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3일 국회 행정안전위원회 전체회의에 출석한 이현일 경찰청 수사기획계장은 비상계엄 당시 방첩사 수사조정과장으로부터 전화를 받았을 때 “체포조라는 이야기를 들었다”고 말했다. 이 계장은 “방첩사에서 ‘국회 쪽으로 출동하는데 체포 인력이 온다. 현장이 혼란스러우니 안내할 인력이 필요하다. 5명의 명단을 달라’고 했다”고 했다.
앞서 검찰은 방첩사의 정치인 등 체포 계획에 경찰 국가수사본부(국수본)이 가담했다는 의혹을 제기했다. 여인형 방첩사령관 등을 조사하는 과정에서 “체포 명단을 하달받고 경찰에 협조를 요청했다”는 진술이 나오면서다.
이날 경찰 증언에 따르면 방첩사가 경찰에 요청한 인력은 비상계엄 당시 국회 주변을 안내할 목적의 현장 인력 10명과 합동수사본부 구성에 대비한 수사관 약 100명이다. 이 계장은 “명단을 준 (10명의) 형사에겐 수갑도 없었다”며 “당시 현장이 혼란스러워 단순히 길 안내로 이해하고 활동한 것이지 체포의 개념을 갖고 한 게 아니다”라고 말했다. 이어 “(방첩사가) 형사 파견이라고 하지는 않았고, 형사를 보낸 건 우리가 판단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이 계장으로부터 이를 보고받은 윤승영 수사기획조정관은 자정쯤 열린 경찰 지휘부 회의에서 조지호 경찰청장에게 오후 11시 58분에 보고했다고 말했다. 윤 조정관은 “원칙적으로 인력 파견의 최종 권한은 경찰청장에 있고, 국수본부장에는 사후에 참고 보고하는 관례가 있다”고 설명했다.
당시 출장으로 제주도에 있었다는 우종수 국가수사본부장은 자정을 넘긴 오전 0시 38분에 윤 조정관으로부터 전화를 받았다고 했다. 우 본부장은 “합수본 100명 인력 지원을 보고받았을 때 즉시 지원해 달라는 것으로 이해했다”며 “이건 간단한 문제가 아니고 법령 등에 대한 검토가 필요한 문제이니 서울에 도착할 때까지 최대한 시간을 끌면서 응하지 말라고 지시했다”고 덧붙였다.
수사관 100명 명단은 서울경찰청에서 작성됐다. 서울청 수사부장은 “4일 오전 0시 10분쯤 국수본으로부터 요청 받아 0시 22분~36분쯤 명단 작성 및 사무실 출근을 직접 지시했다”면서도 “(광수단 실무팀장에게) 명단을 작성하되 아무에게도 보내지 말고 나한테만 달라고 했다. 명단 작성이 완료된 건 국회에서 계엄 해제가 의결된 뒤인 오전 1시 26분이었고 사무실 대기 인원을 해산시켰다”라고 해명했다. 명단이 국수본이나 방첩사로 가지는 않았단 설명이다.
우종수 “검찰의 압수수색 이례적”
현재 비상계엄 사태에 대한 내란죄 수사는 검찰 특별수사본부와 국수본·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국방부조사본부로 구성된 공조수사본부(공조본)이 주도권 경쟁을 벌이고 있다. 국수본이 방첩사의 정치인 체포 시도를 도왔다는 의혹이 사실로 드러날 경우 공조본의 수사에 대한 정당성 논란이 불거질 수 있다. 경찰 내부에선 검찰의 국수본 수사 시도를 불쾌해하는 기류도 읽힌다.
우 본부장은 국수본 특별수사단 내에서도 비상계엄에 가담한 의혹을 받는 수사관에 대한 배제가 필요하다는 주장에 대해 “동의한다”면서도 “나는 비상계엄 선포 전후부터 이 시간까지 대통령, 군 관계자, 경찰청장 등 누구로부터 계엄 관련 지시를 받은 적 없다”고 주장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