외국인 취업자, 처음으로 100만 넘었다…중소제조업 공백 채워

중소기업 전경. 챗GPT 이미지 생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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충북 청주에 위치한 중소 제조업체 A사는 공장 생산직 직원 30명 중 절반인 15명이 스리랑카·베트남 등에서 건너온 외국인 근로자다. 그중 한명은 숙련도가 쌓여 현장 관리자 역할을 하는 반장 직책까지 맡고 있다. 한국인 직원을 구하고 싶어도 작은 회사인 데다 위치가 지방인 탓에 지원 자체가 드물다고 한다. 이곳 관계자는 “새로 뽑는 젊은 직원일수록 외국인 비중이 높다”며 “외국인 근로자가 없으면 공장을 돌릴 수 없을 정도”라고 밝혔다.

올해 한국에서 일하는 외국인 취업자 수가 사상 처음으로 100만명을 넘어섰다. 이들의 상당수는 내국인이 선호하지 않아 늘 인력난에 시달리는 중소제조업에 집중돼 있었다. 저출생 고령화 현상이 가속화될수록 외국인이 국내 빈 일자리를 대신 채우는 속도도 빨라질 것으로 보인다.

17일 통계청이 발표한 ‘2024년 이민자 체류 실태 및 고용조사 결과’에 따르면 올해 5월 기준 15세 이상 국내 상주 외국인은 156만1000명으로, 전년 대비 13만명(9.1%) 증가했다. 2012년 관련 통계 작성 이래 역대 최대치다.

김영옥 기자

김영옥 기자

특히 외국인 취업자는 전년 대비 8만7000명(9.4%) 늘어난 101만명을 기록했다. 외국인 취업자가 100만명을 넘어선 것도 올해가 처음이다. 외국인 고용률(64.7%)도 0.2%포인트 상승했다. 한국계 중국인이 34만1000명으로 가장 많았고, 베트남(12만3000명)이 뒤를 이었다. 다만 증가폭으로는 베트남(1만9000명)이 한국계 중국인(1만5000명)보다 컸다.

기본적으로 외국인 근로자에 대한 수요 확대로 비전문취업(E-9·고용허가제) 도입 규모가 매년 늘어난 영향이 크다. 고용노동부에 따르면 2021년 5만2000명이었던 E-9 규모는 2022년 6만9000명, 2023년 12만명, 2024년 16만5000명으로 빠르게 커졌다. 실제 올해 E-9으로 입국한 외국인 취업자는 30만2000명으로, 전년 대비 3만4000명 늘어나면서 모든 체류자격 중 가장 큰 증가 폭을 보였다. 뒤이어 전문인력(E-1~E-7)이 1만9000명, 재외동포(F-4)가 9000명 늘었다.


김경진 기자

김경진 기자

송준행 통계청 고용통계과장은 “최근 베트남·캄보디아·네팔 등에서 외국인 근로자가 많이 들어오고 있다”며 “국내에서 외국인에 대한 수요가 많고, 코로나 팬데믹 이후 출입국도 자유로워지면서 빠르게 늘어나는 추세”라고 설명했다.  

이들은 주로 내국인이 기피하는 중소 제조업체에 집중돼 있었다. 산업별 분포를 살펴보면 광·제조업 취업자가 46만1000명으로, 전체의 절반 수준이었다. 전년 대비 증가 폭도 4만9000명으로 가장 컸다. 뒤이어 도소매·숙박음식점업(19만1000명), 사업·개인·공공서비스업(14만4000명), 건설업(10만8000명) 순으로 취업자가 많았다.

또 종사자 규모별로 전체의 97.2%인 98만3000명이 300인 미만 중소기업에 있었다. 특히 50인 미만 사업장에서 일하는 외국인은 73만9000명(73.2%)에 달했다. 300인 이상 대기업 취업자는 2만8000명에 불과했다.

결국 내국인 인력만으로 채우기 힘든 빈 일자리를 외국인이 들어와 채워주고 있는 셈이다. 박영범 한성대 경제학과 명예교수는 “출산율 저하로 더이상 내부 자원만으로는 원활한 인력 수급은 힘들다”며 “외부에서 적극적으로 받아들이고, 이들이 원활하게 정착할 수 있는 정책이 필요하다”고 밝혔다. 이어 “숙련도가 높은 장기 체류 외국인 근로자에 대해선 더 자유롭게 일할 수 있도록 문턱을 낮춰주고, 한국 문화에 익숙한 외국인 근로자의 자녀들이 성인이 되어서도 쉽게 정착할 수 있도록 제도를 개선해야 한다”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