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민생과 직결된 물가가 들썩일 조짐이 곳곳에서 나타나고 있다. 탄핵 정국에 원화가치 하락도 수입 물가를 자극한다. 정부는 소비자물가 상승률이 최근 3개월 연속 1%대를 기록하며 안정됐다는 평가지만, 연말 내수 시장은 고물가·고환율 우려에 얼어붙고 있다.
물가는 특히 국민 생활과 밀접한 기름값‧먹거리 등 분야에서 오름세다. 문제는 내년에도 상승 압력을 받을 것으로 보이는 분야라는 점이다. 16일 한국석유공사에 따르면 이날 오후 전국 주유소의 휘발유 평균 가격은 L당 1651.83원으로 한 달 전보다 19.39원(1.19%), 1년 전과 비교하면 58.48원(3.67%) 상승했다. 경유도 지난달보다 31.12원(2.12%) 오른 1496.11원이었다.
하락 흐름을 띠던 국제유가는 최근 미국 연방준비제도(Fed)의 기준금리 인하 기대와 서방의 러시아 제재 강화, 중동 지역 정세 불안 심화 등의 영향으로 이달 다시 상승하고 있다. 서부텍사스유(WTI)는 지난 13일 기준 배럴당 71.29달러로 일주일 새 4.09달러 상승했다. 이렇게 국제유가를 끌어올리는 요인들은 미국 ‘트럼프 2기’ 행정부 출범 이후에도 당분간 이어질 가능성이 크다.
밥상 물가에도 긴장감이 남아 있다. 우선 올해 이상고온 등 기후변화로 인해 일부 품목의 가격이 상승했다. 감귤 도매가격은 지난달 5㎏당 평균 1만4441원(상품 기준)으로 평년(8945원)보다 61.4% 오른 상태다. 무 도매가도 20㎏당 2만3193원으로 평년 가격(1만1252원)의 2배 이상이다.
먹거리의 상당 부분을 해외 수입에 의존하는 만큼 수입물가가 상승하는 점도 부담이다. 한국은행이 최근 발표한 11월 수출입물가지수를 보면 지난달 수입물가는 전월 대비 1.1% 상승하며 2개월 연속 오름세다. 특히 농림수산품 수입물가가 한 달 사이 2.6% 상승했다.
나아가 최근의 원화 가격 약세(환율 상승)는 식재료·원유 수입 가격을 끌어올리는 요인이다. 윤석열 대통령의 비상계엄 사태 여파로 달러 대비 원화값은 1430원대에서 거래되고 있다. 이날 오후 3시 30분 달러 대비 원화 가치는 전 거래일보다 2원 내린(환율은 상승) 1435원을 기록했다. 유엔 식량농업기구(FAO) 집계에 따르면 지난달 세계식량가격지수는 전월 대비 0.5% 상승했다. 국제유가가 3~4주의 시차를 두고 국내 기름값에 반영되는 것과 같이 세계 식량 가격도 향후 국내 가공식품과 외식 물가에 영향을 미친다.
추경론, 물가에 ‘추가 부담’
게다가 내년 초 추경 편성 여부와 그 내용에 따라 물가는 더욱 상승 압력을 받을 수 있다. 정국의 주도권을 가진 더불어민주당이 요구하는 ‘전 국민 25만원’ 민생회복지원금 등이 추진돼 일시에 돈이 풀린다면 물가를 자극할 가능성이 있다.
강성진 고려대 경제학과 교수는 “정부는 물가가 안정화됐다고 하지만, 이미 상당히 올라간 상태에서 상승 폭이 안정화된 것이기 때문에 내수 부진의 원인이 되고 있다”며 “한국의 정치 불안 상황이 물가와 결합하고, 원화 약세(환율 상승)가 더해지면 내수에는 더 큰 부담으로 작용할 것”이라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저소득자‧자영업자 등에게 집중해서 내수 부진을 최대한 견딜 수 있도록 지원하는 방식이 바람직하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