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대차와 베이징자동차의 합작법인인 베이징현대(BHMC)는 10억9546만 달러(약 1조5700억원)의 자본금을 확충한다고 12일 홍콩증권거래소에 공시했다. 증자 비용은 현대차와 베이징자동차(BAIC)가 절반씩 부담한다. 현대차는 “중국 소비자 취향에 맞는 제품을 더 많이 출시하고 수출 규모를 확대할 계획”이라며 “단기적으로는 베이징현대의 자본 안정성 유지, 장기적으로는 신기술 발전을 달성하는 게 목표”라고 설명했다.
이번 증자를 통해 현대차그룹은 중국 사업 전략을 전기차 중심으로 정비할 것으로 보인다. 내연차로는 전기차가 전체 자동차 시장의 50% 이상을 차지하는 중국에서 승부를 보기 어렵다고 보고 전략을 수정한 것이다. 2002년 중국에 진출한 현대차의 현지 시장 점유율은 2016년 정점(8%)을 찍은 이후 줄곧 하락세를 보이다 지난해엔 1.4%까지 떨어졌다. 2016년 한국 정부의 고고도미사일체계(THAAD, 사드) 배치 추진 이후 중국 내 ‘애국 소비’의 벽에 부딪혔고, ‘가성비’ 좋은 중국 전기차들과 경쟁에서 밀린 게 결정타였다.
시장조사기관 스태티스타에 따르면 중국 전체 자동차 시장 점유율(10월 기준) 1위는 전기차 업체인 BYD(14.4%)다. 폭스바겐(10.7%)이 2위고, 토요타(8.9%)와 혼다(6.8%)가 뒤를 잇고 있다. 이에 현대차는 1조 6000억원을 들여 지은 충칭 공장도 올해 초 3000억원에 매각하며 중국 철수설이 돌기도 했다. 한때 9곳에 달했던 베이징현대 공장은 현재 7곳이다. 이 가운데 한 곳(창처우)은 가동 중단 상태고, 또 다른 한 곳(옌칭)은 기아가 임차해 쓰고 있다.
자금을 수혈한 베이징현대는 2025년 현지에서 전기차 신 모델을 출시하겠다는 계획을 밝혔다. 2026년엔 전기차·하이브리드 등 친환경 차량 5종을 내놓는다. 현대차는 “‘세계를 향한 중국 공략’(In China for Global)이라는 전략에 따라 현지에 더욱 적합한 제품을 내놓을 것”이라며 “연태·상하이에 있는 R&D(연구개발) 센터 역량도 강화하고, 베이징현대가 생산하는 모든 제품은 글로벌 시장 수출을 지향한다”고 밝혔다. 중국에서 제조해 해외로 내보내는 중국 전기차들의 수출 전략에 현대차도 현지 법인을 통해 올라타겠다는 의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