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리아 인권단체 ‘시리아긴급태스크포스(SETF)’의 모아즈 무스타파 대표도 매장지를 방문한 뒤 관계자들의 증언을 인용해 “깊이 6~7m, 너비 3~4m, 길이 50~150m의 도랑들이 있었다”며 “2012~2018년 사이 일주일에 두 차례씩 한 대당 시신 150구씩을 실은 트레일러 트럭 4대가 이곳에 왔다”고 CNN에 말했다.
로이터가 상업용 위성 사진을 분석한 결과 이런 증언들을 뒷받침하는 부분이 있다. 해당 지역에선 2012년부터 이듬해까지 대규모 굴착이 있었고, 이후 2022년까지도 간헐적으로 추가 굴착이 있었던 것으로 포착됐기 때문이다. 이외에도 굴착기와 도랑, 대형 트럭 등이 촬영됐다.
앞서 이들 매장지에 대한 세부 정보는 2021년과 2023년 각각 독일 법정 심리와 미 의회 증언을 통해 공개됐었다. 일례로 독일에서 열린 시리아 정부 관계자 재판에서 한 굴착 담당자는 “매주 2, 3번씩 대형 트럭이 도착했으며, 다마스쿠스 주변 군 병원과 정보기관에서 온 고문, 굶주림, 처형의 희생자들인 300~600여 시신이 실려 있었다”고 진술했다.
아버지에 이어 53여년간 철권 통치를 이어온 아사드 전 대통령은 반정부 인사들과 반군 등을 대거 처형했다. 국제사회의 ‘인권 유린’ 비판에도, 이들은 관련 사실을 전면 부인했었다.
집단 매장지를 둘러싼 국민적 분노가 커지는 가운데, 과거 민간인 학살을 주도한 인물인 마헤르 알아사드가 수배 1순위에 올랐다. 마헤르는 러시아로 망명한 알아사드 전 대통령의 친동생으로, 과거 제4기갑 사단장으로 일하며 2011년 시작됐던 시리아 반정부 시위를 강경 진압했다. 이 과정에서 화학 무기를 사용해 민간인을 무차별 학살했다는 혐의를 받고 있다. 또 국고를 횡령하고 마약 제조에 손을 대는 등 부패한 인물로 꼽힌다.
한편 지난 8일 아사드 정권이 몰락한 뒤 이스라엘은 시리아 영토를 점령하려는 시도를 노골화하고 있다. 이스라엘은 이날 시리아 반군의 승리 선언 직후 북부 점령지 골란고원 경계를 넘어 비무장 완충지대까지 병력을 진입시켰다. 이스라엘과 시리아가 1974년 휴전한 뒤 이스라엘군이 시리아 안쪽까지 진입한 것은 50년 만에 처음이었다.
월스트리트저널에 따르면 베냐민 네타냐후 이스라엘 총리는 17일 이스라엘 카츠 국방장관과 함께 비무장 완충지대에 있는 헤르몬산 정상에 올랐다. 그리고 이곳에 배치된 자국 병력에 방어 시설을 구축하고 장기 주둔에 대비하라고 지시한 것으로 파악됐다. 헤르몬산이 시리아 내 동향을 감시할 수 있는 고지대인 만큼 ‘이스라엘의 눈’으로 여겨 사실상 자국령으로 삼겠다는 의미란 풀이가 나온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