野, 한덕수 거부권에도 탄핵 보류…"헌재 구성·내란 특검 지켜봐야"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가 19일 오전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민주당 정책 디베이트Ⅱ '행복하고 정의로운 대한민국, 상법 개정 어떻게 할 것인가?' 토론회에서 발언을 하고 있다. 2024.12.19/뉴스1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가 19일 오전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민주당 정책 디베이트Ⅱ '행복하고 정의로운 대한민국, 상법 개정 어떻게 할 것인가?' 토론회에서 발언을 하고 있다. 2024.12.19/뉴스1

 
더불어민주당이 한덕수 대통령 권한대행에 대한 탄핵 추진을 보류하기로 했다. 조승래 민주당 수석대변인은 19일 한 대행의 6개 법안 재의요구 직후 “즉각적인 조치를 해야 한다는 의견들이 많은 것도 사실이나, 관련 논의가 진행 중이고 결론을 내지는 못했다”고 말했다.

당장 한 대행 탄핵을 추진하는 대신 헌법재판관 임명과 김건희 특검 및 내란 특검에 대한 한 대행의 결정을 지켜본 뒤 판단해도 된다는 게 당 지도부 생각이다. 민주당은 이날 특히 “헌법재판관을 임명하라”고 재차 주장했다. 조 대변인은 “현재 국회가 진행 중인 헌법재판관 절차가 완료되는 대로 (한 대행이) 즉시 임명해야 한다”며 “오늘 거부권을 썼으니 헌법재판관은 당연히 임명할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노종면 원내대변인도 이날 오전 “적극적 권한인 거부권을 행사한다면, 헌법 재판관 임명이라는 소극적 권한 행사를 안 할 명분이 줄어든다”고 주장했다.

민주당은 애초 한 대행 탄핵을 추진하려 했다. 계엄 직후 윤석열 대통령이 주도한 내란의 공범으로도 지목했다. 하지만 윤 대통령 탄핵안이 국회에서 가결된 다음날 이재명 대표가 “너무 많은 탄핵은 국정 혼선을 초래할 수 있다”고 입장을 선회했다. 항후 탄핵 정국에서는 한 대행 체제를 유지하는 게 야당에 유리할 수 있다는 계산이었다.

민주당 입장에선 당장 ‘헌재 구성 문제’가 급선무다. 윤 대통령이 임명한 정형식 재판관이 탄핵 심판의 주심을 맡고, 국민의힘이 청문회 불참 등으로 헌재 구성을 지연시키려는 상황에서 민주당은 현재 공석인 국회 추천 몫 3인(여당 추천 1인, 야당 추천 2인)을 하루빨리 채워 넣으려 한다. 중진 의원은 통화에서 “이제부터는 윤석열 탄핵과 내란 처벌, 두 가지를 문제없이 진행하는 게 최우선”이라며 “나머지 문제는 탄핵과 특검이 무사히 진행된 뒤에 다뤄도 늦지 않다”고 말했다.

한덕수 대통령 권한대행이 19일 서울 종로구 정부서울청사에서 열린 임시 국무회의에서 개회를 선언하고 있다. 대통령실사진기자단 중앙일보 김현동 2024.12.19

한덕수 대통령 권한대행이 19일 서울 종로구 정부서울청사에서 열린 임시 국무회의에서 개회를 선언하고 있다. 대통령실사진기자단 중앙일보 김현동 2024.12.19

 
내란 특검법과 김건희 특검법을 국무회의에서 의결·공포하고, 각 특별검사 추천을 의뢰해 임명장을 수여하는 것 역시 한 대행의 손을 거쳐야 한다. 윤 대통령에 대한 사법처리를 벼르는 민주당으로서는 한 대행의 협조가 필수인 셈이다. 박찬대 원내대표는 이날 오전 회의에서 “한 대행은 법에 따라 지체없이 상설특검 추천 의뢰부터 해야 한다”며 “내란 사태를 지속시키려는 게 아니라며 김건희 특검도 즉시 공포해야 한다”고 말했다.


일각에서는 탄핵 남발 역풍을 부담스러워하는 기류도 감지된다. 민주당 원내 관계자는 “양곡법 같은 정책법안에 대한 거부권 행사를 이유로 한 대행을 탄핵하는 건 무리”라며 “윤 대통령이 ‘야당의 무차별 탄핵’을 계엄 이유로 주장하는 상황에서 굳이 탄핵 전선을 넓힐 필요가 없다”고 말했다.

민주당은 이날 한 대행이 국회로 돌려보낸 6개 쟁점 법안에 대한 수정안 마련을 검토하고 있다. 다만, 한 대행이 향후 헌재 및 특검 문제에 비협조적일 경우에 대비해 탄핵 재추진 가능성도 열어뒀다. 노종면 대변인은 이날 “거부권을 행사한 사람의 이름만 윤석열에서 한덕수로 바뀌었을 뿐 내란 정권의 망령은 여전히 살아 있다”며 “엄중히 경고한다. 내란 부역으로 판단되는 즉시 끌어내리겠다”고 논평했다. 진성준 정책위의장도 오전 회의에서 한 대행의 “상속세 개정 재추진” 입장에 대해 “참으로 파렴치하다”고 몰아세웠다. 민주당은 이르면 20일 의원총회를 열어 한 대행 탄핵 등을 다시 논의할 계획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