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LG·SK 등 국내 기업들이 내년 1월 미국 라스베이거스에서 열리는 세계 최대 가전·IT 박람회 ‘CES 2025’에서 AI홈 대전을 벌인다.
16일 미국소비자기술협회(CTA) 등에 따르면 CES 2025는 다음달 7~10일 라스베이거스 컨벤션센터에서 ‘다이브 인(Dive In)’을 주제로 열린다. 주목해야 할 키워드는 인공지능(AI)·스마트홈·모빌리티·디지털 헬스·지속가능성 등이다.
특히 삼성전자와 LG전자는 AI 가전을 앞세워 스마트홈의 미래를 좀 더 구체화할 전망이다. 업계 관계자는 “TV 관련 일부 신제품, 신기술이 나올 수 있고 생활 가전에서는 신제품을 내놓기보다 IFA(국제가전박람회)에서 콘셉트로 공개한 AI 홈을 구체적으로 연출하는 형태가 될 것”이라고 말했다. 행사 개막 하루 전인 6일 삼성전자는 ‘모두를 위한 AI, 경험과 혁신의 확장’ 주제로 한종희 디바이스경험(DX) 부문장(부회장)이, LG전자는 ‘공감 지능과 함께하는 일상의 라이프스 굿’을 테마로 조주완 사장(CEO)이 마이크를 잡는다. 글로벌 불확실성이 커지고 있는 만큼 주요 경영진이 출동해 AI 홈 전략을 앞세운 새 비전을 제시하고 돌파 의지를 드러낼 것으로 보인다.
지난 9월 5일 독일 베를린 '메세 베를린'에서 열리는 유럽 최대 가전전시회 'IFA 2024'를 하루 앞두고 열린 삼성 프레스 컨퍼런스에서 삼성전자 영국법인 데보라 혼익(Deborah Honig) 상무가 '스마트싱스'를 설명하고 있다. 뉴스1
특히 AI 스마트홈 허브를 강화한다. 삼성전자는 모바일 앱인 ‘스마트싱스’를, LG전자는 디바이스(장치)인 ‘싱큐 온’을 앞세워 모든 가전을 이 허브에 연결하고 고도화된 AI 경험을 제공하겠다는 목표다. 삼성은 모바일부터 가전, TV까지 전 제품군에 AI 허브를 각각 심고 이들이 주고 받는 데이터를 분석, 사용 패턴 등을 반영해 초개인화된 서비스를 실현하겠다는 계획을 갖고 있다. 가족 구성원의 음성을 식별해 개인 맞춤형 TV 콘텐트를 찾아주고 온·습도, 조명을 개인별 사용 패턴에 맞게 자동 조절해주는 식이다. 한종희 부회장은 지난 10월 삼성 개발자 콘퍼런스(SDC) 2024에서 “‘누가 말하는지’ ‘어느 공간에 있는지’까지 인지해 고도화된 개인화 경험이 가능하도록 준비할 것”이라고 밝힌 바 있다.
LG전자는 AI 홈을 생활가전 사업의 궁극적 목표인 ‘가사 해방을 위한 여정’으로 표현한다. 지난 9월 IFA에서 처음 공개됐고 곧 출시될 싱큐 온은 생성 AI를 탑재해 고객과 일상 언어로 대화할 수 있다. LG전자는 AI 가전을 새로 살 필요 없이 싱큐 온에 연결되는 센서만 구입해도 기존 가전으로 합리적인 AI 홈을 구현하게 지원한다는 방침이다. 지난 7월 인수한 스마트홈 플랫폼 기업 앳홈의 광범위한 생태계를 활용, 필립스와 이케아 등 글로벌 브랜드 제품과의 연동에도 속도를 내고 있다. 이번 CES에선 생활 패턴이나 행동 맥락을 기반으로 가전 기기가 스스로 제안하고 작동하는 모습을 체험해볼 수 있을 전망이다.
제55회 한국전자전에서 관람객들이 생성형 AI가 탑재한 허브 'LG 씽큐 온'과 대화하며 AI 가전을 동작시키는 편리한 라이프스타일을 체험하고 있다. 뉴시스
모빌리티 분야에서도 양사가 어떤 기술에 힘을 줄지 관심사다. LG는 부스에 콘셉트 차량을 설치해 AI를 적용한 첨단 모빌리티 기술인 ‘인캐빈 센싱’(운전자 및 차량 내부 공간 감지) 솔루션을 공개한다. 삼성은 이번에도 전장 자회사인 하만 부스를 함께 준비해 디스플레이 등 하드웨어와 하만의 전장 기술을 결합한 새 솔루션을 제시할 것으로 보인다.
이번 CES에서도 중국 브랜드의 위협적 공세가 펼쳐질 전망이다. 전 세계 TV 시장에서 선전 중인 중국 TV 제조사 하이센스와 TCL은 모두 삼성 부스 인근에 자리를 잡는다. 중국 기업들은 미국과의 껄끄러운 관계 속에서도 최대 TV 시장인 미국에서 영향력을 확대하기 위해 매년 CES에 참가하고 있다. TCL은 올 초 CES 2024에서 세계서 가장 큰 115인치 TV를 내놔 눈길을 끌었다.
황수연 기자 ppangshu@joongang.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