韓 권한대행, 양곡법 등 거부권 일단 보류…"의견 듣고 최종결정"

한덕수 대통령 권한대행이 16일 서울 더플라자 호텔에서 열린 제10회 중견기업인의 날 기념식에 참석하고 있다. 대통령실사진기자단

한덕수 대통령 권한대행이 16일 서울 더플라자 호텔에서 열린 제10회 중견기업인의 날 기념식에 참석하고 있다. 대통령실사진기자단

한덕수 대통령 권한대행이 지난달 야당이 일방적으로 통과시킨 농업 4법(양곡관리법, 농수산물 유통 및 가격안정에 관한 법률, 농어업재해대책법, 농어업재해보험법 개정안)과 국회법 개정안, 국회증언감정법 개정안 등 6개 법안에 대한 재의요구안(거부권) 행사를 일단 보류했다. 애초 한 대행은 17일 국무회의에 이들 법안을 상정해 거부권을 의결하려 했다. 윤석열 대통령의 탄핵소추 전부터 정부와 여당이 반대 의사를 밝혔던 법안들이다.

하지만 총리실 관계자는 16일 오후 5시 30분께 출입 기자들과 만나 “충분한 숙고와 논의가 필요하다고 판단했다. 기한이 남아 있는 국회와 소통할 것”이라며 “마지막까지 여야 의견을 들은 뒤 이번 주 중에 거부권 여부를 최종적으로 결정할 것”이라고 일정 변경을 알렸다.

총리실이 언급한 기한은 6개 쟁점 법안의 거부권 행사 시한인 21일을 가리킨다. 21일이 토요일인 만큼 정부는 20일까지 국회 논의를 기다린 뒤 임시 국무회의를 열어 최종 결정을 내릴 예정이다. 더불어민주당은 이날 오전 최고위원회의에서 한 대행의 거부권 행사 가능성에 대해 “권한대행 총리에겐 법률 거부권을 행사할 능동적 권한이 없다(김민석 최고위원)”, “권한대행으로서 입법 거부권을 남용하는 것은 또 다른 탄핵 사유가 될 수 있다(전현희 최고위원)”며 압박했다.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가 16일 오후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제임스 김 주한미국상공회의소(AMCHAM) 회장을 접견하며 발언하고 있다. 뉴스1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가 16일 오후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제임스 김 주한미국상공회의소(AMCHAM) 회장을 접견하며 발언하고 있다. 뉴스1

총리실에선 한 대행이 법안 상정을 보류한 이유로 여야와 정부 간 국정협의체가 가동될 가능성을 거론한다. 과거 간호법을 처리할 때처럼 협의체 논의를 거쳐 법안 내 독소 조항이 제거된 타협안이 나올 수도 있지 않겠냐는 것이다. 한 대행은 이날 중견기업인의 날 기념식에 참석해 “국회와 정치권의 협치, 협력도 더욱 강화할 것”이라며 “여야 정치권, 국회의장 모두 포함하는 협의체가 발족할 수 있지 않을까 생각하고 있다. 여러 난제를 협의체에 올려 논의할 것”이라고 말했다.

여야 간 협의도 시작됐다. 전날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가 제안한 국정 안정 협의체를 거절했던 권성동 국민의힘 원내대표는 이날 이 대표에게 정국 수습방안 논의를 위한 만남을 제안했고, 18일 오후 2시로 정해졌다. 17일 이 대표의 재판 일정으로 날짜가 하루 밀렸다는 게 민주당의 설명이다. 이 대표는 이날 국민의힘을 향해 “모든 논의의 주도권을 가져도 좋으니 국정안정협의체에 꼭 참여해달라”고 말했다. 다만, 논의 기한이 얼마 남지 않아 여야가 의미 있는 타협안을 만들어낼지는 미지수다. 정부 고위관계자는 “6개 법안 내용의 변경이 없다면 거부권 행사는 불가피하다”고 했다.


한 대행은 이날부터 경제 분야를 시작으로 대통령실 업무보고도 받기 시작했다. 총리실에 따르면 이날 오전 박춘섭 경제수석은 정부서울청사를 찾아 한 대행에게 환율과 수출 등 국내외 경제 상황에 대해 보고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