독 없고 온순…재물 지켜주는 집안 수호신, 멸종위기종 된 이유

푸른 뱀의 해를 맞아 1월의 멸종위기 야생생물로 선정된 구렁이. 사진 국립생태원 멸종위기종복원센터

푸른 뱀의 해를 맞아 1월의 멸종위기 야생생물로 선정된 구렁이. 사진 국립생태원 멸종위기종복원센터

예로부터 인간에게 두려움을 주면서도 신비한 능력을 지닌 존재로 신성시됐던 동물이 있다. 한반도에 사는 가장 큰 뱀인 구렁이다. 조상들은 구렁이를 업(業)이라 부르며 집안의 부를 지켜주는 수호신으로 여겼다.     

2025년 을사년(乙巳年)은 ‘푸름 뱀의 해’다. 환경부는 을사년을 맞아 1월의 멸종위기 야생생물로 멸종위기 II급인 구렁이(Elaphe schrenckii)를 선정했다. 멸종위기 II급은 개체 수가 크게 줄어들고 있어 현재의 위협 요인이 제거되지 않으면 가까운 장래에 멸종 위기에 처할 우려가 있다는 뜻이다.

구렁이는 몸길이가 최대 2m에 달할 정도로 우리나라에 서식하는 파충류 중 가장 큰 종이다. 등의 색깔이 검은색, 암갈색, 황갈색 등 다양하다. 전 세계적으로 중국 중부와 북부, 러시아에 분포하고 있으며, 우리나라에는 제주도를 제외한 전국에 서식하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1년에 쥐 100마리 포식…재물 지키는 이로운 동물

푸른 뱀의 해를 맞아 1월의 멸종위기 야생생물로 선정된 구렁이. 사진 국립생태원 멸종위기종복원센터

푸른 뱀의 해를 맞아 1월의 멸종위기 야생생물로 선정된 구렁이. 사진 국립생태원 멸종위기종복원센터

1960년대 이전에만 해도 구렁이는 민가 주변에서 흔하게 볼 수 있었다. 당시 초가지붕이나 돌담은 구렁이의 훌륭한 은신처가 됐다. 구렁이는 공격적이지 않고 성질이 온순한 편이라 한 공간에 똬리를 틀면 움직이지 않고 오래 머문다고 한다. 

조상들은 재신(財神) 역할을 하는 구렁이가 나가면 집안이 망한다고 생각해 쫓아내지 않았다. 오히려 곳간에 모아둔 곡식을 거덜 내고 병을 전파하는 쥐를 잡아먹는 이로운 동물로 여겼다. 실제로 구렁이는 쥐를 1년에 100마리씩 먹는 것으로 알려졌다.


하지만, 1960년대 들어 구렁이 개체 수는 급감하기 시작했다. 서식지가 점차 파괴되고, 로드킬(찻길 사고)로 인한 피해도 늘었다. 또, 그릇된 보신 문화로 인해 무분별한 밀렵의 희생양이 되면서 결국 멸종위기에 몰렸다.

이에 환경부는 구렁이를 2005년 멸종위기 야생동·식물 I급으로 지정했고, 2012년 이후부터 멸종위기 II급으로 분류해 보호하고 있다. 환경부는 “구렁이를 허가 없이 포획·채취·훼손하거나 죽이는 경우 3년 이하의 징역 또는 300만 원 이상 3000만 원 이하의 벌금에 처해질 수 있다”고 했다.

독 없고 온순…체온 높여 알 품는다

푸른 뱀의 해를 맞아 1월의 멸종위기 야생생물로 선정된 구렁이. 사진 국립생태원 멸종위기종복원센터

푸른 뱀의 해를 맞아 1월의 멸종위기 야생생물로 선정된 구렁이. 사진 국립생태원 멸종위기종복원센터

구렁이는 큰 몸집에 비해 온순하며 독이 없다. 눈이 어두운 편이어서 주로 후각이나 온도를 감지해 먹이를 찾는다. 주로 개구리나 쥐, 새 등 작은 동물을 잡아먹는데, 사냥할 때도 먹이를 서서히 옥죈 후에 천천히 먹는다고 한다.

구렁이의 또 다른 특징은 모성애다. 많은 뱀이 자신의 알을 낳은 직후에 다른 곳으로 떠나는 것과 달리 구렁이는 알이 부화하기까지 두 달 동안 포란하는 습성을 갖고 있다. 

냉혈동물(변온동물)인 뱀은 스스로 체온 조절을 못 하는 대신 외부 환경에 따라 체온이 변한다. 이에 일광욕으로 몸의 체온을 높이고 자신이 낳은 알을 품어 부화할 때까지 따뜻하게 유지해준다. 전 세계에는 3000여 종의 뱀 중에서 구렁이처럼 모성애를 지닌 뱀은 0.3% 정도로 극히 드물다고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