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7일 윤인대 기재부 차관보는 국회 기획재정위원회 긴급 현안질의에 출석해 최 부총리가 12·3 비상계엄 당일 대통령실에서 받은 쪽지 내용과 관련해 “‘계엄 관련된 예비비 재정자금 확보’ 정도로 기억하고 있다”고 밝혔다. 최 부총리는 쪽지를 받자마자 주머니에 넣었다가 내용을 보지 않고 윤 차관보에게 건네줬고, 계엄 선포 이후 소집한 긴급 거시경제·금융현안 간담회(F4 회의) 뒤에 쪽지를 확인했다고 했다.
최 부총리는 당시 상황에 대해 “F4 회의 전에 문건을 주머니에 넣은 것을 인지 못하고 있다가, 휴대전화를 꺼내면서 손에 잡히는 것을 느끼고 옆에 차관보한테 가지고 있으라고 주고 회의를 했다”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당시 시장 관리에만 관심이 있었다”며 “어떤 자료를 받았든 관심도 없었고 열어 볼 생각도 없었다”고 했다. 황명선 민주당 의원은 “윤 대통령이 비상계엄을 선포하고 계엄군을 예비비로 지원하라고 한 것 아니겠나”고 지적했다.
최 부총리는 해당 문건이 “지시사항이 아니었다”며 “참고하라고 줬다”고 주장했다. 그러면서 “당시에 경황도 없었고 제가 계엄에 반대했기 때문에 자료에 대해 열어볼 의사도 없었다”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문건은 수사기관에 제출했다고 밝혔다.
최근 제기되는 추가경정예산(추경)안 편성론에 대해 최 부총리는 “예산이 통과된 지 얼마 안 됐고 시행도 아직 안 됐기 때문에 내년 1월부터 예산이 제대로 시행될 수 있도록 충실하게 집행을 준비하는 게 최우선”이라고 답변했다. 그는 “민생이 어렵고 대외 불확실성이 확대되고 있기 때문에 정부가 적극적인 역할을 해야 한다는 인식에는 전적으로 동의한다”면서 “내년도에 여러 가지 대외 불확실성이나 민생 상황 등을 봐가면서 적절한 대응조치를 계속 검토하겠다”고 했다. 이창용 한국은행 총재도 “지금처럼 하방 위험이 있는 상황은 재정을 조금 더 이용할 근거가 된다고 생각한다”고 언급했다.
이날 최 부총리는 국무위원으로서 비상계엄 선포를 막지 못했던 책임에 대한 물음에 “그날(3일) 밤 저는 계엄에 강하게 반대하면서 사퇴를 결심했고 지금도 같은 생각”이라고 말했다. 이어 “결과적으로 지금과 같은 상황을 막지 못한 점에 책임을 통감하고 있다”고 했다.
최 부총리는 다만 “제 개인의 거취 표명이 외신에 보도될 경우 대외신인도에 부정적 영향을 줄 수 있다는 공직의 무게감도 함께 저를 누르고 있다”고 짚었다. 그러면서 “직에 연연하지 않고 어떤 상황에서도 우리 경제를 최대한 안정적으로 관리한다는 책임을 마무리하는 대로 직을 내려놓겠다”고 말했다.
최 부총리는 여야 간 협의체가 구성되면 정부 차원에서도 적극 협력하겠다는 입장을 강조했다. 그는 '민주당에서 제안한 국정안정협의체에 동의하는가'라는 야당 측 질문에 "저는 명칭에 관계없이 여야가 장을 만들어주면 가겠다고 말씀드렸다"고 답변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