中 철수설 돌던 현대차…현지서 전기차 생산해 BYD와 붙는다

지난 4월 베이징 오토쇼에 소개된 현대차의 N비전74. 신화통신=연합뉴스

지난 4월 베이징 오토쇼에 소개된 현대차의 N비전74. 신화통신=연합뉴스

현대자동차가 중국 시장에 다시 시동을 건다. 한때 철수설까지 돌던 중국 사업에 대해 8000억원을 추가로 투자해 현지에서 전기차를 생산할 계획이다.

현대차와 베이징자동차의 합작법인인 베이징현대(BHMC)는 10억9546만 달러(약 1조5700억원)의 자본금을 확충한다고 12일 홍콩증권거래소에 공시했다. 증자 비용은 현대차와 베이징자동차(BAIC)가 절반씩 부담한다. 현대차는 “중국 소비자 취향에 맞는 제품을 더 많이 출시하고 수출 규모를 확대할 계획”이라며 “단기적으로는 베이징현대의 자본 안정성 유지, 장기적으로는 신기술 발전을 달성하는 게 목표”라고 설명했다.

이번 증자를 통해 현대차그룹은 중국 사업 전략을 전기차 중심으로 정비할 것으로 보인다. 내연차로는 전기차가 전체 자동차 시장의 50% 이상을 차지하는 중국에서 승부를 보기 어렵다고 보고 전략을 수정한 것이다. 2002년 중국에 진출한 현대차의 현지 시장 점유율은 2016년 정점(8%)을 찍은 이후 줄곧 하락세를 보이다 지난해엔 1.4%까지 떨어졌다. 2016년 한국 정부의 고고도미사일체계(THAAD, 사드) 배치 추진 이후 중국 내 ‘애국 소비’의 벽에 부딪혔고, ‘가성비’ 좋은 중국 전기차들과 경쟁에서 밀린 게 결정타였다. 

시장조사기관 스태티스타에 따르면 중국 전체 자동차 시장 점유율(10월 기준) 1위는 전기차 업체인 BYD(14.4%)다. 폭스바겐(10.7%)이 2위고, 토요타(8.9%)와 혼다(6.8%)가 뒤를 잇고 있다. 이에 현대차는 1조 6000억원을 들여 지은 충칭 공장도 올해 초 3000억원에 매각하며 중국 철수설이 돌기도 했다. 한때 9곳에 달했던 베이징현대 공장은 현재 7곳이다. 이 가운데 한 곳(창처우)은 가동 중단 상태고, 또 다른 한 곳(옌칭)은 기아가 임차해 쓰고 있다. 

자금을 수혈한 베이징현대는 2025년 현지에서 전기차 신 모델을 출시하겠다는 계획을 밝혔다. 2026년엔 전기차·하이브리드 등 친환경 차량 5종을 내놓는다. 현대차는 “‘세계를 향한 중국 공략’(In China for Global)이라는 전략에 따라 현지에 더욱 적합한 제품을 내놓을 것”이라며 “연태·상하이에 있는 R&D(연구개발) 센터 역량도 강화하고, 베이징현대가 생산하는 모든 제품은 글로벌 시장 수출을 지향한다”고 밝혔다. 중국에서 제조해 해외로 내보내는 중국 전기차들의 수출 전략에 현대차도 현지 법인을 통해 올라타겠다는 의미다. 


2017년 12월 문재인 당시 대통령이 베이징현대 충칭공장을 방문했을 때의 모습. 현대차는 올해 1월 충칭공장을 매각했다. 중앙포토

2017년 12월 문재인 당시 대통령이 베이징현대 충칭공장을 방문했을 때의 모습. 현대차는 올해 1월 충칭공장을 매각했다. 중앙포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