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동훈 "탄핵 찬성 후회 않는다"…당대표 146일만에 사퇴

한동훈 국민의힘 대표는 16일 "최고위원들의 사퇴로 최고위원회가 붕괴돼 더이상 당 대표로서 임무수행이 불가능해졌다"며 "국민의힘 당대표직을 내려놓는다"고 밝혔다. 지난 7·23 전당대회에서 대표로 선출된 이후 146일 만에 사퇴하는 것이다.

한 대표는 이날 오전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비상계엄 사태로 고통받으시는 모든 국민들께 진심으로 죄송하다"고 고개를 숙이며 이같이 밝혔다.

한동훈 국민의힘 대표가 16일 오전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기자회견에서 인사하고 있다. 강정현 기자

한동훈 국민의힘 대표가 16일 오전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기자회견에서 인사하고 있다. 강정현 기자

 
그는 "2024년 선진국 대한민국에 계엄이라니 얼마나 분노하시고 실망하셨겠나"라며 "탄핵으로 마음 아프신 우리 지지자분들께 많이 죄송하다"면서 다시 한번 고개를 숙였다.

이어 "그런 마음 생각하면서 탄핵이 아닌 이 나라의 더 나은 길을 찾아보려 백방으로 노력했지만 결국 그러지 못했다"며 "모두가 제가 부족한 탓이다. 미안하다"고 말했다.  

한 대표는 "국민의힘은 12월 13일 밤 당 대표와 의원들이 국민과 함께 제일 먼저 앞장서서 우리 당이 배출한 대통령의 불법계엄을 막아냈다. 헌법과 민주주의를 지켰다"며 "저는 그것이 진짜 보수의 정신이고, 제가 사랑하는 국민의힘 정신이라고 생각한다"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우리가 부정선거 음모론자들, 극단적 유튜버들같은 극단주의자들에 동조하거나 그들이 상업적으로 생산하는 공포에 잠식당한다면 보수에 미래가 없을 것"이라고 했다.

한 대표는 "그날 밤 계엄을 해제하지 못했다면 다음 날 아침부터 거리로 나온 우리 시민과 우리 젊은 군인들 사이에 유혈사태가 벌어졌을 수도 있다"며 "그런 일을 막지 못할까봐 너무나도 두려웠다"고 떠올리기도 했다.

그는 "아무리 우리 당에서 배출한 대통령이 한 것이라도 우리가 군대를 동원한 불법계엄을 옹호하는 것처럼 오해받는 것은 산업화와 민주화를 동시에 해낸 이 위대한 나라와 그 국민을, 보수의 정신을, 우리 당의 빛나는 성취를 배신하는 것"이라고 말했다. 

또 "그제 의총장에서 일부 의원들의 격앙된 사퇴 요구를 받고 나올 때 어느 젊은 기자 한 분이 제가 당대표에서 쫓겨나는 이유가 된 이번 탄핵 찬성을 후회하느냐고 물었다"며 "잠깐 동안 많은 생각들이 인생에서 많은 장면들이 스쳐갔다. 마음 아프신 우리 지지자분들 생각하면 참 고통스럽지만 여전히 후회하지 않는다"고 했다.

"계엄 잘못이라 해서 이재명 혐의 정당화 안돼"

그는 "저는 어떤 일이 있어도 대한민국과 주권자인 국민을 배신하지 않기로 약속했기 때문"이라며 "하지만 계엄이 잘못이라고 해서 민주당과 이재명 대표의 폭주와 범죄 혐의가 정당화되는 것은 절대 아니다. 이재명 대표 재판 타이머는 멈추지 않고 가고 있다. 얼마 안 남았다"고 했다. 

한 대표는 "국민들께 감사드린다. 비판해주신 국민들께도 감사드린다. 당원 동지들과 우리 당직자들께도 감사드린다"며 "나라가 잘됐으면 좋겠다. 고생 많으셨다"고 마지막 인사를 했다.

한 대표는 기자회견 뒤 국회 앞에서 자신의 이름을 연호하는 지지자들에게 "저를 지키려고 하지 마시라. 제가 여러분을 지키겠다"고 말하며 위로했다. 지지자들은 울먹이며 한 대표에게 "제가 지키겠다", "대표님 하고싶은거 다 하시라"고 외쳤다. 한 대표는 "저는 포기하지 않는다"고 인사한 뒤 준비된 차량을 타고 국회를 떠났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