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석열 대통령이 비상계엄을 선포한 직후인 4일 새벽 서울경찰청이 경찰청 국가수사본부(국수본)로부터 지시를 받아 비상 대기할 수사관 100명 명단을 작성했던 것으로 드러났다. 앞서 국군방첩사령부가 계엄 선포 직후 경찰에 수사관 약 100명을 지원해달라고 요청했다는 의혹이 불거진 바 있다.
국회 행정안전위원회(행안위) 소속 김성회 더불어민주당 의원실은 서울경찰청으로부터 지난 4일 작성된 ‘광수단(광역수사단) 경감 이하 비상대기자’ 명단을 제출받았다고 22일 밝혔다. 이 명단에는 ‘반부패 20명, 공공 20명, 금융 20명, 마약 20명, 형기 20명’ 등 수사관 소속과 인원이 적혀있다. 이 중 81명은 국회에서 계엄 해제 요구안이 가결되기 전인 오전 2시까지 사무실에서 대기했다.
국수본은 계엄 포고령 발표 직후인 지난 3일 오후 11시 39분쯤 서울청에 “수사관 100명 명단을 준비하라”고 지시했다. 서울청 수사부장 겸 광수단장은 이런 내용을 전달받은 뒤 수사차장과 상의해 명단을 작성하라고 지시했다. 서울청 수사부장은 “국수본에서 요청이 왔다고 보고 받은 시점은 4일 자정 이후로, 경계강화 지시가 내려진 뒤였다”며 “명단을 작성하라고 하면서 일단 국수본과 타 기관에는 주지 말라고 했다”고 설명했다. 실제로 명단이 국수본 등에 전달되진 않았다고 한다.
앞서 여인형 전 방첩사령관은 계엄 선포 직후인 지난 3일 오후 10시 30분쯤 조지호 경찰청장에게 전화해 수사관 100명 지원, 정치인 등 15명 위치정보 확인, 선거관리위원회 등 3곳에 경력 지원 등을 요청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에 대해 조 청장은 지난 5일 국회 행안위 긴급 현안질의에서 “(비상계엄 선포 뒤) 여 사령관으로부터 ‘방첩사 주관으로 수사본부가 꾸려질 수 있으니, 경찰에서 필요한 인력을 지원해줬으면 좋겠다’는 연락을 받았고 ‘준비하겠다’고 답했다”고 밝힌 바 있다. 다만 조 청장은 실제로는 이런 지시를 이행하지 않는 방식으로 결국 묵살했다는 취지로 주장해왔다.
국회 행안위는 23일 전체회의를 열고 국수본이 방첩사로부터 관련 요청을 받은 구체적인 경위와 서울청에 이를 전달한 과정 등을 집중적으로 살펴볼 전망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