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년이 온다' 밀리언셀러...노벨문학상에 뜨겁게 화답한 독자들[2024출판계]

한강 작가가 11일 스웨덴 스톡홀름의 도서관에서 아이들을 만난 모습. [로이터=연합뉴스]

한강 작가가 11일 스웨덴 스톡홀름의 도서관에서 아이들을 만난 모습. [로이터=연합뉴스]

 
한강 작가의 노벨상 수상은 문화계는 물론 한국 사회 전체로도 올해의 톱 뉴스감. 한국 첫 노벨문학상 소식에 독자들은 빠르게, 그리고 뜨겁게 화답했다. 지난 10월 10일 수상자 발표 직후부터 책 주문이 폭주해 서점 매대의 물량이 동나는 등 전례 없는 일들이 벌어졌다.  

판매량도 놀랍다. 덕분에 최근 서점가에서 보지 못한 연간 밀리언셀러, 즉 한 해 판매량이 100만부 넘는 책이 탄생했다. 출판사 창비에 따르면 『소년이 온다』는 120만부가,  『채식주의자』는 97만부가 노벨상 발표 이후 새로 판매됐다. 『채식주의자』는 2007년 출간 이후 기존의 판매부수도 100만부를 넘었던 작품. 2014년 출간된 『소년이 온다』는 기존 판매부수가 57만부였다. 그 두 배가 노벨상 발표 이후 두 달여 만에 새로 나간 셈이다. 

22일 서울 교보문고 광화문점 베스트셀러 진열대에 놓여 있는 한강 작품들. [연합뉴스]

22일 서울 교보문고 광화문점 베스트셀러 진열대에 놓여 있는 한강 작품들. [연합뉴스]

 
놀라운 속도는 문학동네가 펴낸 『작별하지 않는다』도 마찬가지. 2021년 출간된 최신작으로 노벨상 발표 이후 84만부를, 같은 출판사가 펴낸  『흰』은 33만부를 새로 제작했다. 문학과지성사가 펴낸 6종의 한강 책들 역시 유일한 시집 『서랍에 저녁을 넣어 두었다』의 23만부를 포함해 53만부를 새로 배본했다. 판매·제작·배본 등 출판사마다 집계 기준이 다르지만, 열거한 책들만을 합해도 어림잡아 400만부에 가깝다. 

특히 1980년 광주의 아픔을 다룬 『소년이 온다』는 12월 들어 노벨상 시상식은 물론 계엄령 선포와도 맞물려 관심을 더한 것으로 보인다. 창비 염종선 대표는 "계엄령 이후 시위 현장에 책을 갖고 나온 독자들도 있었다"고 전했다.  

교보문고, 예스24의 올해 베스트셀러 순위는 1~3위를 포함해 10위 중 절반을 한강 책이 차지했다. 두 서점은 '한강 효과'가 다른 문학서 판매 증가에도 영향을 미친 것으로 보고 있다. 교보문고가 '소설'과 '시/에세이'로, 예스24가 '문학'으로 분류한 책들의 판매량은, 한강 책을 제외하고도 노벨상 발표 이후 11월 말까지 전년 대비 각각 30.0%, 26.6%, 13.7%가 늘어난 것으로 집계됐다. 다만 교보문고는 올해 베스트셀러 100위권의 평균 판매량이 지난해보다 18.4% 늘었지만, '한강 효과'를 제외하면 8.1% 줄었다고 밝혔다.  


사실 최근 출판계는 노벨상의 감격에도 어려움을 호소하는 목소리가 높다. 팬데믹 시기 전반적으로 도서 판매가 늘어났던 것과 달리 출판시장이 위축된 데다 전망도 밝진 않다. 이를테면 성인 독서율은 꾸준한 하락세다. 문체부가 올봄 발표한 2023년 성인 독서율, 즉 교과서·수험서·만화·잡지 등을 제외하고 일반도서를 1년에 1권 이상 읽은 성인의 비율은 43.0%에 그쳤다. 1994년 조사의 86.8% 이후 역대 최저치다.   

지난 6월 서울국제도서전 마지막날 관람객이 북적이는 모습. [연합뉴스]

지난 6월 서울국제도서전 마지막날 관람객이 북적이는 모습. [연합뉴스]

 
이런 와중에 지난 6월 서울국제도서전은 젊은 독자들의 열기와 함께 성황을 이뤄 화제가 됐다. 5일간 관람객이 15만명. 지난해의 13만명보다 2만명 늘었다. 어린이책도 좋은 소식이 들려왔다. 수상은 못 했지만 이금이 작가가 올해 한스 크리스티안 안데르센상 글 작가 부문 최종 후보에 올랐다. 이수지 작가가 2022년 같은 상의 그림 작가 부문을, 백희나 작가가 2020년 아스트리드 린드그렌 추모상을 수상한 데 이어 한국 어린이책에 세계 무대의 조명이 이어졌다.  

독일 철학자 아르투어 쇼펜하우어(1788~1860). 중앙포토

독일 철학자 아르투어 쇼펜하우어(1788~1860). 중앙포토

 
쇼펜하우어는 올해 베스트셀러의 또 다른 주역. 염세주의 철학자로 알려진 그의 말과 생각을 담은 책들이 지난해 말부터 인기를 끌었다. 그중 『마흔에 읽는 쇼펜하우어』(강용수 지음)는 교보문고와 예스24 모두 베스트셀러 10위권에 들었다. 지난해 9월 출간 이후 배우 하석진이 읽는 모습이 TV에 비춰져 폭발력을 더했고 지금까지 46만부가 팔렸다. 유노북스 이현정 팀장은 "''삶은 고통'과 같은 오히려 따뜻하지 않은 쇼펜하우어의 말이 지금 시대 독자들에게 위로로 다가온 것 같다"고 말했다.   

책 '이처럼 사소한 것들'의 작가 클레어 키건. ⓒPhilippe Matsas

책 '이처럼 사소한 것들'의 작가 클레어 키건. ⓒPhilippe Matsas

 
클레어 키건의 인기도 빼놓을 수 없다. 이 아일랜드 작가는 영화 '말없는 소녀'의 원작인 『맡겨진 소녀』로 지난해에야 처음 한국에 소개됐다. 영화평론가 이동진 등 명사들의 추천 속에 관심이 이어졌고 올해 영화로도 개봉한 신작 『이처럼 사소한 것들』은 예스24와 알라딘이 각각 독자 투표로 정한 '2024 올해의 책'에서 나란히 1위에 꼽혔다. 출판사 다산북스에 따르면 10만부 넘게 팔렸다. 교보문고, 예스24의 베스트셀러 집계에서도 외국 소설 중에 가장 높은 순위를 차지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