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 골프장 재일교포 기업 PGM이 통일...아코디아 인수

일본 PGM의 럭셔리 브랜드 '그랜드 PGM' 세고비아 골프장. 성호준 기자

일본 PGM의 럭셔리 브랜드 '그랜드 PGM' 세고비아 골프장. 성호준 기자

일본 1, 2위 골프장 운영회사가 합쳐 세계 최대의 골프장 운영사가 탄생한다. 일본의 헤이와(平和)는 지난 19일 일본 내 최대 골프장 운영사인 아코디아 골프를 5100억엔(약 4조7000억원)에 인수했다.

헤이와는 148개의 골프장을 가진 일본 2위 골프장 운영사 퍼시픽 골프 매니지먼트(PGM)를 자회사로 두고 있는데 1위 기업 아코디아(173개의 골프장)와 합쳐 321개의 골프장을 보유한 세계 최대의 골프장 운영사로 만들 계획이다.

헤이와 측은 “규모의 경제로 비용을 절감하고 시스템을 통합해 예약 사이트나 포인트 프로그램의 표준화 등의 시너지 효과를 창출하겠다”고 밝혔다.

헤이와는 1921년 충청북도 청주에서 태어난 정동필(일본 이름 나카지마 겐키치, 中島健吉)이 만들었다. 1937년 일본으로 건너가 방위산업체에서 일한 그는 전쟁 후 전쟁과는 관련 없는 일을 하겠다는 마음으로 헤이와(平和)공업을 창업했다.

소설 『파친코』에 등장하는 재일교포 인물들처럼 결국 파친코 일을 했다. 그러면서 “현대 파친코의 아버지로서 위대한 공적을 남겼고 사회사업에도 큰 기여를 했다”는 평가를 받는다. 정동필은 2004년 골프장 운영사인 자회사 PGM 홀딩스를 설립했다.


PGM 사장 다나카 코타로는 “비용 절감, 인사 교류, 고객 공유 등 플러스 효과가 있다”며 “PGM과 아코디아 간의 경쟁으로 인해 오르던 골프 코스 인수 가격이 더 이상 오르지 않을 것”이라고 했다.

아코디아는 소프트뱅크 그룹 산하 미국 투자펀드인 포트리스 인베스트먼트 그룹이 주인이다. 소프트뱅크의 창립자 손정의의 아버지 손삼헌은 일본에서 파친코 사업을 통해 돈을 벌었다.

헤이와가 운영하는 PGM은 전반적으로 중상급 골프장이다. 아코디아의 상급 코스들을 합류시켜 브랜드 파워가 더 강해질 것으로 예상된다. 일본 골프장은 PGM 시대로 돌입했다고 봐도 과언이 아니다.

PGM은 설명회에서 “일본 골프의 전통성을 고집하는 PGM, 럭셔리 브랜드인 그랜드 PGM, 초보자부터 여성까지 다양한 서비스를 갖추고 캐주얼하고 다니기 쉬운 아코디아 등, 각 브랜드를 잘 활용하겠다”며 “아코디아 코스 중에서도 지바 나리타 골프 클럽 등은 성격이 비슷한 그랜드 PGM으로 이동할 수 있다”고 했다.

주식 취득은 2025년 1월 말로 예정되어 있다. 일본 공정거래위원회의 승인을 받아야 한다. 골프 시장의 독점 여부가 쟁점이 될 것으로 보인다.

성호준 골프전문기자
sung.hojun@joongang.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