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통령 등과 공모해 국회를 봉쇄하고 국회‧선거관리위원회 등을 장악해 (중략) 국헌문란의 목적으로, 헌법과 법률에 위반되는 비상계엄을 대한민국 전역에 선포한 후 (중략) 폭동을 일으켰다.
지난달 27일 내란중요임무종사 등 혐의로 구속기소된 김용현 전 국방부 장관의 검찰 공소장엔 김 전 장관이 윤석열 대통령과 공모했다는 대목이 나온다. 5일 장경태 더불어민주당 의원실이 법무부에서 받은 83쪽 분량의 김 전 장관의 공소장엔 ‘대통령’이란 단어가 141차례 등장한다. 대통령실, 대통령비서실장 등은 뺀 숫자다. 기소 당사자로 피고인으로 명시된 김 전 장관(124회)보다 17번 더 언급됐다. 사건 관계인 개요에서 윤 대통령은 김 전 장관보다 먼저 등장한다. 법조계에선 검찰이 윤 대통령의 12·3 비상계엄의 정점에 있다고 본 것이라고 분석한다.
공소장에 따르면 윤 대통령은 지난해 3월 말 삼청동 대통령 안가에서 김 전 장관(당시 경호처장), 여인형 방첩사령관 등과의 식사자리에서 시국이 걱정된다고 하면서 “비상대권을 통해 헤쳐 나가는 것밖엔 방법이 없다”고 말했다고 한다. 김 전 장관은 지난해 4월 중순 한남동 경호처장 공관에서 여인형, 곽종근, 이진우 사령관과 저녁을 먹으면서 “반국가 세력 때문에 나라가 어려움이 있다”고 했다. 이들이 서로 협력할 수 있는 계기가 됐다고 검찰은 판단했다. 실제 여 사령관 등은 지난해 5월 강남에서 만나 계엄이 현실성이 있는지 논의했다고 한다.
윤 대통령은 지난해 8월 “현재 사법체계 하에선 (정치인과 민주노총 관련자)들을 어떻게 할 방법이 없으므로 비상조치권을 사용해야 한다”는 취지로 말했다. 10월 1일 국군의 날 시가행진이 끝난 뒤엔 직접 준비한 음식들로 김 전 장관 등과 식사하면서 관련 이야기를 이어갔다. 김 전 장관은 대통령이 비상계엄 선포를 결심할 때에 대비해 지난해 11월 24일부터 계엄선포문, 포고령 초안을 쓰기 시작했다. 2017년 3월 박근혜 정부 시절 국군기무사령부(현 국군 방첩사령부) 주도로 작성한 계엄령 문건 등을 참조했다고 한다. “헌법상 비상조치권, 비상대권을 써야 이 난국을 해결할 수 있다(지난해 11월30일 대통령 관저)”는 윤 대통령의 발언 이후 김 전 장관 등이 비상계엄을 확신했다는 게 검찰의 판단이다.
12월 1일 윤 대통령이 “계엄을 하게 되면 필요한 게 뭐냐”고 묻자 김 전 장관은 이에 답하면서 계엄 선포문 등을 보고했다. ‘야간 통행금지’ 부문을 지우는 등 포고령을 수정하자 다음 날 윤 대통령은 “됐다”며 승인했다. “윤 대통령이 3월쯤부터 비상계엄을 염두에 두고 논의했고 11월쯤부턴 실질적인 준비가 진행됐다”는 게 검찰의 설명이다.
“계획 못 바꿔, 대통령 결단”
윤 대통령은 지난해 12월 3일 오후 국무위원과 국가정보원장 등에게 ‘대통령실로 빨리 들어오라’는 취지로 연락했다. 이때 한 총리, 최상목 부총리, 조태열 외교부 장관은 비상계엄 선포에 반대했다. 그러나 윤 대통령은 “이 상태로 놔두면 나라가 거덜 나고 경제든 외교든 아무것도 안 된다. 국무위원의 상황 인식과 대통령의 상황 인식은 다르다. 돌이킬 수 없다”고 일축했다.
이날 오후 10시 17분쯤 국무회의 구성원 11명이 모이자 윤 대통령은 대접견실에서 “지금 계획을 바꾸면 모든 게 다 틀어진다. 계엄을 선포할 수밖에 없다. 대통령의 결단이다”라고 말했다. 이어 “국무회의 심의를 했고 발표를 해야 하니 나는 간다”라며 대국민 담화문을 발표했다.
尹 “문짝 도끼로 부수고 들어가 끄집어내”
이진우 수방사령관에겐 “본회의장으로 가서 4명이 1명씩 들쳐업고 나오라고 해. 총을 쏴서라도 문을 부수고 들어가서 끌어내라”고 지시했다고 한다. 국회에서 계엄 해제 요구안이 가결된 4일 오전 1시3분 이후에도 “190명 들어왔다는 건 확인도 안 되는 거고…그러니까 내가 계엄 선포되기 전에 병력을 움직여야 한다고 했는데 다들 반대해서’라고 했다. 이어 “내가 2번, 3번 계엄령 선포하면 되는 거니까 계속 진행해”라고 지시했다고 검찰은 설명했다.
윤 대통령은 곽종근 특전사령관에게도 지난해 12월 4일 0시24분쯤 “아직 국회 내 의결정족수가 안 채워진 것 같으니 빨리 의사당 안에 있는 사람들을 데리고 나와라”라고 지시했다. 이어 “문짝을 도끼로 부수고서라도 안으로 들어가서 다 끄집어내라”라고도 했다. 홍장원 전 국가정보원 1차장에게도 연락해 “(이재명, 우원식, 한동훈 등을) 이번 기회에 싹 다 잡아들여, 싹 다 정리해”라고 말했다. “국정원에 대공수사권을 줄 테니 우선 방첩사를 도우라”라고도 했다고 검찰은 설명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