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태열 "尹 '오죽하면 이러겠냐' 말해…막아질 상황 아니었다"

"윤석열 대통령이 '오죽하면 내가 이런 결정을 했겠느냐'고 말씀하셨습니다."

 
16일 국회 외교통일위원회에 출석한 조태열 외교부 장관은 지난 3일 비상계엄 선포 직전 심야 국무회의에서 윤 대통령이 "대국민 담화 때와 비슷한 취지로 (국무위원의 반대에 반박하면서) 이같이 말했다"고 전했다. 역시 당시 국무회의에 참석했던 김영호 통일부 장관도 이날 외통위에서 "경제·외교·안보 분야에서 심각한 문제가 발생할 수 있다는 이유로 반대 의견을 피력했다"고 주장했다.

조태열 외교부 장관이 16일 국회에서 열린 외교통일위원회 전체회의에서 의원 질의에 답변하는 모습. 연합뉴스

조태열 외교부 장관이 16일 국회에서 열린 외교통일위원회 전체회의에서 의원 질의에 답변하는 모습. 연합뉴스

"美·日·中과 소통 예정"

이날 조 장관은 "(윤 대통령이 계엄 선포에 대해) 미리 알려주지 않았다"며 "막판에 아마 국무위원들의 의견을 들어야 한다는 판단이 서서 (국무회의를) 소집했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다만 "제가 혼자 반대한다고 (계엄 선포가) 막아지는 상황이 아니었다"고 회고했다.

한편 계엄 선포 직후 조 장관이 필립 골드버그 주한 미국 대사의 전화를 받지 않는 등 외교안보 라인이 미국 측의 연락을 회피했다는 지적도 이어졌다. 위성락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윤석열은 동맹(미국) 모르게 병력을 빼내서 국민과 국회에 총부리를 들이댔다"며 "미국은 계엄에 반대하는 의사를 전하려 연락을 했을 텐데 장관은 이를 받아서 대통령에게 보고하는 게 정상적이었을 것"이라고 지적했다.

이에 조 장관은 "당일 미국과 소통에 문제가 있었던 데 대한 비판은 면할 수 없지만, 제가 그날 어떤 내용으로 소통할 수 있었을지 생각해봐 달라"고 말했다. 조 장관은 이날 "미국이 강력히 계엄에 반대한다는 건 너무나도 당연하다"며 "윤 대통령도 그걸 모르고 (계엄을) 하지는 않았을 것"이라고 말하기도 했다.


지난 4일 새벽 국회에 진입하려는 계엄군을 국회 보좌진과 당직자 등이 막고 있다. 김성룡 기자

지난 4일 새벽 국회에 진입하려는 계엄군을 국회 보좌진과 당직자 등이 막고 있다. 김성룡 기자

 
조 장관은 이날 현안 보고에서 "토니 블링컨 미 국무장관과 권한대행 체제에서의 협력 방안을 협의하기 위해 통화 시간을 조율 중"이라고 설명했다. 또 지난 11일 통화했던 이와야 다케시(岩屋毅) 일본 외상과도 "다시 통화할 계획"이며 왕이(王毅) 중국 공산당 정치국위원 겸 외교부장과도 "조만간 통화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조 장관은 또 "오는 17일 주요 7개국(G7) 및 유럽연합(EU) 주한대사들을 직접 만나 최근 국내상황을 공유하고 협력 방안을 논의하고자 한다"고 덧붙였다. 

골드버그 대사가 '윤석열 정부 사람들과 상종을 못 하겠다'는 취지로 본국에 보고했다는 김준형 조국혁신당 의원의 주장(지난 11일 외통위)도 이날 재차 논란이 됐다. 앞서 주한 미국 대사관은 이에 대해 "전혀 사실이 아니다(utterly false)"라고 반박했다. 조 장관은 이날 김 의원에게 "'상종 못 한다'의 영어 표현이 무엇이었냐"고 물었고 이에 김 의원은 "한국말로 받았다"고 답했다. 그러자 조 장관은 "똑같은 이야기라도 대외에 공개할 때는 신중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계엄 정당성' 용산 메시지 전달 논란 

이런 가운데 이날 회의에선 대통령실이 작성한 '계엄이 헌법의 틀 안에서 이뤄졌다'는 취지의 PG(Press Guidance·대 언론 설명 자료)를 유창호 외교부 부대변인이 일부 외신에 전달했다는 지적도 나왔다. 김영배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이에 대해 "내란죄에 동조하는 선전죄"라고 비판했다.

앞서 대통령실은 계엄 이튿날인 지난 4일 계엄의 정당성을 주장하는 PG를 외신 응대 과정에서 밝혔는데, 같은 취지의 PG를 외교부도 외신에 그대로 전달했다는 지적이다. 유 부대변인은 "대통령실 외신비서관실(해외홍보비서관실)에서 받아 정식 배포는 아니고 지난 5일 개인적으로 아는 사람들에게 보냈다"며 "지시를 받은 건 아니었다"고 답했다. 이와 관련, 조 장관은 해당 메시지가 "외교부 공식 입장은 아니다"라며 "사실관계를 파악하겠다"고 말했다.

한편 지난 14일(현지시간) 도널드 트럼프 미 대통령 당선인이 대북 업무를 포함하는 '특별 임무' 담당 특사에 리처드 그리넬 전 주독일 대사를 임명한 데 대해 조 장관은 "미국의 우선순위에서 북핵 문제가 배제되지 않았다는 점에서 환영할 일"이라며 "다만 임명 후 정책 구상을 다듬을 때까지 상당한 시간이 걸릴 텐데 그 전에 저희도 로드맵을 다듬어서 신행정부와 협의 준비를 하겠다"고 말했다.

조태열 외교부 장관(오른쪽)과 김영호 통일부 장관(왼쪽)이 16일 오전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외교통일위원회 전체회의에 출석해 자리하고 있다. 뉴스1

조태열 외교부 장관(오른쪽)과 김영호 통일부 장관(왼쪽)이 16일 오전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외교통일위원회 전체회의에 출석해 자리하고 있다. 뉴스1

대북전단 살포 신중해진 통일부 

이런 가운데 탄핵 국면에서 북한과 우발적 충돌을 방지할 필요성이 높아지자 대북 전단과 관련한 통일부의 입장이 달라지는 기류도 포착됐다.

김 장관은 이날 "대북전단 문제에 있어 국민 생명과 안전을 최우선으로 고려해 상황 관리 노력을 경주해 나가고자 한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지난 12일 전단 단체들에 신중한 판단을 요청했다"고 밝혔다. 그간 통일부는 "표현의 자유 보장이라는 헌법재판소 결정의 취지를 고려해 접근하고 있다"며 전단 살포를 자제하는 데에 소극적인 입장이었다.

한편 이날 김 장관이 지난 3일 윤 대통령의 비상계엄 선포 이후 오후 10시45~55분쯤 대통령실을 나와 몸이 좋지 않아 자택으로 돌아갔다고 밝히면서 논란이 일었다. 김 장관은 "집에 도착해서 TV를 보면서 상황을 계속 체크했다"고 말했다. 그러나 야당에선 "전쟁이 나도 TV로 보실 분"(권칠승 더불어민주당 의원), "북한 동향은 아무 생각도 안 한 것인가"(조정식 더불어민주당 의원) 등 비판이 이어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