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장기조직기증원은 한영광씨가 최근 순천향대부천병원에서 뇌사장기기증으로 5명의 생명을 살렸다고 13일 밝혔다. 한씨는 늦은 귀갓길에 낙상 사고로 쓰러진 뒤 병원으로 옮겨졌지만, 의식을 회복하지 못했다. 결국 그는 뇌사 상태에서 심장·폐·간·신장을 기증하면서 다른 이에게 새 생명을 줬다.
경기도 부천에서 1남 1녀 중 막내로 태어난 한영광씨는 평소 어려운 사람 돕기에 나섰고, 헌혈도 꾸준히 이어가는 등 봉사와 나눔을 실천하며 살았다. 또한 한씨는 외향적이고 사람들을 챙기는 걸 좋아해 늘 주변에 사람이 많았다. 가족들에 대한 사랑도 컸다. 회사 월급을 받으면 본인 옷보다 어머니 옷을 사드리고, 아버지 차도 바꿔드리겠다며 돈을 모아왔다. 가족들은 이런 한씨라면 마지막 순간 누군가를 살리는 좋은 일 한다면 기뻐했을 거란 생각에 기증을 결심했다.
젊은 나이에도 한씨 장례식엔 500여명의 친구와 지인이 찾아와 떠나는 길을 배웅했다. 가족들은 장기기증 후 국가에서 지원받은 장제비 등에 돈을 더 보태 1000만원을 어려운 이웃들에게 기부했다.
한씨의 어머니 홍성희씨는 "너라면 삶의 끝에서 누군가를 살렸다고 하면 잘했다고 응원하지 않을까 생각해. 다시 만날 그 날을 생각하며 하루하루 잘 이겨낼게"라며 눈물을 흘렸다. 한씨 누나 한아름씨는 "네가 이 세상에 없다는 게 꿈만 같지만, 여전히 우리는 마음으로 연결돼 있다고 생각해"라면서 "네가 남긴 사랑은 누군가의 몸속에서 살아 숨 쉬고 있잖아"라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