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치 상황 영향 없도록 최선"
윤 대통령의 비상계엄 선포 엿새 후인 지난 9일부터 사흘 동안 서울에서 열린 APEC 비공식 고위관리회의(ISOM)에서도 한국의 의장국 수행 역량에 의문을 제기하는 국가는 없었다는 게 외교부의 설명이다. 정상회의에 앞서 내년 내내 경주뿐 아니라 서울, 인천, 부산, 제주 등에서 고위관리회의와 다양한 각료급 회의도 열리는데, 이를 성공적으로 진행하는 것 역시 중요한 '회복 신호'가 될 수 있다.
다만 야권의 한 대행 탄핵 추진에 따라 APEC 준비가 차질을 빚을 수 있다는 우려도 나온다. 한 대행은 국무총리로서도 지난 8월부터 APEC 정상회의 준비위원장을 맡고 있다. 외교부 당국자는 향후 상황에 대해 "(탄핵안이 가결)되면 검토해보겠다"며 말을 아꼈다.
트럼프·시진핑 참석 관건
정부는 최근 한·중 관계가 개선 흐름을 보이는 데다 중국이 2026년 APEC 의장국인 만큼 시 주석 참석을 적극적으로 견인한다는 방침이다. 외교부 당국자는 "중국은 최고위급에서 APEC에 높은 관심을 갖고 있다"며 "(시 주석의) 참석 여부는 초청장이 나간 뒤 확답을 받겠지만 (사전) 회의 과정에서 긴밀히 협의할 것"이라고 설명했다. 앞서 조 장관도 "(지난 10년 동안) APEC 정상회의에 시 주석이 불참한 선례가 없기 때문에 그런 전제 하에 중국 당국과 얘기하고 있다"(지난 18일, 외교부 장관·경제부총리 합동 외신 간담회)고 말했다.
계엄 사태 뒤 처음 이뤄진 지난 24일 한·중 외교장관 통화에서 한국뿐 아니라 중국 측이 "한국의 APEC 주최를 지지한다"고 보도자료에 명시한 것 또한 긍정적으로 읽힐 여지가 있다. 시 주석이 내년에 방한할 경우 2014년 이후 11년 만이다.
다만 탄핵 국면에서 김대기 차기 주중 대사 내정자의 부임이 사실상 백지화되는 등 대중 외교 공백에 대한 우려도 커지고 있다. 정부 소식통은 "전례를 보면 적어도 내년 초부터 정상 섭외를 위한 물밑 작업이 숨 가쁘게 이뤄져야 하는데 주중 대사 공석 등 리더십이 실종돼 큰일"이라고 우려했다.
앞서 2005년 부산 APEC 정상회의 땐 당시 조지 부시 미국 대통령, 후진타오(胡錦濤) 중국 국가주석, 고이즈미 준이치로(小泉 純一郎) 일본 총리,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 등 미·중·일·러 '4강'을 포함한 주요국 정상이 다수 참석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