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기기증' 30살 청년, 5명 살리고 떠나…장제비 등 1000만원 기부

뇌사장기기증으로 5명 살리고 떠난 한영광씨. 사진 한국장기조직기증원

뇌사장기기증으로 5명 살리고 떠난 한영광씨. 사진 한국장기조직기증원

갑작스러운 사고로 뇌사에 빠진 30살 청년이 장기기증으로 5명을 살리고 떠났다. 평소 헌혈과 봉사로 나누는 삶을 살아온 그는 마지막 길에도 1000만원을 기부했다.

한국장기조직기증원은 한영광씨가 최근 순천향대부천병원에서 뇌사장기기증으로 5명의 생명을 살렸다고 13일 밝혔다. 한씨는 늦은 귀갓길에 낙상 사고로 쓰러진 뒤 병원으로 옮겨졌지만, 의식을 회복하지 못했다. 결국 그는 뇌사 상태에서 심장·폐·간·신장을 기증하면서 다른 이에게 새 생명을 줬다.

경기도 부천에서 1남 1녀 중 막내로 태어난 한영광씨는 평소 어려운 사람 돕기에 나섰고, 헌혈도 꾸준히 이어가는 등 봉사와 나눔을 실천하며 살았다. 또한 한씨는 외향적이고 사람들을 챙기는 걸 좋아해 늘 주변에 사람이 많았다. 가족들에 대한 사랑도 컸다. 회사 월급을 받으면 본인 옷보다 어머니 옷을 사드리고, 아버지 차도 바꿔드리겠다며 돈을 모아왔다. 가족들은 이런 한씨라면 마지막 순간 누군가를 살리는 좋은 일 한다면 기뻐했을 거란 생각에 기증을 결심했다.

젊은 나이에도 한씨 장례식엔 500여명의 친구와 지인이 찾아와 떠나는 길을 배웅했다. 가족들은 장기기증 후 국가에서 지원받은 장제비 등에 돈을 더 보태 1000만원을 어려운 이웃들에게 기부했다.

한씨의 어머니 홍성희씨는 "너라면 삶의 끝에서 누군가를 살렸다고 하면 잘했다고 응원하지 않을까 생각해. 다시 만날 그 날을 생각하며 하루하루 잘 이겨낼게"라며 눈물을 흘렸다. 한씨 누나 한아름씨는 "네가 이 세상에 없다는 게 꿈만 같지만, 여전히 우리는 마음으로 연결돼 있다고 생각해"라면서 "네가 남긴 사랑은 누군가의 몸속에서 살아 숨 쉬고 있잖아"라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