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떼죽음 계속…사기도 떨어져"
사상자가 속출하자 북한이 고위 장교를 파견해 원인 조사에 나섰다는 보도도 나왔다. 지난 2일 우크라이나 매체 '이보케이션 인포'는 "북한 인민군 고위급 장교가 지난해 12월 27일 쿠르스크의 러시아군 기지를 방문했다"며 "최근 북한군의 대규모 사상을 조사하기 위한 목적"이라고 보도했다. 같은 날 우크라이나 국방부 정보총국은 "북한군 병사의 사기가 떨어졌고, 과음 사례도 나온다"고도 밝혔다.
쿠르스크에 파견됐던 북한군 1만 1000명 중 3분의 1에 가까운 "3000명이 죽거나 다쳤다"(젤렌스키 대통령)는 주장이 나오는 가운데 전황이 갈수록 우크라이나에 불리하게 돌아가고 있다는 지적도 나온다. 우크라이나는 최근 러시아의 반격에 밀려 지난해 8월 기습 점령했던 쿠르스크의 40% 이상을 다시 뺏겼다. 블룸버그 통신은 지난달 28일(현지시간) 미국 당국자들을 인용해 "현재 우크라이나가 쿠르스크의 절반을 상실했고, 몇 달 내 나머지 영토도 잃을 수 있다"고 보도했다.
이와 관련, 한 정부 소식통은 "김정은 입장에선 사상자가 더 많이 나올수록 푸틴에게 내밀 청구서가 늘어나는 셈"이라며 "확실한 공을 세우기 위해 연초에 추가 파병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고 말했다. 오는 20일 취임하는 트럼프가 종전 로드맵을 본격 가동하기 전에 푸틴에게 확실한 승기를 안겨주기 위해 김정은이 보다 큰 희생도 감수할 수 있다는 관측이다.
직격타 맞고도 손 놓은 韓
이와 관련, 엄구호 한양대 러시아학과 교수는 "전쟁이 끝나더라도 북·러 협력은 장기 지속될 가능성이 있다"며 "한국이 북·러 군사 협력에 그나마 영향을 미칠 수 있는 타이밍을 놓쳐선 안 된다"고 말했다. 이어 "북한군 파병 이후 사실상 막혀버린 한·러 간의 소통부터 다시 여는 게 급선무"라고 말했다.
트럼프 귀환…반러 구심점 약화 우려
다만 트럼프의 종전 시나리오가 푸틴과 김정은이 원하는대로 흘러가진 않을 거란 전망도 있다. 박원곤 이화여대 북한학과 교수는 "러시아가 애초에 북한군 파병을 받았다는 사실 자체가 그만큼 전쟁 수행 능력이 이미 약화됐다는 방증"이라며 "전쟁을 끝내려는 트럼프의 압박 앞에 푸틴도 일정 부분 양보를 할 수밖에 없을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 "러시아의 대북 첨단기술 이전도 향후 북한의 협상력을 높일 수 있기 때문에 트럼프는 용인하기 어려울 것"이라고 내다봤다.
한편 전장에서 북한군이 추가로 생포될 경우 보편적 인권 측면에서 한국행 유도 등 대응 조치가 기민하게 이뤄져야 하는데, 정부가 이에 제대로 대비하고 있느냐는 지적도 제기된다. 앞서 지난해 12월 26일 최초로 생포된 북한군은 하루 만에 사망했다고 국정원은 밝혔다. 당시 국정원은 관련 사실을 확인하며 "후속 상황을 면밀히 점검할 예정"이라고만 밝혔다. 그러나 비슷한 사례가 또 발생할 경우 이들을 전쟁 포로 혹은 용병으로 봐야 할지 등 법적 지위에 대한 논란이 분분하다.
전문가들은 생포된 북한군이 명확하게 한국으로 귀순 의사를 밝힌다면 국제법에 따라 북한이 아닌 한국으로 보내는 게 가능하다고 본다. 그러나 앞서 젤렌스키 대통령은 "북한군 병력을 우크라이나인과 교환할 준비가 돼 있다"(지난해 10월, KBS 인터뷰)고 밝혀 북한군의 한국 송환 가능성에 회의적 시각을 밝힌 거란 해석이 나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