철새 박쥐 수천㎞ 이동 비밀…"폭풍 타고 하룻밤 380㎞ 비행"

수천㎞를 이동하는 유럽 작은멧박쥐. 연합뉴스

수천㎞를 이동하는 유럽 작은멧박쥐. 연합뉴스

 
철새처럼 대륙을 수천㎞ 가로지르는 박쥐의 이동에 관한 비밀이 풀렸다. 이들은 폭풍전선 바람을 이용해 하룻밤에 최장 380㎞ 이상을 비행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독일 막스 플랑크 동물행동 연구소(MPIAB) 에드워드 허미 박사팀은 3일 과학 저널 사이언스(Science)에서 유럽 대륙을 가로질러 이동하는 작은멧박쥐(common noctule bat)에 초경량 지능형 센서를 부착해 추적한 결과 이들이 적은 에너지로도 멀리 날아갈 수 있었던 이유를 규명했다며 이같이 밝혔다. 

허미 박사는 "이번 연구에서 박쥐가 이동하는 경로뿐 아니라 이동 중 어떤 경험을 했는지도 볼 수 있었다"면서 "박쥐가 큰 대가를 치르며 위험한 여정을 하는 도중 내리는 결정에 대해 통찰력을 얻을 수 있었다"고 말했다. 

북미, 유럽, 아프리카에 사는 일부 박쥐는 대륙을 가로질러 수천㎞ 장거리 비행을 하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하지만 박쥐의 장거리 이동은 매우 드물고 관찰하기 어려워 이들의 비행과 이동 전략은 그동안 수수께끼로 남아 있었다고 연구팀은 설명했다. 

초경량 지능형 센서를 부착한 작은멧박쥐. 연합뉴스

초경량 지능형 센서를 부착한 작은멧박쥐. 연합뉴스

 
연구팀은 매년 봄 중부 유럽 전역으로 이동하는 작은멧박쥐 71마리에 0G 무선 네트워크(0G wireless network)에 연결할 수 있는 1.2g 초경량 지능형 센서를 부착한 뒤 이들의 위치, 활동, 환경 등 데이터를 매일 수집했다. 


그 결과 작은멧박쥐들은 46일 동안 최대 1116㎞를 비행한 것으로 나타났다. 그중 한 마리는 이전 기록된 같은 종의 하룻밤 최장 비행 거리보다 200㎞ 정도 먼 383㎞를 날았다. 또 따뜻한 밤에 다가오는 폭풍 전선에 맞춰 비행하는 것을 선호했으며, 비행에 드는 에너지를 아끼기 위해 바람을 등지고 날아가는 전략을 사용하는 것으로 밝혀졌다. 

다만 생존에 많은 에너지가 필요한 박쥐들은 한번 이륙한 뒤 장거리를 비행하는 철새와 달리 먹이활동을 위해 이동을 자주 멈췄고, 경로도 일직선이 아니라 여러 지점으로 도약하는 패턴을 보였다. 

연구팀은 박쥐의 계절별 이동에 생리적·환경적 요인이 큰 영향을 미쳤다고 설명했다. 허미 박사는 "야행성 여행자인 박쥐는 높은 에너지 소비, 인간 활동의 위협, 곤충 개체수 감소, 기후 변화 등으로 어려움에 직면해 있다"며 "박쥐의 행동과 이동 방식을 이해하면 이들을 위험으로부터 보호하는 데 도움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