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찬대 더불어민주당 원내대표는 18일 최고위원회의에서 “한 대행이 권한을 남용해 거부권을 행사하면 묵과하지 않겠다”고 경고했고, 전현희 최고위원은 “청소 대행은 청소가 본분이다. 주인의 물건을 자신의 것처럼 사용하면 절도범”이라고 몰아붙였다. 황정아 민주당 대변인은 최고위원회의 뒤 기자들과 만나 “거부권을 행사하면 윤석열 시즌2가 아닌가, 만일 사태에 대비해서 탄핵안은 준비 중”이라고 말했다. 이날 오후 총리실 고위관계자는 기자들과 만나 야당의 탄핵 엄포와 관련해 “그것과 관계없이, 정부로서는 헌법과 법률에 따라 판단할 것”이라고 답했다. 한 대행도 최근 참모들에게 “오로지 헌법과 법률, 대한민국의 미래를 기준으로 판단하겠다. 탄핵은 두렵지 않다”는 입장을 밝혔다고 한다.
19일 국무회의에 오르는 6개 법안 지난달 민주당이 일방적으로 통과시킨 법안들이다. 윤석열 대통령의 탄핵소추안 의결 전부터 정부와 여당이 반대 의견을 밝혀왔다. 송미령 농림축산식품부 장관은 농업 4법 통과 뒤 “남은 쌀을 강제매수하는 농망 4법”이라 비판했고, 최상목 경제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도 국회 예산안 자동 부의 폐지가 담긴 국회법 개정안에 대해 “예산 심사 지연 우려가 있다”며 거부권 행사를 건의했다. 기업이 개인정보 보호와 영업비밀을 이유로 국회에 자료 제출을 거부할 수 없도록 하는 국회증언법 개정안은 국내외 기업들의 우려를 낳고 있다. 한 대행은 지난 14일 권한대행직을 맡은 뒤 민주당 이재명 대표와의 통화에서 6개 법안의 우려를 전하고, 최근까지도 친분이 있는 민주당 의원들에게 거부권의 불가피성을 밝혔다고 한다.
한 대행은 애초 17일 국무회의에서 6개 법안에 대한 거부권을 행사하려 했다. 하지만 여야 간 국정 안정 협의체 구성 논의를 지켜볼 필요가 있다는 제안에 한 차례 보류했다. 지난 8월 간호법 통과 때와 마찬가지로 여야 간 타협안을 만들어낼 수도 있지 않겠냐는 취지였다. 하지만 18일 국민의힘 권성동 대표 권한대행 겸 원내대표와 이 대표의 만남이 별 소득 없이 끝나자, 한 대행이 19일 임시 국무회의 소집을 결정했다는 것이 여권 인사들의 설명이다. 총리실 고위 관계자는 “회의 직전까지 국회 논의는 기다려볼 것”이라고 말했다.
민주당은 23일 여당 없이 단독으로라도 야당 추천 몫인 마은혁ㆍ정계선 헌법재판관 후보자에 대한 인사청문회를 진행하겠다는 방침이다. 반면, 권 권한대행은 지난 17일 국민의힘 원내대책회의에서 “윤 대통령의 탄핵안이 헌법재판소에서 인용되기 전까지는 한덕수 권한대행의 헌법재판관 임명은 불가능하다”고 주장했다. 현재의 6인 헌재 체제로 윤 대통령이 탄핵심판을 받아야 한다는 의미로, 그럴 경우 단 한 명의 헌법재판관만 반대해도 윤 대통령의 탄핵은 기각된다. 총리실 고위 관계자는 18일 기자들과 만나 한 대행의 헌법재판관 임명 가능성과 관련해 “여러 가지 해석도 있고 논란도 있기 때문에 다양한 의견을 좀 들어봐야 할 것 같다”며 “그 방안은 앞으로 검토할 것”이라고 결론을 유보했다. 여권 고위 관계자는 “거부권 행사도, 헌법재판관 임명도 법적으로 권한대행이 못 할 이유는 전혀 없다”며 “결국 한 대행 결단의 영역”이라고 했다.
민주당이 한 대행에 대한 탄핵을 시도할 경우 권한대행 탄핵 정족수에 대한 논란 역시 남은 쟁점이다. 한 대행을 기존 국무총리로만 한정한다면 재적 의원 과반(150석)으로 탄핵이 가능하지만, 대통령 권한대행에 따른 대통령직으로 간주하면 재적 3분의 2(200석)가 찬성해야 탄핵된다. 권한대행 탄핵은 전례가 없고, 법적으로 명문화된 조문도 없어 여야의 입장은 첨예하게 엇갈리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