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동빈‧정용진‧손경식 “어느 때보다 어렵다”…승부수는 AI‧글로벌

내수 침체가 장기화할 가능성이 큰 가운데 유통 산업계의 신년사에선 산업의 구조적 변화에 더 빠르게 대처해야 한다는 위기감이 드러났다. 주요 유통·식품 기업 총수들은 해결책으로 인공지능(AI), 글로벌 영역 확대, 스페셜티(고부가가치 제품) 시장 공략 등을 꼽았다.  

2일 신동빈 롯데그룹 회장은 “저성장 기조로 인한 내수 시장 침체는 장기화할 것이고 저출산‧고령화에 따른 인구구조 변화는 더욱 가속할 것”이라고 운을 뗐다. 이어 “사회 전반에 걸친 큰 변화 속에서 우리가 혁신하지 않으면 더 큰 위기를 맞이할 수 있다”고 말했다. 올해 대내외 환경이 지난해보다 좋지 않을 것이라는 전망이다. 

손경식 CJ그룹 회장(한국경영자총협회 회장)이 지난달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경제4단체 비상간담회에서 모두발언을 하고 있다. 중앙포토

손경식 CJ그룹 회장(한국경영자총협회 회장)이 지난달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경제4단체 비상간담회에서 모두발언을 하고 있다. 중앙포토

손경식 CJ그룹 회장도 이날 신년사를 통해 내수 소비 부진에 대한 우려를 드러냈다. 손 회장은 “전 세계적으로 미국을 제외한 거의 모든 나라에서 소비와 투자 부진이 지속한 한해”라며 “올해는 내수 소비 부진이 계속될 것으로 예상하고 글로벌 통상 환경 및 정세의 급격한 변화와 더불어 인구 고령화, 경제 양극화, 기후 변화, AI 혁신이 가속화되며 유례를 찾을 수 없는 복합적 구조 변화가 이어질 것”이라고 걱정했다.  

손 회장은 고령 인구 증가와 경제 양극화로 향후 소비 행태가 근본적으로 바뀌고 매년 심화하는 기후 변화도 향후 생활문화를 바꾸는 요소가 된다고 봤다. 그는 “(이런 변화는) 장기적으로 기존 사업 방식에 중대한 도전이 될 것”이라며 “AI 기술의 활용 여부가 기업의 핵심 경쟁력을 결정짓는 날이 머지않았다”고 말했다. 해외 사업도 강조했다. 손 회장은 “글로벌 영토 확장을 통한 성장동력 확보, 각 사업의 잠재적 기회를 최대한 발굴하라”라고 주문했다.

신동빈 롯데그룹 회장. 롯데

신동빈 롯데그룹 회장. 롯데

 
신 회장도 체질 개선, 생산성 향상과 함께 AI에 집중할 것을 주문했다. 신 회장은 “지난해 다양한 영역에서 AI 내재화를 위한 발판을 다져왔다”며 “올해는 비즈니스 모델 창출과 비용 절감 등 유의미한 성과가 나올 수 있도록 더욱 힘써야 한다”고 말했다.  


정용진 신세계그룹 회장도 올해 경영 환경에 대해 우려했다. 정 회장은 신년사를 통해 “고물가와 불경기 등으로 시장 상황이 나쁘지만, 이럴 때도 기업은 도전하고 성장해야 한다”라고 밝혔다. 정 회장은 “본업에 대해 집요하게 고민하고 실행해야 한다”고 당부했다. 늘 새로움을 갈망하는 ‘1등 고객’을 제대로 아는 것이 본업이자 경쟁력이라는 것이다. 정 회장은 “본업은 오늘의 신세계그룹을 있게 한 성장 엔진이며 엔진의 핵심 연료는 1등 고객”이라며 “그들은 기업이 새로운 가치와 혁신을 내놓을 때 기꺼이 비용을 지불한다”고 말했다.  

정용진 신세계그룹 회장. 신세계

정용진 신세계그룹 회장. 신세계

 
김윤 삼양그룹 회장은 이날 경기도 성남시 판교 디스커버리센터에서 열린 시무식에서 삼양의 기업 소명인 ‘생활의 잠재력을 깨웁니다. 인류의 미래를 바꿉니다’를 강조했다. 김 회장은“삼양의 소명은 임직원 모두가 지켜야 할 새로운 지향점이자 존재 이유”라고 설명하며 “스페셜티(고부가가치 제품)와 혁신 솔루션을 통해 더 건강하고 편리한 삶을 제안하자”고 다짐했다. 

윤홍근 제네시스BBQ 회장이 지난 1일 열린 신년식에서 신년사를 하는 모습. BBQ제네시스

윤홍근 제네시스BBQ 회장이 지난 1일 열린 신년식에서 신년사를 하는 모습. BBQ제네시스

 
무안 제주항공 참사 희생자를 위한 애도의 시간을 마련하기도 했다. 윤홍근 제네시스BBQ그룹 회장은 지난 1일 경기도 이천 치킨대학에서 열린 신년식에 앞서 희생자의 명복을 빌며 유가족에게 위로의 메시지를 전달했다. 제네시스BBQ는 올해 창립 30주년을 맞았다. 윤 회장은 “국내외 불확실성 위기 속에서 기회를 찾는 ‘유지경성’(有志竟成, 뜻이 있으면 반드시 이룰 수 있다)의 자세로 세계 최고의 프랜차이즈 그룹으로 성장해 나가자”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