트럼프 관세위협에 중·일·유럽 모두 골머리…한국만 손놓고 있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 당선자가 지난 7일(현지시각) 프랑스 파리 엘리제궁에서 에마뉘엘 마크롱 프랑스 대통령과 회동했다. 연합뉴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 당선자가 지난 7일(현지시각) 프랑스 파리 엘리제궁에서 에마뉘엘 마크롱 프랑스 대통령과 회동했다. 연합뉴스

미국의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 당선인이 무역수지 적자를 해소하기 위해 주요 교역국에 고율 관세를 부과하겠다고 예고한 가운데 타깃으로 거론되는 국가들은 각자도생에 나섰다.

12일 산업계에 따르면 중국은 정면 충돌을 준비하는 모양새다. 지난 4월 관세법을 개정하면서, 보복 관세로 대응할 수 있는 법적 근거를 마련했다. 이달 들어 중국이 반도체 제조 등에 쓰이는 4대 희소금속을 미국에 수출하는 걸 금지하고 미국 반도체 기업인 엔비디아에 대해 반독점법 위반 혐의로 조사를 벌이기 시작한 걸 두고선 블룸버그통신이 10일(이하 현지시각) “무역전쟁에 대비해 협상 카드를 쌓는 것”이라고 분석했다. 또한 중국은 무역 갈등을 겪던 다른 국가에 손을 내밀고 있다. 화력을 미국에 집중하기 위한 것으로 풀이된다. 이달 3일 호주산 쇠고기 수입 금지 조치를 완전히 해제한 게 대표적 사례다. 유럽연합(EU)도 보복 관세 카드를 만지고 있는 강경파에 속한다.

멕시코는 강온양면 전략을 펼치는 것으로 분석된다. 트럼프 당선인이 지난달 26일 고율 관세 부과에서 예외를 적용 받을 수 있는 조건으로 ‘펜타닐 등 마약류와 불법이민 유입 차단’을 내걸자, 멕시코 정부는 이달 4일 “펜타닐 1100㎏(2000만명 동시 투약량)을 압수했다”고 밝혔다. 전날에는 국경을 넘어 미국으로 불법 이민을 시도하던 5200여명을 체포했다고 밝히기도 했다. 다른 한편으로 클라우디아 셰인바움 멕시코 대통령은 지난달 26일 기자회견을 열고 “관세가 하나 부과되면 이에 대한 반응으로 다른 관세 조처가 올 것”이라고 보복 관세 가능성을 내비치기도 했다. 캐나다도 비슷하다. 쥐스탱 트뤼도 캐나다 총리는 지난달 29일 트럼프 당선인의 자택을 찾아가 읍소했다가 지난 9일엔 자국 행사에서 보복 관세 가능성을 시사했다.

박경민 기자

박경민 기자

 
일본과 대만은 온건파다. 대만은 미국산 무기 구매를 확대하고 중국 내 생산시설을 미국으로 이전하는 등 미국으로 투자 확대를 검토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일본의 경우 한국석유공사는 지난달 27일 보고서를 내고 “트럼프 2기를 맞이해 미국산 LNG(액화천연가스) 수입을 크게 늘릴 계획”이라고 분석했다. 장상식 한국무역협회 동향분석실장은 “각국은 ▶국력 ▶미국과의 경제적 상호의존성 ▶다자간 협정 여부 ▶정치·외교적 관계 ▶내부 정치적 요인 등에 따라 고유의 전략을 펼치고 있다”고 진단했다.

문제는 한국이다. 산업통상자원부는 지난달 말까지 “미국산 원유나 LNG 등 수입을 늘릴 수 있다”는 온건책을 중심으로 다양한 전략을 준비해왔다. 그러나 이달 3일 윤석열 대통령의 비상계엄·해제 사태에 이은 탄핵 정국이 펼쳐지면서 혼란에 휩싸였다. 김동수 산업연구원 선임연구위원은 “이런 상태에서 차기 미국 정부가 내년 1월20일 출범하고 본격적으로 협상을 하면, 평상시였을 때보다 더 많은 걸 내줄 위험이 있다”고 우려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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