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2·3 비상계엄을 사전 모의한 혐의로 구속된 노상원(62·육사 41기) 전 정보사령관의 수첩에 서해5도에서 북한과의 국지전을 유도하는 계획이 담긴 것으로 파악됐다. 또 ‘수거 대상’ 정치인을 해상에서 사살한다는 계획도 적힌 것으로 나타났다.
경찰 국가수사본부 특별수사단(특수단)은 노 전 사령관의 수첩엔 “연평도 등 서해5도 일대에서 북한의 포격을 유도하고 이후 반격해 국지전을 일으킨다”는 취지의 구상이 담긴 것을 파악했다. 이와 함께 체포한 정치인 등을 배에 태워 그 일대로 이동시킨 뒤 해상에서 사살하는 계획 등도 수첩에 적혔다고 한다. 경찰은 북한으로부터 10여㎞ 떨어진 연평도 등 서해5도에서 북한의 공격을 유도해 계엄 명분을 만들고, 정치인을 해상에서 사살한 뒤 은폐하려던 것인지 의심하고 있다.
전날 우종수 국수본부장도 국회 행정안전위원회에 출석해 노 전 사령관 수첩에 ‘NLL에서 북의 공격을 유도’와 ‘사살’이라는 표현이 있다는 취지로 말했다.
앞서 김용현 전 국방부 장관이 계엄을 위해 북한을 자극하려 했다는 의혹이 제기된 것과도 비슷한 맥락이다. 김병주 더불어민주당 의원 등은 지난 10월 북한 평양에 침투한 무인기가 북한의 보복을 유도하기 위한 것이라고 주장했고, 이후 김 전 장관이 북한의 오물풍선을 원점 타격하라고 지시했다는 증언도 나왔다.
다만 특수단은 수첩 속 내용이 얼마나 신빙성이 있는지는 아직 확인하지 못한 상태라고 한다. 특수단 관계자는 “단순히 노 전 사령관 혼자만의 생각을 적은 것인지, 실제 김용현 전 장관 등과 계엄을 모의하면서 관련 논의를 했는지는 확인되지 않았다”고 말했다. 전날 브리핑에서도 “단편적인 단어의 조각들로 적혀 있어서 전체 맥락을 잘못 해석할 우려는 있다”고 했다.
수첩을 적은 장본인인 노 전 사령관은 이날 검찰에 송치되면서 “수첩에 누구를 사살하라고 썼느냐” “NLL 북한 공격은 어떻게 유도하려고 했냐”는 질문에 묵묵부답하면서 취재진을 노려보기도 했다.
이날 노 전 사령관의 수첩 속 사살 대상에 이성윤 민주당 의원도 포함됐다는 의혹도 제기됐다. 이 의원은 지난 2020년 서울중앙지검장 재직 시절 최강욱 전 민주당 의원을 업무방해 혐의로 기소하라는 윤석열 대통령(당시 검찰총장) 지시를 따르지 않아 갈등을 빚었다. 이 의원은 이날 기자회견을 열고 “‘내란 수괴’ 윤석열은 너무 위험하다”며 “즉각적인 체포와 구속을 촉구한다”고 말했다.
앞서 경찰은 노 전 사령관이 활동한 경기 안산의 점집을 압수수색해 손바닥 크기의 수첩을 확보했다. 60~70쪽 분량의 이 수첩엔 계엄 관련 내용이 다수 담겼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