독일 작센안할트주(州)의 주도인 마그데부르크 도심에서 열린 크리스마스 시장 한복판으로 BMW SUV 차량 한 대가 돌진한 건 지난 20일 오후 7시쯤(현지시간)이다. 차량이 인파를 뚫고 400m 가량을 질주하면서 희생자가 속출했다. 현지 언론에 따르면 9살 어린이를 포함해 5명이 숨지고 200여명이 다쳤는데, 부상자 중 41명은 중상이다.
경찰은 사건 현장 인근 트램 정류장에서 용의자인 탈렙 자와드 알 압둘모센(50)을 붙잡았다. 검거 당시 영상을 보면 탈렙은 별다른 저항 없이 경찰 지시에 따라 순순히 땅바닥에 엎드려 체포됐다. 독일 수사기관과 언론은 정신과 의사이자, 학대 받는 사우디 여성들의 독일 망명을 돕던 탈렙이 돌연 무고한 시민을 상대로 테러를 벌인 배경을 추적 중이다.
반이슬람 활동으로 유명세를 얻은 탈렙은 2019년 6월 프랑크푸르트알게마이너차이퉁(FAZ)과 인터뷰에서 “나는 역사상 가장 공격적인 이슬람 비판자”, “좋은 이슬람은 없다” 등의 논쟁적인 언사를 쏟아냈다.
이후 탈렙은 독일 당국이 이슬람의 박해를 받는 여성들을 보호하는데 실패했다는 주장을 했다고 한다. 실제로 그는 친족의 폭력을 피해 사우디에서 다른 나라로 망명하려는 여성들을 돕기도 했다. 이와 관련, FAZ는 “그가 5년 반 동안 독일과 독일의 이민정책에 점점 더 반감을 품게 됐고, 피해 망상의 징후가 엿보였다”고 전했다.
급기야 탈렙은 지난 5일 “(독일 당국이) 내 경고를 무시한다”며 “메르켈이 유럽을 이슬람화하려는 비밀 계획을 갖고 있다. 메르켈을 종신형에 처하고, 사형이 부활되면 사형에 처해야 한다”는 내용의 게시물을 SNS에 올렸다. 이어 지난 9일엔 “서구는 학살과 폭력밖에 모른다”, “살육을 해야 독일인들은 존중한다” 등의 말도 남겼다.
독일 시사 주간지 슈피겔은 “탈렙이 스스로를 좌파라 생각했지만, 실제로는 우파로 이동했다”고 지적했다. 슈피겔은 또 “탈렙이 마약 간이검사에서 양성 반응이 나왔다”고도 전했다.
참다 못한 사우디 당국은 테러 활동을 이유로 지난해부터 탈렙의 체포를 독일에 요청했지만, 독일 측은 ‘정치적 동기가 있는 요청’이란 이유로 거부했다고 한다.
반면 나치의 후신으로 의심받는 조국당(die Heimat)의 토르스텐 하이제 대표는 이날 마그데부르크에 나타나 “이런 쓸모없는 이민자들을 어떻게 해야 하느냐”며 반이민 유세를 펼쳤다. 또 이날 이민자에 대한 극우의 폭력도 보고됐다고 FAZ는 전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