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3일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공수처)의 체포영장 집행에 불응하며 한남동 관저에서 진지전을 펼치는 윤석열 대통령의 신병 처리를 두고, 여야와 대통령실 그리고 경호처와 수사기관(공수처·경찰)이 최 대행에게 각기 다른 주문을 내놓고 있다. 5일에도 “경호처에 체포영장 집행 협조를 지휘하라”는 야당과 수사기관의 압박과 “현직 대통령에 대한 위법적 수사에 관저 문을 열어줘선 안 된다”는 대통령실 및 경호처의 요구가 팽팽히 맞섰다.
이틀간 침묵하던 최 대행은 5일 오후 기재부 대변인실을 통해 “어려운 상황에서 공무 수행 중인 공무원이 다치는 일은 절대 일어나서는 안 된다. 법 집행 과정에서 시민과 공무원이 다치지 않도록 각별히 신경 써 달라”는 원론적 입장만 내놨다.
체포 문제를 두고 윤 대통령 측과 경호처 등은 ▶내란죄 공수처의 수사 대상이 아니고▶체포영장 발부 자체가 위법하며▶경호법상 현직 대통령 체포는 대통령의 위해 시도로 해석될 수 있고▶현직 대통령을 두고 최 대행이 경호처를 지휘할 순 없다고 주장하고 있다. 하나하나가 최 대행 입장에선 쉽사리 판단하기 어려운 법적 쟁점들을 제기하는 주장들이라는 얘기다.
정진석 대통령 비서실장도 이날 “경호처의 제1 경호대상은 현재도 윤석열 대통령”이라고 강조했다. 정부 고위 관계자는 “최 대행이 공수처의 요청을 수용해도 경호처가 받아들이지 않을 것”이라며 “각 기관이 이해관계에 따라 다른 입장을 취하는 아노미적 상황에서 결단하긴 어려울 것”이라고 말했다. 국민의힘의 한 친윤계 의원은 “최 대행도 두 번 연속 여당과 지지층을 등지는 결정하는 것에는 작지 않은 정치적 부담을 느낄 것”이라고 말했다.
대통령실은 지난 3일 윤 대통령의 관저 내·외곽 경호를 맡는 경찰 소속 101·202경비단과 수도방위사령부 소속 55경비단 측이 공수처에 길을 터준 것에 대해 “항명으로 책임을 물어야 한다”고 했다. 대통령실 고위 관계자는 “군과 경찰이 최 대행의 경호 협조 요청에 응하지 않았다”고 말했다.
하지만 최 대행 측의 협조 요청을 전달받았다는 경찰청 입장은 달랐다. 최 대행이 경호처에 협조 지시를 한 것이 아니라 “경호처와 협의하라”는 요청이었고, 법에 따라 판단해 철수해 항명이 아니라는 것이다. 기재부는 경찰의 해명에 대해 “따로 드릴 말씀은 없다”고 했다.
야당에선 윤 대통령의 체포영장 집행 불응의 책임을 최 대행에게 돌리고 있어, 최 대행이 이런 기조를 유지할 수 있을지는 미지수다. 박찬대 더불어민주당 원내대표는 5일 “최 대행이 내란 공범이 아니라면 신속하게 경호처를 진압해야 한다”고 경고했다. 국민의힘 관계자는 “여당도 최 대행의 누구 편에 섰는지 정확히 몰라, 솔직히 혼란스럽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