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의원이 “외교부 장관에게만 그런 문서를 줬느냐”고 묻자 조 장관은 “다른 분은 모르겠다. ‘재외공관’이라는 단어만 기억난다”며 “상세한 게 아니고 서너 줄 줄글처럼 되어있어서 (자세한 내용은) 기억을 못 한다”고 덧붙였다. 조 장관은 문건을 현재 갖고 있는지 여부에 대해 “들고 나오지도 않고, 놓고 나와서 갖고 있지도 않다”고 말했다
잠시 뒤 최상목 경제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이 비슷한 상황을 전했다. 고민정 민주당 의원과의 질의응답 과정에서 “대통령이 계엄을 발표하고 들어오셔서 갑자기 저한테 ‘참고하라’고 접은 종이를 주셨다”며 “옆의 참모가 (건네받아) 줬는데, 자료가 접혀 있었다”고 말했다. 최 부총리는 “당시에는 경황이 없어서 주머니에 넣었다. 회의가 끝날 때쯤 내용을 확인했다”고 덧붙였다. 이어 ‘비상계엄 상황에서 재정자금 유동성 확보를 잘하라’는 내용이 기억난다며 “한두 개 (문장) 정도 글씨가 써 있었다. (자료를) 폐기하지는 않았다”고 말했다.
야당은 두 국무위원의 진술이 “계엄의 형식을 빌린 비상조치”라는 윤 대통령 주장과 배치된다고 공세했다. 고 의원은 “경고성 계엄을 한 거면 이렇게 체계적으로 지시 사항이 담겨 있는 문건을 줄 리 만무하다”며 “대통령은 (계엄을) 금방 끝낼 생각이 없었다. 외교·경제에 대한 복안이 이미 머릿속에 있었고, 문건까지 작성해 해당 장관에게 배포했다”고 말했다.
이날 질의에서는 윤 대통령이 독단적으로 계엄을 진행했다는 취지의 진술이 이어졌다. 한덕수 국무총리가 ‘비상계엄 선포 직전 열린 국무회의에서 선포 건의가 총리를 거쳤나’라는 이재정 의원 질의에 “전혀 알지 못했고 저를 거치지 않았다”고 답했다. 계엄법 제2조는 ‘국방부 장관 또는 행정안전부 장관은 계엄 사유가 발생한 경우 국무총리를 거쳐 대통령에게 계엄의 선포를 건의할 수 있다’고 규정한다.
한 총리는 ‘계엄 국무회의에 부서(국무위원의 서명)했느냐’(조정식 민주당 의원)는 질문에도 “안 했다”고 답했다. 이어 “저한테는 워낙 보고가 없었기 때문에 부서(副署)를 거치면 합법이라든지, 합법이 아니라든지 하는 것은 말할 필요도 없는 상황이었다”며 “모든 국무위원이 반대하고 걱정했다”고 말했다.
조 장관도 “대통령이 계엄을 발표하러 간다고 해서 제가 자리에서 일어나 ‘재고해 주십시오’라고 간곡히 만류를 드렸지만 (대통령이) ‘상황이 이미 다 종료됐다. 급박해서 더 이상 무를 수 없다’고 그러시면서 발표하러 나가셨다”고 당시 상황을 전했다.
전날 윤 대통령의 대국민담화와 관련한 질의도 이어졌다. 한 총리는 담화 발표를 사전에 알았는지에 대해 “미리 알고 있지 못했다”고 밝혔다. ‘오늘까지 윤 대통령과 통화한 적이 있느냐’는 양부남 민주당 의원의 질의에 “한두 번 했다. (통화 시기와 내용을) 제가 공개하는 것은 적절하지 않다”면서 한 말이다.
민주당 의원들은 윤 대통령이 담화에서 비상계엄 선포 이유로 든 ‘부정선거’와 관련해서도 노태악 선관위원장에게 질의했다. 노 위원장은 “부정선거에 대한 대통령 입장에 대해 상당히 충격적으로 받아들이고 있다”며 “(계엄군 행위에) 아무런 근거가 없다”고 말했다. 계엄군 시도가 위법·위헌이냐는 질문에는 “전혀 의문의 여지가 없다”고 했다.
이날 국회 본회의에는 윤 대통령에 대한 두 번째 탄핵소추안이 보고됐다. 전날 민주당 등 야6당이 공동발의한 탄핵안이다. 이날 국회의장은 14일 오후 4시 국회 본회의를 열고 탄핵안 표결을 진행하겠다고 여야에 알렸다. 민주당 의원들은 이날 질의하는 국민의힘 의원들을 향해 “탄핵에 찬성하라”고 소리쳤다.
이런 가운데 국민의힘 의원들은 “민주당이 가짜뉴스로 여당을 매도하고 있다”고 주장했다. 박준태 국민의힘 의원이 계엄 당일 국민의힘 의원들의 동선을 상세하게 설명하며 “당일 밤 국회가 전면 통제돼 국회로 진입할 수 없었다. 표결이 앞당겨지면서 당사에서 표결을 위해 대기하고 있던 국민의힘 의원들이 참여할 기회조차 없었다”고 주장했다.
김장겸 국민의힘 의원은 “이번 비상계엄 사태로 국민 여러분께 큰 심려를 끼쳐 집권여당 의원으로서 사죄드린다”면서도 “마치 정의의 심판관인 양 행동하는 민주당과 이재명 대표는 과연 이 사태에 책임이 없다고 할 수 있나”고 반문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