육서영은 27일 화성체육관에서 열린 V리그 여자부 3라운드 도로공사와의 경기에 마스크를 쓰고 출전했다. 사흘 전 감기에 걸린 탓이었다. 눈도 충혈되고, 목소리도 가라앉았다. 어지럼증까지 느꼈다. 김호철 IBK기업은행 감독은 "연습도 별로 하지 못했다"고 했다.
아이러니하게도 올 시즌 최고의 경기력이 나왔다. 1세트에서 5점을 올린 육서영은 2세트에선 주포 빅토리아 댄착보다 더 많은 7점을 올렸다. 최종 득점은 올 시즌 두 번째로 많은 16점. 지난 GS칼텍스전(17점)에서 3-0 승리를 거둔 걸 감안하면 이날 경기 활약이 더 대단했다. 공격성공률은 무려 60.87%나 됐다.
경기 전날 세터 천신통과의 소통을 한 게 도움이 됐다. 육서영은 "신통 언니가 내게 이런 볼을 줬으면 좋겠다는 이야기를 했다. 공격하는 선수들이 때리기 힘든 영상도 보여줬다. 오늘은 그런 토스가 없어서 편하게 공격할 수 있었다. 올 시즌 최고의 호흡이었다"고 말했다. 천신통도 "소통이 잘 돼서 좋은 호흡이 나왔다. 아픈데도 너무 잘 때려서 놀라움을 금치 못했다"고 했다.
육서영은 올해 프로 6년차다. 데뷔 때부터 장신 아웃사이드 히터 자원으로 기대를 모았다. 하지만 주전으로 도약하진 못했다. 그러나 올 시즌 FA로 영입된 이소영이 부상을 당하면서 황민경과 함께 꾸준히 선발 출전하고 있다. 이미 지난 시즌 전체 득점(156점)보다 더 많은 188점을 기록했다. 2022~23시즌 기록한 270득점도 충분히 뛰어넘을 전망이다. 공격성공률 10위, 리시브 효율 10위, 득점 14위 등 커리어하이 시즌을 보내고 있다.
육서영은 "비시즌을 준비하면서 감독님이 계속 믿음을 줬다. 아시아쿼터 선수가 세터니까 호흡적인 면에서 더 많이 맞췄다. 그게 시즌 들어와서 잘 나오는 것 같아서 좋다"고 말했다.
황민경과 김채원의 서브 리시브가 좋다 보니 상대팀은 아무래도 육서영에게 서브를 많이 넣는다. 육서영은 "나한테 모든 서브가 온다고 생각을 한다. 내가 공을 잘 보내지 못해도 다른 선수들이 있고, 잘 안됐을 때 신통 언니가 잘 해줘서 공격이 되면 다른 선수들이 때릴 수 있기 때문에 부담은 없다"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