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7일(현지시간) BBC와 가디언 등에 따르면 당국으로부터 스파이로 의심받아 입국 금지된 중국인 사업가 양텅보(50)는 간첩 혐의가 부당하다며 변호사를 통해 성명을 발표하고 자신의 실명을 공개했다.
성명에서 양은 “잘못한 일이나 불법적인 일을 한 적이 없다”며 “영국 내무부가 나에 대해 제기한 우려는 근거가 없다”고 주장했다. 앞서 영국 언론들은 그에 관련된 의혹을 'H6'라는 가명으로 보도해왔다. 영국법원은 지난 15일 그의 신원 공개를 언론에 허용했다.
지난해 영국 내무부는 양텅보에 대해 추방 결정을 내렸고, 최근엔 입국도 금지했다. 영국의 국내 정보, 방첩 담당 기관인 MI5는 “양이 중국 공산당 내 정보수집 부서인 통일전선부와 연관이 있다”고 밝혔다. 영국 언론들에 따르면 그는 2021년 체포됐고, 당국이 당시 압수한 휴대폰에서 그와 통일전선부 등과의 연관을 확인할 수 있는 내용이 확인됐다.
양은 ‘48클럽’의 명예 회원으로 활동했다. 이 모임은 런던에 있는 저명한 영국 지도자와 정치인들로 구성된 그룹으로 영국과 중국의 무역 촉진을 목표로 한다. 양은 이 클럽을 통해 영국 정계 유명 인사들에게 손쉽게 접근할 수 있었다는 게 영국 당국의 설명이다.
실제로 양의 사무실에선 앤드루 왕자를 비롯해 데이비드 캐머런 전 총리, 테레사 메이 전 총리 등과 함께 찍은 기념사진이 발견됐다고 BBC는 전했다. 특히 앤드루 왕자의 수석 고문과 주고받은 편지들에선 양이 왕자를 대신해 중국의 잠재적 투자자들의 거래도 진행할 수 있다는 내용이 담겨 있었다. 앤드루 왕자는 그를 왕실 행사와 자신의 생일 파티 등 사적 모임에도 초대한 것으로 드러났다.
중국 스파이로 의심되는 사업가와 영국 왕자의 '부적절한 관계'는 정치적 이슈가 되고 있다. 대중국 강경파로 꼽히는 이언 던컨 스미스 전 보수당 대표는 이번 사건은 “빙산의 일각”이라며 “영국에는 (당국에 영향을 미치려고 하는) 그와 같은 사람이 많다”고 주장했다. 키어 스타머 총리는 “중국이 제기하는 도전에 대해 우려하고 있다”고 말했다.
논란이 커지자 앤드루 왕자는 지난주 성명에서 “양과 모든 접촉을 중단했다”고 밝혔다. 아울러 “모든 회동은 공식 채널을 통해 이뤄졌고, 민감한 성격의 내용은 전혀 논의되지 않았다”고 해명했다.
BBC는 왕실 소식통을 인용해 “앤드루 왕자가 오는 25일 크리스마스 왕실 가족 행사에 참여하지 않을 것”이라며 “올해 남은 모든 가족 행사에도 빠질 것으로 예상된다”고 전했다. 한편 중국 외교부는 양과 관련한 논란에 대해 “관계가 없다”며 선을 그었다.
양텅보는 누구
양텅보는 2002년 처음 학생 자격으로 영국에 와 1년간 런던에서 공부한 뒤 요크대에서 행정학과 공공정책으로 석사 학위를 취득했다. 2005년 영국 기업의 중국 진출을 조언하는 컨설팅 사업을 시작했는데 현재 그가 영국에서 이사로 등재된 회사만 5개로 추산된다. 이후 2013년 영국에 영구적으로 머물 수 있는 허가를 받았지만, 2023년 영국 당국의 추방 통보를 받고 최근 입국 금지 조치까지 받자 특별이민항소위원회(SIAC)에 항소했으나 받아들여지지 않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