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尹탄핵 이탈 8표 이상' 권성동도 부정 않았다…가결 대비하는 與

권성동 국민의힘 신임 원내대표가 13일 오후 국회에서 기자간담회를 하고 있다. 전민규 기자

권성동 국민의힘 신임 원내대표가 13일 오후 국회에서 기자간담회를 하고 있다. 전민규 기자

국민의힘이 14일로 예정된 윤석열 대통령 탄핵소추안 본회의 표결 전에 의원총회를 열고 당론을 다시 정하기로 했다. 탄핵 찬반과 표결 참여 여부를 재논의하겠다는 것이다. 권성동 원내대표는 13일 기자간담회에서 “14일 오전 10시 의총에서 의원 108명의 뜻을 모아 최종 결정하겠다”며 “현재 탄핵 반대가 당론이지만, 당론이라는 것은 의원들이 상의해 결정하는 것”이라고 말했다. 7일 1차 탄핵안 표결 땐 여당 의원들이 본회의장에서 집단 퇴장했고, 안철수·김상욱·김예지 의원만 표결에 참여했다.    

당내에선 탄핵 반대 당론은 유지하되, 표결은 자율 투표에 부치는 방안을 유력하게 본다. 13일 4선 이상 중진회의에서도 “수십명의 우리 당 의원들이 투표에 참여하겠다는데, 어떻게 막겠나”라는 의견이 나왔다고 한다. 5선인 권영세 의원은 중진회의가 끝난 뒤 “본회의 투표 참여 부분은 (기존 집단 퇴장에서) 바뀔 가능성이 클 것”이라고 말했다.

김상욱 국민의힘 의원이 13일 오전 국회 본청 앞에서 윤석열 대통령 탄핵찬성을 촉구하는 1인시위를 하고 있다. 김성룡 기자

김상욱 국민의힘 의원이 13일 오전 국회 본청 앞에서 윤석열 대통령 탄핵찬성을 촉구하는 1인시위를 하고 있다. 김성룡 기자

국민의힘은 탄핵안 가결을 상수(常數)로 놓고, 이후 대응을 고심하는 분위기다. 이날 기준으로 국민의힘에서 탄핵에 찬성하겠다고 공개적으로 밝힌 의원은 조경태·안철수·김상욱·김예지·김재섭·진종오·한지아 의원 7명이다. 이날 추가로 찬성 의사를 밝힌 의원은 없었지만, 탄핵 방어 마지노선인 ‘당론 이탈 8표’는 이미 무너졌다는 게 중론이다. 익명을 원한 친한계 의원은 “14일 표결에서 찬성표를 던질 것”이라며 “같은 생각인 동료 의원이 꽤 있다”고 전했다. 김상욱 의원은 이날 국회 본관 앞에서 ‘탄핵 찬성, 보수의 배신자 윤석열’이라고 적힌 피켓을 들고 1인 시위를 했다. 여당 분위기가 바뀐 건 한동훈 대표가 12일 ‘탄핵 찬성’으로 선회하고, 비상계엄 선포의 정당성을 설파한 윤 대통령의 12일 담화가 부정적 기류를 키운 점 등이 작용한 것으로 보인다.

권 원내대표도 탄핵 가결로 쏠리는 당 분위기를 부정하지 않았다. 그는 이탈표가 8표 이상 나올 가능성에 대해 “그렇게 예상하는 사람이 많은 것으로 안다”고 말했다. 또 윤 대통령이 내년 2월 이후 하야하는 당 정국안정 TF의 ‘질서 있는 퇴진안’에 대해서도 “폐기됐다고 보는 게 맞고, 한 대표도 그렇게 생각하는 것으로 안다”고 말했다.

친윤계도 탄핵안 가결 이후를 내다보고 있다. 한 친윤계 의원은 통화에서 “윤 대통령도 ‘탄핵하든 수사하든 당당히 맞설 것’이라며 헌법재판소 탄핵 심리에 대비하겠다는 뜻을 밝히지 않았나”라며 “이젠 탄핵안 가결 이후의 정국을 대비할 때”라고 말했다.


12일 국회에서 열린 국민의힘 의원총회에서 한동훈 대표가 이날 오전 윤석열 대통령의 담화 내용에 대해 비판하자 한 의원이 일어나 거칠게 항의하고 있다. 전민규 기자

12일 국회에서 열린 국민의힘 의원총회에서 한동훈 대표가 이날 오전 윤석열 대통령의 담화 내용에 대해 비판하자 한 의원이 일어나 거칠게 항의하고 있다. 전민규 기자

하지만 실제 탄핵안이 통과되면 여당 내 후폭풍이 만만찮을 것으로 보인다. 당장 친윤계 일부가 한 대표 사퇴론을 주장할 가능성이 있다. 친윤계 중진 의원은 “탄핵안이 넘어가면 당에 내란 수준의 혼란이 생길 우려가 있다”고 말했다. 이 의원은 12일 당 의원총회에서 한 대표와 친윤계가 신경전을 벌인 것을 언급하며 “쉬쉬하던 갈등이 공식화됐으니 더 노골적인 장면이 연출될 것”이라고 말했다.

한 대표는 최근 주변에 “내가 사퇴하는 일은 전혀 없다”고 일축했다고 한다. 당 관계자는 “위헌적인 비상계엄을 선포한 건 윤 대통령이고, 한 대표는 비상계엄을 즉각 해제시키는데 동참하고 윤 대통령의 조기 퇴진을 일관되게 요구해왔다”며 “탄핵안이 통과됐다고 한 대표가 물러나라는 건 황당한 얘기”라고 지적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