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2·3 비상계엄 사태’ 당일 군이 현직판사에 대한 위치추적을 경찰에 요청했다는 13일 중앙일보 보도와 관련, 대법원이 “사실이라면 사법권에 대한 중대한 침해”라는 입장을 냈다. 대법원은 이날 “비상계엄 선포 당시, 야당 대표에 대한 특정 재판에서 무죄를 선고한 현직 판사도 체포하려 하였다는 보도가 있었다”며 “만약 이러한 내용이 사실이라면 이는 사법권에 대한 직접적이고 중대한 침해로서 심각한 우려를 금할 수 없다”고 밝혔다.
이날 본지 기사에는 조지호 경찰청장이 국가수사본부 특별수사단 조사에서 “지난 3일 계엄 선포 직후 여인형 국군방첩사령관으로부터 정치인 등 15명 가량의 위치를 추적해 달라는 요청을 받았으며 그 중에는 김동현이라는 현직 판사도 있었다”는 취지로 진술했다는 내용이 담겼다. 조 청장이 여 사령관으로부터 위치 추적 대상 명단을 듣다가 생소한 이름이 있어서 “누구냐”고 물으니,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의 위증교사 혐의 무죄를 선고한 판사”라는 답변을 들었다고 한다. 이같은 보도에 대법원이 공식 입장을 밝힌 것이다. 대법원은 “법치국가에서 절대 발생하여서는 안 될 일로서, 이에 대한 신속한 사실 규명과 엄정한 법적 책임이 따라야 할 사안임을 밝힌다”고 했다.
천대엽 법원행정처장은 지난 6일 국회 법사위에서 비상계엄 선포 당시 체포 대상에 김명수 대법원장과 권순일 전 대법관 등이 포함됐다는 보도와 관련해서도 “사실이라면 도저히 납득이 가지 않는 부적절한 조치”라고 지적했다.
중앙지법 “지시만으로도 헌법 권력분립 중대 훼손 행위”
‘현직 판사 체포 지시’ 사실에 일선 법관들도 동요하는 모습을 보였다. 한 지방법원 판사는 13일 법원 내부망 코트넷에 ‘윤석열은 김동현 판사와 사법부, 그리고 대한민국에 사죄하라’는 글을 올려 ”법과 양심에 따라 재판한 판사는 계엄군의 체포 대상이 될 수 없다. 위헌, 위법하고 무도한 비상계엄은 사법을 겁박하여 무너뜨리려고 시도했다”며 비판했다. 다른 한 법관도 “전직 대법원장, 대법관 체포 지시도 놀랍긴 했지만 특정 1심 재판을 이유로 현직을 체포 대상에 올린 건 선을 넘은 것 아닌가”라며 놀라움을 표시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