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학폭 90%는 오해가 발단"…100여건 처리한 전담교사의 충고

성남에서 국어교사로 재직중인 김성우(40)씨가 지난 3월 출간된 '학교폭력,책임교사가 답하다' 책을 들고 포즈를 취하고 있다. 김씨는 ″학생들의 행복이 최우선이어야 하는데, 학폭 처리 과정에서 상처 입는 경우를 많이 봐 안타깝다″고 말했다. 신혜연 기자.

성남에서 국어교사로 재직중인 김성우(40)씨가 지난 3월 출간된 '학교폭력,책임교사가 답하다' 책을 들고 포즈를 취하고 있다. 김씨는 ″학생들의 행복이 최우선이어야 하는데, 학폭 처리 과정에서 상처 입는 경우를 많이 봐 안타깝다″고 말했다. 신혜연 기자.

경기도 성남시 성일중학교 국어교사인 김성우(40)씨는 학교폭력 전담교사 직책도 맡고 있다. 지난 5년간 다룬 학교폭력 사건만 100여건이다. 김씨는 지난달 사건 처리 경험을 담아 『학교폭력, 책임교사가 답하다』라는 책을 냈다. 김씨는 “학교폭력이 발생하면 처음 겪는 학부모와 학생, 교사 모두 크게 당황하는 경우가 많다”며 “학교폭력 처리 절차에 대한 이해를 바탕으로 당사자가 조금이라도 원만하게 해결하길 바라는 마음으로 이 책을 집필하게 됐다”고 설명했다.

학교폭력 현실은 갈수록 심각해지고 있다. 2023년 3월~2024년 2월까지 전국 초중고 학교폭력 발생 건수는 총 6만 1445건으로 2022학년도(5만 7981건)보다 6%(3464건) 늘어 11년만 최고치를 기록했다. 딥페이크를 이용해 음란물을 만들거나 텔레그램에 ‘지인능욕방’을 운영하는 등 신종 학교폭력까지 발생하면서 현장의 고민은 커지고 있다. 

최근 10대들 사이에서 유행하는 에스크(Asked·상대방에 익명 질문을 남길 수 있는 홈페이지)를 이용한 언어폭력이 학교폭력으로 접수되는 경우도 흔해졌다. 문제는 사소한 다툼이 학교폭력으로 접수되는 순간부터 어른들 간 싸움으로 비화한다는 점이다.

김씨는 “처음 학교폭력을 접한 학부모들은 절차를 잘 몰라 학교폭력대책심의위원회(학폭위)를 거칠 경우 무엇을 얻고, 잃을 수 있는지 냉정하게 판단하기 어렵다”며 “무작정 학교폭력 절차에 임했다가 후회하는 사례를 많이 봤기 때문에 책에 담았다”고 말했다.  

실제로 학폭위에 들어가기 전 직접 사과 의사를 밝히던 가해 학생이 막상 학폭위 절차에 돌입하자 맞학폭으로 문제 제기를 하며 입장을 바꾸는 경우도 있다고 한다. 


 
김씨는 “학교폭력 전담교사를 하면서 가장 중점에 두는 건 결국 아이들의 행복인데, 절차가 이를 다 지켜주기는 어렵다”며 “체감상 지난 5년간 처리한 학폭 사건 중 학교장 자체해결을 할 수 있는 경우가 90%일 정도로 대화가 중요한데 교육일선에서 당사자 간 대화를 중심으로 문제 해결을 하고 있는지 의문”이라고 말했다.

김씨는 교육부가 지난해 도입한 학교폭력전담조사관 제도가 자칫하면 학교폭력 문제 해결을 지연시킬 우려가 있다고 지적했다. 전담조사관이 한 학교를 전담하지 않다 보니 최소 이틀에서 일주일까지 조사 시기가 늦춰지는데, 그 사이 학교에서는 가해·피해 학생 간 분쟁이 커지거나 목격한 학생들의 기억이 왜곡되는 등 다양한 상황이 벌어진다고 한다. 김씨는 “전담조사관에 학폭 조사를 전적으로 일임하면서 학교는 학생 간의 오해를 풀거나 사실관계를 확인하는 등의 노력을 덜 하게 되는 측면이 있다. 학교폭력 문제에서 학교가 한발 물러서는 모양은 바람직하지 않다”고 말했다.

 
김씨는 학교폭력 전담교사로 일하면서 가장 보람 있는 순간으로 아이들 간 오해를 푼 경우를 꼽았다. 김씨는 “학생 간 사소한 오해가 어른들 싸움으로 번지는 경우가 많은데 그럴 때가 가장 안타깝다”며 “학부모에게 공감의 말 한마디를 건네고, 학생들에게 서로에 대한 오해를 풀 수 있는 기회를 주는 것만으로도 사건이 잘 해결될 수 있다는 걸 알기 때문에 매 순간 노력하고 있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