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임성진. 뉴스1
먼저 KB손해보험은 지난 16일 임성진 영입을 발표했다. 보수 총액은 8억5000만원(연봉 6억5000만원, 옵션 2억원). 대한항공과 현대캐피탈 등 복수의 구단이 임성진을 데려가기 위해 치열한 물밑 다툼을 벌였지만, 가장 공을 많이 들인 KB손해보험이 영입 전쟁의 최종 승자가 됐다.
임성진은 자타가 공인하는 V리그 최고 스타다. 안정적인 공격력과 타고난 스타성으로 코트 안팎에서 많은 팬들을 끌고 다닌다. 성적도 뛰어나다. 한국전력 소속이었던 지난 시즌 36경기를 모두 뛰며 484점(7위)을 기록했다. 국내선수로는 574점의 현대캐피탈 허수봉 다음으로 높은 득점이다. 또, 리시브 효율 37.75%(8위), 디그 1.839개(4위) 등 수비도 탄탄해 공수 쓰임새가 많기로 유명하다.
이와 함께 KB손해보험은 세터 황택의와 리베로 정민수를 잔류시키며 기존 전력도 지켰다. 특히 황택의에겐 보수 12억원이라는 특급 대우를 보장했다. 정민수에게도 4억5000만원을 안겨 집토끼 FA들의 자존심을 살려줬다. 지난 시즌 2위를 기록했던 KB손해보험은 이로써 ‘임성진-황택의’라는 확실한 공격 옵션을 활용하게 됐다. 당장 우승을 노려볼 수 있는 라인업이다.
한편 임성진의 이적을 기점으로 남자부 FA 시장은 연쇄 이동을 맞았다. 임성진을 뺏긴 한국전력은 삼성화재에서 김정호를 데려왔고, 삼성화재는 우리카드 공격수 송명근을 영입했다. 우리카드는 한국전력의 아포짓 스파이커 김동영을 붙잡으며 전력을 메웠다.
임성진을 놓친 구단도 발 빠르게 움직였다. 현대캐피탈은 지난 시즌 트레블의 주역인 미들블로커 최민호와 아웃사이드 히터 이시우, 리베로 박경민을 눌러 앉혔다. 또, 대한항공은 현대캐피탈의 아웃사이드 히터 김선호를 영입하는 한편, 내부 FA 정지석과 곽승석, 김규민을 모두 잔류시켰다. 이를 종합하면 현대캐피탈과 대한항공이 기존 전력을 유지하며 여전히 우승 후보 자리를 지킨 가운데 KB손해보험이 새로운 다크호스로 떠오르는 형국이 됐다.
남자부의 영입 전쟁은 당분간 계속될 전망이다. FA 연쇄 이동의 반대급부인 보상선수 영입이 당분간 진행되고, 각자의 약점을 메우기 위한 트레이드도 추진될 가능성이 높다. 실제로 현대캐피탈과 OK저축은행은 22일 아웃사이드 히터 전광인과 아포짓 스파이커 신호진을 맞바꾸는 트레이드를 발표했다.
다음 달 6~9일 튀르키예에서 열리는 외국인선수 트라이아웃도 관심을 모은다. KB손해보험과 현대캐피탈, 대한항공은 지난 시즌 뛰었던 비예나와 레오, 카일 러셀과의 재계약이 유력하다. 이렇게 되면 남자부 삼국지 구도가 선명하게 그려질 전망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