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 전체 인구의 약 1%인 46만명이 금융자산 10억원 이상을 보유한 것으로 나타났다. 300억원 이상을 보유한 초고액 자산가는 1만1000명에 이른다. 부자들은 내년 트럼프 재집권 등 국내외 불확실성을 대비해 금ㆍ보석에 관심이 많았고, 중장기 투자처로는 주택을 꼽았다.
22일 KB금융지주 경영연구소의 ‘2024 한국 부자 보고서’에 따르면 지난해 말 기준으로 금융자산이 10억원 이상인 ‘부자’는 46만1000명이다. 전체 인구의 0.9%에 해당한다. 전년 대비 부자 증가율은 1%에 그쳤다. KB금융이 해당 집계를 시작한 2011년 이후 가장 낮았다. 황원경 KB금융 경영연구소 부장은 “한국 사회의 인구 감소가 부자 수에도 영향을 미치기 시작한 것으로 보인다”며“총인구와 경제활동 인구 감소 영향으로 부자 수의 정체나 감소 여부에 대한 모니터가 필요하다”고 말했다.
46만명 부자가 보유한 금융자산은 2826조원으로 1년 전보다 2.9% 증가했다. 성적표가 부진한 올해와 달리 지난해 코스피가 18.7% 상승한 영향으로 풀이된다. 금융자산이 100억원 이상 300억원 미만인 고액 자산가는 2만9000명, 300억원 이상인 초고액 자산가는 1만1000명으로 집계됐다.
부자들의 내년 재테크 전략은 ‘현재 투자 수준 유지’하는 보수적인 방향으로 기울어졌다. KB금융 경영연구소가 올해 7월 말부터 9월 6일까지 금융자산 10억원 이상을 보유한 400명을 대상으로 설문 조사한 결과다. 내년 미국 트럼프 행정부 2기가 출범하는 등 국제 정세 불확실성이 커지면서, 일단 시장을 지켜보는 ‘관망세’가 커진 것이다.
대표적인 안전자산인 ‘골드바’ 같은 금 투자 인기도 높아졌다. 부자들은 앞으로 1년 이내 단기에 고수익이 예상되는 투자처로 주식(응답자의 35.5%) 다음으로 금ㆍ보석(33.5%)을 꼽았다. 지난해 2위였던 거주용 주택(32.5%)은 3위로 밀려났다. 금을 매력적인 투자처로 꼽는 가장 큰 이유는 장기적으로 금값이 더 오를 것으로 전망하고 있어서다.
중장기 투자처로는 여전히 부동산 인기가 높았다. 상당수 부자는 거주용 주택을 비롯해 빌딩ㆍ상가, 토지 등은 중장기 시각에서 고수익이 예상된다고 봤다.
부자들은 ‘부의 이전’에도 관심이 많다. 설문 응답자의 60.8%가 올해 "상속이나 증여를 받은 경험이 있다"고 답했다. 주로 ‘현금ㆍ예적금’(53.9%)과 ‘거주용 부동산’(44.0%) 등을 받은 것으로 나타났다.
세금 부담에 해외 이민을 고민하는 부자도 많았다. 한국 부자 중 26.8%가 해외 투자 이민을 생각했고 ‘50대’(29.7%)와 ‘총자산 100억원 이상’(32.9%)의 부자가 가장 적극적으로 고려했다. 이들은 미국을 비롯해 호주, 캐나다, 뉴질랜드, 싱가포르 등지 투자 이민을 선호했다. 해외 투자 이민을 고려한 이유로는 법인세 등 기업가에게 유리한 사업 환경과 미세 먼지 등 거주 환경 요인이 가장 많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