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세훈 서울시장은 17일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를 향해 “이미 대통령이 된 듯 ‘상왕 놀이’에 심취한 이재명 한 명의 존재가 한국 경제와 정치의 최대 리스크”라고 비판했다.
오 시장은 이날 오후 자신의 페이스북에 올린 ‘입으로는 경제 살리기, 행동은 경제 죽이기’라는 제목의 글에서 “이재명식 이중플레이가 도를 넘고 있다”며 이같이 말했다.
오 시장은 이 대표가 전날 제임스 김 주한미국상공회의소(AMCHAM·암참) 회장을 만나 대한민국을 ‘저가 매수할 기회, 투자할 기회’라고 발언한 사실을 언급하며 “입에 발린 말을 하면서 뒤로는 기업의 숨통을 조이는 의회 폭거를 멈추지 않고 있다”고 지적했다.
이 대표는 전날 암참 접견 자리에서 “지금 한국의 동정이 불안하고 경제에 약간 영향을 미치고 있지만 스트레스 테스트 정도라고 생각해주시면 좋겠다”며 “잠시의 혼란은 대한민국에 투자할 기회, 저가 매수할 기회라고 생각하면 좋겠다”고 말했다.
오 시장은 민주당 등 야권이 단독처리한 국회증언감정법(국회에서의 증언·감정 등에 관한 법률) 개정안을 두고는 “기업인이 해외 출장과 질병 시에도 국회에 원격으로 출석해야 하고 영업기밀까지 전부 국회에 제출해야 한다는 반기업, 반자본주의적 내용을 담고 있다”며 “기업 투자 방지법이나 다름없다”고 비판했다.
국회증언법은 지난달 28일 민주당 주도로 국회 본회의를 통과한 법안이다. 개인이나 기업이 개인정보 보호, 영업비밀 등을 이유로 국회의 서류 제출 요구와 증인 출석을 거부할 수 없도록 하는 게 골자다. 주한미국상공회의소도 전날 이 대표와 만나 이 개정안에 강한 우려를 나타낸 것으로 전해졌다. 이 자리에서 암참은 “한국에 기업의 극비 정보가 새 나가게 돼 전 세계에 정보가 퍼질 수 있다는 걱정이 있다”는 의견을 이 대표에게 전달했다고 한다.
최태원 SK그룹 겸 대한상공회의소 회장도 17일 오전 국회에서 열린 경제4단체 비상간담회에서 우원식 국회의장을 만나 기업비밀 유출 가능성 등이 제기되고 있는 국회증감법 개정안 등 재계 우려가 큰 사안에 대해선 “충분한 논의 시간을 마련해 줬으면 한다”고 요청했다.
또 오 시장은 “이 대표는 이번뿐이 아니라 금투세, 상법 개정안 등 줄줄이 이런 기만을 반복하는 게 부끄럽지도 않나”라며 “정국 불안정으로 경제와 외교적 리스크를 완화하는 것이 무엇보다 중요한데도 묻지마 탄핵 질주를 계속하고 있다”고 했다.
이어 “한덕수 대통령 권한대행이 거부권 행사를 하면 탄핵하겠다고 겁박하는데 경제 죽이기 법안을 그대로 통과시키면 그게 오히려 직무 유기”라며 “과거 우리는 두 차례 탄핵을 겪었지만, 경제는 정치와 분리돼 안정적으로 작동할 수 있었다”고 했다.
그러면서 “경제가 정치의 볼모가 된다면 더 심한 위기가 올 것이라고 전문가들이 경고하고 있다”며 “한 총리는 정치적 협박에 굴복하지 말고 재의요구권을 당당하게 행사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또 이 대표에게는 “정말 경제를 생각한다면 국회로 돌아올 법안을 즉각 폐기하라”고 덧붙였다.
오 시장은 이날 “입으로는 ‘경제 회복’을 말하고 뒤로는 기업을 옥죄는 앞 다르고 뒤 다른 이중플레이, 국민은 준엄한 눈으로 지켜보고 있다”며 글을 맺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