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독] "野대표 쳐다본 게 탄핵 사유냐"…법무장관 10쪽 답변서

박성재 법무부 장관이 지난 23일 헌법재판소에 탄핵심판 답변서를 제출했다. 박 장관이 제출한 10쪽 분량의 답변서에는 “12·3 비상계엄에 관여한 적 없고, 국회와 국민을 경시한 적도 없다”는 내용이 담겼다.

지난 7일 국회 본회의에서 박성재 법무부 장관이 김건희 여사 특검법안 재의요구 취지를 설명한 뒤 국무위원석으로 복귀하는 가운데 항의하는 야당 의원을 쳐다보고 있다. 연합뉴스

지난 7일 국회 본회의에서 박성재 법무부 장관이 김건희 여사 특검법안 재의요구 취지를 설명한 뒤 국무위원석으로 복귀하는 가운데 항의하는 야당 의원을 쳐다보고 있다. 연합뉴스

지난 10일 김용민 더불어민주당 의원 등 170명이 발의한 박 장관 탄핵소추안(탄핵안)은 이틀 만인 12일 본회의에서 재적 299명, 찬성 195명으로 가결됐다. 민주당은 박 장관 탄핵 사유로 ▶계엄을 막지 못하는 등 내란에 가담한 의혹 ▶계엄 이튿날 ‘안가 회동’에서 2차 계엄을 논의한 의혹 ▶국회와 국민을 무시하는 태도 등 크게 세 가지를 들었다.

구체적으로 탄핵안은 “계엄 전 국무회의에 참석하여 내란 행위로 평가될 수 있는 결정을 알 수 있는 위치에 있었음에도 (윤석열 대통령에게) 계엄 선포의 위헌성을 지적하거나 법률 검토를 통해 이를 막으려는 적극적 행동을 하지 않았다” “내란이 실패한 이후인 12월 4일 밤 서울 삼청동 대통령 안전가옥에서 이상민 전 행정안전부 장관, 이완규 법제처장 등과 가진 비밀 회동이 2차 계엄 논의를 위한 것이 아니냐는 의혹이 제기된다”고 적었다.

“국회 경시 태도” 역시 탄핵 사유로 들었다. 지난 7일 ‘김건희 특검법’ 재표결 당시 박 장관이 국회 본회의장을 중도 퇴장하며 야당 대표를 노려봤다는 게 대표적이다. 법무부가 검찰의 특수활동비 영수증과 김영철 검사 탄핵청문회 당시 장시호 서울구치소 출정기록 자료 등을 국회에 제출하지 않은 점은 국회증언감정법 등 위반이라고 했다. “22대 국회를 범죄 소굴로 보고 국회의원과 정치인을 체포 대상으로 간주하는 윤 대통령의 그릇된 인식과 맥을 같이하는 모습을 보였다” 등의 문구도 포함됐다.

지난 4일 서울 삼청동 대통령 안전가옥에서 모였다는 이른바 '안가 회동' 멤버. (왼쪽부터) 박성재 법무부장관, 이상민 전 행정안전부 장관, 이완규 법제처장, 김주현 민정수석. 중앙포토

지난 4일 서울 삼청동 대통령 안전가옥에서 모였다는 이른바 '안가 회동' 멤버. (왼쪽부터) 박성재 법무부장관, 이상민 전 행정안전부 장관, 이완규 법제처장, 김주현 민정수석. 중앙포토

24일 대리인에 따르면 박 장관은 답변서에서 국회 경시와 관련해선 “야당 대표를 노려본 사실 자체가 없다”며 “정당한 사유 없이 자료 제출을 거부한 사실도 없다”고 밝혔다고 한다. 그러면서 “사실 여부를 떠나 상식적으로 사람을 쳐다본 것이 어떻게 탄핵 사유가 될 수 있나”라고 덧붙였다. 헌법상 탄핵소추는 공무원이 직무집행에 있어 중대한 헌법·법률을 위배한 때를 요건으로 한다.


내란 가담 의혹에 대해서도 “본건 탄핵소추 사유는 전혀 사실이 아닐 뿐만 아니라, 이를 입증할 만한 어떠한 증거도 없으며, 법리적으로도 탄핵 사유를 구비하지 못했다”는 의견을 냈다.

또 “계엄 선포는 당일 저녁 윤 대통령의 연락을 받고 대통령실에 들어갔더니 국무회의가 열려 그때 알았다”는 입장을 고수했다고도 한다. “장관 취임 이후 대통령이 밤늦게 연락한 것이 처음이라 행사에서 아내와 밥을 먹다가 급하게 들어갔다. 포고령과 같은 계엄을 미리 알았다면 무슨 수를 써서라도 말렸을 것”이라고도 설명했다. 이튿날 안가 회동 역시 “앞으로 얼굴 보기 힘들 것 같아 조용한 곳에서 같이 밥을 먹은 것뿐”이라며 “후속 조치나 대응책 등을 논한 자리가 결코 아니었다”고도 했다.

답변서 ‘결론’ 부분에서 “본건 탄핵소추심판 청구는 다수의 힘을 이용하여 그야말로 국무위원의 직무를 정지시키고자 하는 부당한 의도로 의결된 것이라고 볼 수 밖에 없다”며 “신속한 기각 결정으로 정부의 법무행정 공백을 최소화시켜주기 바란다”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