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살려주세요" 불 타는 꼬리칸서 비명…긴박했던 승무원 구조 순간

지난 29일 오전 9시 7분쯤 전남 무안국제공항에서 착륙 중이던 항공기가 활주로를 이탈해 소방당국이 출동, 진화작업을 벌이고 있다. 연합뉴스

지난 29일 오전 9시 7분쯤 전남 무안국제공항에서 착륙 중이던 항공기가 활주로를 이탈해 소방당국이 출동, 진화작업을 벌이고 있다. 연합뉴스

"살려주세요." 

지난 29일 오전 9시 15분쯤 무안 제주항공 사고 현장에 출동했던 한 소방관은 여객기 몸통에서 떨어져 나간 꼬리 쪽에서 이 같은 애타는 목소리를 들었다. 제주항공 참사 생존자 중 한명인 20대 여성 승무원 A씨의 구조 요청이었다. 당시 꼬리 입구 쪽엔 불이 붙어 있었다고 한다. 

31일 전남소방본부 등이 전한 사고 당시 긴박했던 상황은 이렇다. 119구조대는 사고 11분 만인 29일 오전 9시 14분쯤 현장에 도착했다. "살려 달라"는 말을 들은 소방대가 꼬리 부분에 난 불을 끄고 안으로 들어갔더니 A씨는 쓰러진 철제 캐비닛에 깔려있었다.  

다른 생존자인 30대 남성 승무원 B씨는 상처를 입고 서 있던 상태였다고 한다. 오전 9시 23분쯤 소방대는 B씨를 먼저 구조했다. 27분 뒤인 9시 50분쯤엔 A씨를 누르고 있던 캐비닛을 유압 장비로 들어 올린 뒤 구조했다. 

구조 당시 A씨는 의식이 있고 말도 가능한 상태였지만, B씨는 충격이 심해 넋이 나간 상태였다고 출동 소방대원의 말을 인용해 JTBC는 30일 전했다. B씨는 "내가 왜 여기 있냐"고 묻기도 했다고 한다. 


B씨는 충격 때문에 병원으로 옮겨진 뒤에도 사고 과정을 잘 기억하지 못했다. B씨가 이송된 서울 강서구 이대서울병원에 따르면 그는 "깨어보니 구조돼있더라"고 말했다. 전남소방본부 관계자는 동아일보에 "생존자 2명을 구조한 상황이 그만큼 긴박했다"고 전했다. A씨와 B씨는 머리 등을 다쳐 현재 병원에서 치료 받고 있다. 

제주항공은 이들에 대한 지원을 약속했다. 송경훈 제주항공 경영지원본부장은 지난 30일 강서구 메이필드호텔에서 3차 브리핑을 열고 "생존한 승무원들이 완치될 때까지 필요한 모든 지원을 아끼지 않겠다"며 "현재 중환자실에 있는 분도 있는데 절대적으로 안정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김주원 기자

김주원 기자

이 사고로 탑승객 181명 가운데 179명이 숨지고 2명이 다쳤다. 이는 국내에서 발생한 여객기 사고 가운데 최대 규모의 인명피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