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성남에서 국어교사로 재직중인 김성우(40)씨가 지난 3월 출간된 '학교폭력,책임교사가 답하다' 책을 들고 포즈를 취하고 있다. 김씨는 ″학생들의 행복이 최우선이어야 하는데, 학폭 처리 과정에서 상처 입는 경우를 많이 봐 안타깝다″고 말했다. 신혜연 기자.
학교폭력 현실은 갈수록 심각해지고 있다. 2023년 3월~2024년 2월까지 전국 초중고 학교폭력 발생 건수는 총 6만 1445건으로 2022학년도(5만 7981건)보다 6%(3464건) 늘어 11년만 최고치를 기록했다. 딥페이크를 이용해 음란물을 만들거나 텔레그램에 ‘지인능욕방’을 운영하는 등 신종 학교폭력까지 발생하면서 현장의 고민은 커지고 있다.
최근 10대들 사이에서 유행하는 에스크(Asked·상대방에 익명 질문을 남길 수 있는 홈페이지)를 이용한 언어폭력이 학교폭력으로 접수되는 경우도 흔해졌다. 문제는 사소한 다툼이 학교폭력으로 접수되는 순간부터 어른들 간 싸움으로 비화한다는 점이다.
김씨는 “처음 학교폭력을 접한 학부모들은 절차를 잘 몰라 학교폭력대책심의위원회(학폭위)를 거칠 경우 무엇을 얻고, 잃을 수 있는지 냉정하게 판단하기 어렵다”며 “무작정 학교폭력 절차에 임했다가 후회하는 사례를 많이 봤기 때문에 책에 담았다”고 말했다.
실제로 학폭위에 들어가기 전 직접 사과 의사를 밝히던 가해 학생이 막상 학폭위 절차에 돌입하자 맞학폭으로 문제 제기를 하며 입장을 바꾸는 경우도 있다고 한다.
김씨는 “학교폭력 전담교사를 하면서 가장 중점에 두는 건 결국 아이들의 행복인데, 절차가 이를 다 지켜주기는 어렵다”며 “체감상 지난 5년간 처리한 학폭 사건 중 학교장 자체해결을 할 수 있는 경우가 90%일 정도로 대화가 중요한데 교육일선에서 당사자 간 대화를 중심으로 문제 해결을 하고 있는지 의문”이라고 말했다.
김씨는 교육부가 지난해 도입한 학교폭력전담조사관 제도가 자칫하면 학교폭력 문제 해결을 지연시킬 우려가 있다고 지적했다. 전담조사관이 한 학교를 전담하지 않다 보니 최소 이틀에서 일주일까지 조사 시기가 늦춰지는데, 그 사이 학교에서는 가해·피해 학생 간 분쟁이 커지거나 목격한 학생들의 기억이 왜곡되는 등 다양한 상황이 벌어진다고 한다. 김씨는 “전담조사관에 학폭 조사를 전적으로 일임하면서 학교는 학생 간의 오해를 풀거나 사실관계를 확인하는 등의 노력을 덜 하게 되는 측면이 있다. 학교폭력 문제에서 학교가 한발 물러서는 모양은 바람직하지 않다”고 말했다.
김씨는 학교폭력 전담교사로 일하면서 가장 보람 있는 순간으로 아이들 간 오해를 푼 경우를 꼽았다. 김씨는 “학생 간 사소한 오해가 어른들 싸움으로 번지는 경우가 많은데 그럴 때가 가장 안타깝다”며 “학부모에게 공감의 말 한마디를 건네고, 학생들에게 서로에 대한 오해를 풀 수 있는 기회를 주는 것만으로도 사건이 잘 해결될 수 있다는 걸 알기 때문에 매 순간 노력하고 있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