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가 이겼다" 태극기 흔든 지지자들…"치외법권이냐" 반대편선 격앙

 
3일 오후 1시 35분쯤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공수처)가 윤석열 대통령에 대한 체포영장 집행을 중단했다는 소식이 전해지자 서울 한남동 대통령 관저 앞에 환호성이 울렸다. 모여있던 윤 대통령 지지자들은 “대한민국에 대통령 체포는 없다”고 소리 질렀다. 반면 윤 대통령 체포를 촉구한 시민들은 “대통령 관저는 치외법권이냐”며 격앙된 반응을 보였다.

공수처는 이날 오후 공지를 통해 “체포영장 집행과 관련해 계속된 대치 상황으로 사실상 체포영장 집행이 불가능하다고 판단했다”며 “집행 저지로 인한 현장 인원들 안전이 우려돼 오후 1시 30분쯤 집행을 중지했다”고 밝혔다.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 이대환 부장검사 등 수사관들이 3일 서울 용산구 한남동 윤석열 대통령 관저에서 체포 영장 집행에 실패한 뒤 관저에서 철수하고 있다. 연합뉴스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 이대환 부장검사 등 수사관들이 3일 서울 용산구 한남동 윤석열 대통령 관저에서 체포 영장 집행에 실패한 뒤 관저에서 철수하고 있다. 연합뉴스

 
체포 규탄 집회는 축제 분위기로 변했다. 일부 참가자들은 일어서서 힘차게 태극기와 성조기를 흔들고, 무대에서 흘러나오는 노랫가락에 맞춰 춤을 췄다. “우리가 이겼다” “불법 영장 원천무효” 등 구호를 외치며 웃는 얼굴로 악수하는 참가자도 보였다. 주최 측 사회자는 “공수처가 다시 돌아올 수 있기 때문에 방심하면 안 된다”며 “철수하는 공수처 직원을 다 체포하라”고 외쳤다.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공수처)가 3일 윤석열 대통령 체포영장 집행을 시도한 가운데 서울 용산구 관저 인근에서 윤 대통령 지지자들이 체포영장 집행에 반대하는 집회롤 열고 구호를 외치고 있다. 최기웅 기자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공수처)가 3일 윤석열 대통령 체포영장 집행을 시도한 가운데 서울 용산구 관저 인근에서 윤 대통령 지지자들이 체포영장 집행에 반대하는 집회롤 열고 구호를 외치고 있다. 최기웅 기자

 
인천에 거주하는 오모(64)씨는 “어차피 오늘 공수처가 체포하긴 어려울 것 같았다”며 “경계를 늦춰선 안 된다”고 말했다. 후손을 지키기 위해 집회에 나왔다는 최모(63)씨는 “유튜브를 보면 부정선거가 심하다는 것을 알 수 있다”며 “계엄은 대통령이 승부수를 던진 것”이라고 주장했다.   

반면에 체포 불발에 허탈해하는 시민도 많았다. 특히 집회로 골머리를 앓는 인근 주민들은 불편한 기색을 내비쳤다. 관저 인근 자영업자 김모(71)씨는 “집회 참가자들이 노상 방뇨를 하거나 화장실 변기를 깨 먹는 등 여러모로 피곤하다”며 “빨리 체포돼서 동네가 조용해졌으면 좋겠다”고 했다. 한남동 주민 강모(70)씨는 “보수도 진보도 아니지만 나라가 시끄러우니까 체포가 되든 빨리 해결됐으면 한다”고 말했다. 한 유튜버는 “내란 수괴를 왜 체포하지 않는 것이냐”며 관저 앞에 설치된 질서유지선을 발로 차다 경찰에 연행됐다.  


3일 오후 윤석열 대통령 체포영장 집행이 불발됐다는 소식이 전해진 직후, 한 유튜버가 서울 한남동 관저 인근에 설치된 질서유지선을 발로 차다 경찰에 연행되고 있다. 이영근 기자

3일 오후 윤석열 대통령 체포영장 집행이 불발됐다는 소식이 전해진 직후, 한 유튜버가 서울 한남동 관저 인근에 설치된 질서유지선을 발로 차다 경찰에 연행되고 있다. 이영근 기자

 
공수처가 5시간 넘게 관저에서 대치하는 동안 일대에선 크고 작은 실랑이가 끊이지 않았다. 윤 대통령 가면을 쓴 한 시민은 대통령 풍자 노래에 맞춰 브레이크 댄스를 추면서 지지자들을 조롱했다. 지지자들은 욕설로 응수했다. 대통령 지지자와 진보 진영 유튜버가 드잡이하는 일도 벌어졌다. 한 중년 여성은 “범죄자 이재명”이라고 외치며 질서유지선을 뚫고 관저로 진입하려다 경찰에 제지됐다.  

앞서 이날 오전 공수처가 체포영장을 집행한다는 소식이 알려지자 지지자들은 동트기 전부터 한남동 관저 일대에 결집했다. 오후가 되자 지하철 6호선 한강진역부터 국제루터교회 입구까지 400m 넘는 대기 줄이 형성됐다. 집회 참가 인원은 오전 7시쯤 600명에서 오후 2시 1만1000명(경찰 비공식 추산 인원)까지로 늘었다.  

그래픽=차준홍 기자

그래픽=차준홍 기자

 
전국민주노동조합총연맹(민주노총)은 이날 오후 3시부터 한강진역 앞에서 윤 대통령 체포를 촉구하는 1박 2일 집중 투쟁에 나섰다. 연단에 선 민주노총 발언자들은 “120명으로 어떻게 윤석열을 잡아들일 수 있겠냐” “공수처가 6시간 동안 ‘생쇼’를 하다 돌아갔다”고 비판했다. 행진을 시작한 민주노총은 질서유지선을 뜯고 신고된 집회 구역을 벗어나 관저 근처로 이동했다. 

경찰은 체포영장 집행을 가로막은 박종준 경호처장과 김성훈 경호차장을 특수공무집행방해 혐의로 입건하고 4일 출석을 요구했다. 공수처는 “향후 조치는 검토 후 결정할 예정”이라며 “법에 의한 절차에 응하지 않은 피의자의 태도에 심히 유감을 표한다”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