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설 초∙중∙고보다 못하다"…서강대, 13년 만에 등록금 인상

서강대 캠퍼스 전경. 서강대학교 홈페이지

서강대 캠퍼스 전경. 서강대학교 홈페이지

서강대가 2025학년도 대학 등록금을 인상하기로 결정했다. 서울 주요 대학 중 서강대가 처음으로 등록금 인상을 결정함에 따라 다른 대학으로도 이런 인상 움직임이 합류할지 귀추가 주목된다.

3일 서강대에 따르면 대학은 지난달 26일 등록금심의위원회를 열고 학부 등록금을 4.85% 올리는 안을 의결했다. 서강대가 등록금을 인상하는 건 13년 만이다. 서강대 관계자는 “올해 대학 등록금을 인상하기로 결정한 것이 맞다”고 전했다.

한 교직원위원은 “계속된 등록금 동결로 인해 대학 시설 수준이 초·중·고등학교나 일반 가정집 수준보다도 못하다”며 “이는 지난 10여년간 등록금 동결로 인해 벌어진 상황”이라고 주장했다.

2025학년도 대학 등록금 인상 법정한도는 5.49%다. 고물가 시대에 발맞춰 등록금을 최대 5.49%까지 올릴 수 있다는 뜻이다. 현행 고등교육법은 직전 3개 연도 평균 소비자 물가상승률의 1.5배를 초과하지 않는 범위 내에서 등록금을 인상할 수 있다고 규정하고 있다.

그러나 많은 대학이 교육 당국의 동결 압박 속 법정 한도까지 등록금을 올리지 못했다. 교육부가 2012년부터 등록금을 동결하거나 인하, 교내장학금을 유지·확충하는 대학에만 국가장학금 Ⅱ 유형을 지원하는 등 간접 규제를 시행했기 때문이다.


교육 당국의 동결 압박이 계속되자 10년 넘게 등록금을 인상하지 못한 대학들은 재정난을 호소해 왔다.

학령인구 감소로 어려움을 겪고 있는 지방 국립대와 사립대는 물론, 서울 주요 대학에서도 국제 경쟁력을 높이고 학생들의 수업 질 향상을 위해서라도 더는 등록금을 동결하는 건 어렵다는 것이다.

서강대는 이번 등록금 인상으로 국가장학금을 받던 학생이 피해를 보지 않도록 이들의 장학금을 보전해 주기로 한 것으로 알려졌다. 등록금 추가 인상분은 장학금으로 54%를 보전하고 시설 개선에 26%, 교원 확충과 우수 교원 확보에 20% 등을 사용한다는 계획이다.

서강대가 등록금 인상을 결정하면서 다른 대학교들도 합류할 가능성이 더 커졌다.  

교육부가 대학들의 재정적 어려움을 고려해 올해는 교내장학금을 전년 대비 90% 이상 지원하는 경우에도 국가장학금 Ⅱ 유형을 지원하겠다며 규제 완화책을 내놓고, 이주호 부총리 겸 교육부 장관도 동결을 호소했지만, 역부족인 모습이다.

한 서울 주요 대학 총장은 “올해는 무슨 일이 있어도 등록금을 올리는 것을 원칙으로 끝까지 노력할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