얼굴 감각 담당 신경 이상이 원인
안면·턱 극심한 발작성 통증이 특징
신경과·신경외과 진료 먼저 받아야
당연히 삼차신경통이라 의심하는 경우는 드물다. 치과 질환이나 극심한 두통으로 잘못 아는 경우가 많고, 오진되는 사례도 더러 있다. 더구나 삼차신경통은 요즘처럼 쌀쌀한 날씨에 더욱 심해지기 쉬워 주의가 필요하다.
삼차신경통은 생소할 수 있는 질환이다. 간단히 말하면 삼차신경에 생기는 신경통이다. 삼차신경은 12가지의 뇌신경 중 얼굴의 감각을 담당하는 5번째 신경에서 세 갈래로 나누어져 있는 신경을 말한다. 이 세 갈래는 안구 신경과 저작 근육을 컨트롤하는 상악(위턱)신경, 하악(아래턱)신경이다. 이 삼차신경에 이상이 생겨서 발생하는 통증이 바로 삼차신경통이다.
따라서 통증은 주로 이들 신경이 작동하거나 자극받을 때 생긴다. 보통 세수하거나 음식물을 씹거나 양치질할 때 잘 생기고, 면도하거나 하품을 하다가 통증을 느끼기도 한다. 얼굴을 가볍게 스치는 것만으로도 통증이 유발될 수 있다. 한림대강남성심병원 신경과 안소현 교수는 “삼차신경통 환자들은 날카로운 송곳이나 칼로 찌르는 것 같다거나 감전된 것 같다고 표현한다”며 “식사할 때나 세수할 때 등 일상생활을 하다 통증을 느낀다”고 말했다.
출산 때와 맞먹는 통증 호소
이런 통증이 생기는 가장 큰 원인은 뇌혈관이 삼차신경을 건드리거나 압박하는 경우다. 흔하진 않지만 삼차신경 부위에 종양이 있거나 신경계 질환인 다발성 경화증이 원인으로 작용할 때도 있고, 특별한 이유 없이 생기기도 한다. 안 교수는 “삼차신경통은 혈관이 이들 신경을 눌러 압박하는 것이 가장 고전적인 원인”이라며 “이외에 소뇌다리내각의 종양, 다발성 경화증, 신경에 통증을 유발하는 기저 질환 등으로 발생한다”고 설명했다.
근데 삼차신경통은 추운 날씨에 더 심해질 수 있어 주의해야 한다. 장 교수는 “삼차신경통 통증의 경우 통증을 받아들이는 핵이 과민반응을 해서 나타난 문제인데, 삼차신경을 받아들이는 척수의 삼차신경 핵이 통증과 온도 감각을 모두 처리한다”며 “따라서 차가운 바람, 즉 낮은 기온에 의해 나타난 외부 자극들이 통증 신호와 동일한 핵을 자극하게 되고 이로 인해 통증 경로가 과활성화해 통증 신호가 증폭된다”고 설명했다.
항경련제로 신경 활동 억제
진단을 받으면 먼저 약물치료가 이뤄진다. 약물치료엔 카바마제핀·가바펜틴·프리가발린 같은 항경련제가 쓰인다. 장 교수는 “항경련제를 처방하면 의아해하는 환자들이 많은데, 항경련제는 발작이나 경련도 치료하지만 신경 자체의 과도한 활동을 억제하는 데도 사용한다”며 “삼차신경통에서 신경 신호를 안정화하는 데 도움을 준다”고 설명했다.
약물치료에 잘 반응하지 않는 경우 국소마취로 이뤄지는 신경차단술이나 고주파열응고술 같은 시술이 이뤄진다. 통증을 일으키는 신경을 차단해 통증을 완화하는 방법이다. 수술(미세혈관 감압술)은 혈관이 신경을 압박하는 것이 영상 검사로 확인된 경우 시행한다. 명확한 원인을 해결하는 근본적인 치료이자 완치가 가능한 치료법이다. 고령이나 수술 위험이 매우 큰 환자의 경우 감마나이프 방사선 수술을 하기도 한다.
삼차신경통은 아쉽게도 예방할 수 있는 질환은 아니다. 정확한 조기 진단과 치료가 최우선이다. 따라서 안면이나 턱에 예사롭지 않은 강한 통증이 생기면 신경과나 신경외과 진료를 먼저 받아보는 것이 좋다. 장 교수는 “다른 질환으로 오해해 시간 낭비, 돈 낭비, 체력 낭비를 하는 경우가 많다”며 “삼차신경통이 의심될 경우 조기에 바른 진단을 받는 게 가장 중요하고, 이런 치료가 환자의 삶의 질을 높이는 데 큰 도움이 될 것”이라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