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첫 자연임신 다섯쌍둥이 “둘째, 셋째 먼저 집에 가요”

다섯쌍둥이 중 남아 형제의 퇴원을 앞두고 아기들과 엄마, 아빠, 서울성모병원 중환자실 의료진이 기념 사진을 찍었다.

다섯쌍둥이 중 남아 형제의 퇴원을 앞두고 아기들과 엄마, 아빠, 서울성모병원 중환자실 의료진이 기념 사진을 찍었다.

“드디어 오늘 둘이 처음 만나네요”
국내 첫 자연임신 다섯쌍둥이의 아빠 김준영(31) 씨는 3일 쌍둥이 중 남아 형제의 퇴원을 앞두고 이렇게 말했다. 지난해 9월 20일 서울성모병원에서 태어난 김 씨의 자녀들은 세계적으로도 드문 자연임신 다섯쌍둥이 사례로 주목받았다. 아들인 첫째, 둘째, 셋째는 800~900g, 딸인 넷째, 다섯째는 700g대인 체중으로 태어났다. 신생아 평균 몸무게(3㎏ 내외)에 훨씬 못 미쳐 신생아중환자실에서 집중 치료를 받았다. 아기들은 ‘팡팡이’라는 태명에 ‘파워레인저(5명의 전사가 주인공인 드라마)’를 합친 애칭인 ‘팡팡 레인저’로 불렸다. 이날 다섯쌍둥이 중 둘째 새찬이는 3.394kg, 셋째 새강이는 3.077kg 몸무게로 건강하게 성장해 먼저 집에 가게 됐다. 새힘이, 새별이, 새봄이도 빠른 시일 내 퇴원하기 위해 준비중이라고 서울성모병원은 밝혔다.

 다섯쌍둥이의 엄마 사공혜란(30)씨는 출산 직후부터 아이들의 면회를 하루도 거르지 않았다. 사공씨는 매일 유축한 모유를 얼려 의료진에 전달하며 아이들의 회복을 빌었다. 3개월간 크고 작은 고비가 있었다. 막내의 장에 천공이 생겼는데, 구멍의 위치나 크기를 확인하려면 응급 수술이 필요했다. 신생아 괴사성 장염이나 태변성장폐색으로 천공이 다발성으로 발생하면 정상의 장 보다 매우 짧아지는 단장증이 생기거나, 일시적으로 장루(인공항문)를 달 수도 있는 상황이었다. 다행히 천공은 한 곳에만 작게 생겨 소아외과 정재희 교수의 주도하에 치료를 그 부위만 꿰매고 고비를 넘겼다.  

 사공씨는 “출산을 위해 병실에 누워 있었을 때, 병실 밖이 소란스러워 보니 오둥이 분만을 준비하는 의료진들이었다”며 “아기가 한 명씩 세상 밖으로 나올 때 마다 통증으로 비명이 나왔는데, 교수님이 출산 과정 내내 할 수 있다며 손을 꼭 잡아주어서 버틸 수 있었다”며 분만의 기억을 전했다. 그는 “오늘 아기들을 집에 데려갈 생각에 아침에 눈이 번쩍 떠졌다”며 “입원한 아기들 면회를 갈 때마다 건강 상태를 상세히 설명해 주시고, 수술이 있거나 해서 심적으로 힘들어할 때면 교수님들과 간호사 선생님들이 꼭 안아 주시기도 하며 용기를 주셨다”고 감사 인사를 전했다.    

 쌍둥이들의 주치의인 서울성모병원 소아청소년과 신정민 교수는 “서울성모병원은 아기를 최대한 집중적으로 관찰하면서 만지는 횟수를 최소화하는 미니멀 케어로 감염관리를 철저히 하는 등 세심하게 치료하고 있는데, 함께 최선을 다 해주신 의료진분들과, 긴 병원치료 시간동안 아기를 위해 함께 인내하고 믿어 주신 부모님께도 감사를 드리고 싶다”고 말했다.  

 신생아중환자실장 소아청소년과 윤영아 교수는 “미숙아들을 치료할 때마다 내 아이라면 어떤 결정을 했을까 하는 마음으로 매 순간 최선을 다하고 있다”라며 “새찬이와 새강이가 건강히 가족 품으로 돌아가게 되어서 기쁘고, 앞으로도 세상에서 더 많이 사랑받고 건강하게 지내기를 바란다”고 말했다. 윤 교수는 “신생아 집중 치료는 오케스트라와 같아서 의사, 간호사, 타과의 협진 등 팀 워크를 잘 이뤄 좋은 하모니를 만드는 것이 중요하다”라며 “모든 아기들이 건강하게 집에 돌아갈 수 있도록 밤낮없이 애써주신 신생아중환자실 의료진 분들에게 감사의 말씀을 드리고 싶다”고 소감을 전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