같은 기업이 조명을 받았지만, 앞으로는 실제 AI와 연관돼 돈을 벌 수 있는 분야인 바이오·메디컬, 재생 에너지 등의 분야가 주목받을 것으로 내다봤다. 또 지금은 엔비디아와 오픈AI, TSMC, SK하이닉스로 구성된 연합체가 주도하고 있지만, 앞으로 다양한 연합체가 등장하면서 엔비디아 연합체에 대항할 것으로 전망했다.
배재규 한국투자신탁운용 대표는 “제조업 중심 산업 구조가 빅테크 중심으로 바뀌는 패러다임 전환이 일어났다”며 “빅테크 장기투자는 필수고, 지속 가능한 투자라고 본다”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