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장 폐쇄에, 하이퍼루프 강재도 개발하지만 "中 덤핑부터 잡아달라"

현대제철 냉연강판. 연합뉴스

현대제철 냉연강판. 연합뉴스

지난해 고전한 한국 철강 산업이 올해도 ‘효율화’ 숙제를 안았다. 건설 경기가 침체에 빠진 가운데 중국산 저가 철강재와 경쟁해야 하는 상황이 올해도 지속되는 데다 미국의 보호무역 정책은 더 강화할 전망이라서다. 철강업계는 생산성이 낮은 공장은 멈춰 효율화하고, 고부가가치 제품 개발 및 생산에 주력해 위기를 돌파해 나간다는 계획이다.

 

중국 철강 과잉공급에 속수무책

5일 무역·철강업계에 따르면, 중국의 ‘밀어내기식 수출’은 이제 한국 철강 산업을 위협하는 상수가 됐다. 중국이 자국 건설 부동산 경기 침체로 남아도는 철강을 싼값에 해외로 수출하는 흐름을 멈출 것 같지 않기 때문이다. 파이낸셜타임스(FT)는 중국의 철강 컨설팅 회사 마이스틸 자료를 인용해 중국의 지난해 철강 수출량이 1억톤(t)을 넘어서 2016년 이후 8년 만에 최대치가 될 거라고 보도했다. 중국 철강 제품 가격은 미국·유럽연합 또는 다른 아시아 국가 대비 10~20% 저렴한 수준으로 알려져 있다. 여기에 국내 건설 경기 침체가 겹치면서 지난 3분기 포스코와 현대제철의 실적은 크게 악화했다. 포스코는 3분기에 전년 동기 대비 영업이익(4380억원)이 39.8% 줄었고 현대제철은 77.5% 급감한 515억원을 기록했다. 

미국 펜실베이니아주 클레어튼의 US스틸 공장 전경. AP=연합뉴스

미국 펜실베이니아주 클레어튼의 US스틸 공장 전경. AP=연합뉴스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 당선인의 취임(20일) 이후 더 강화될 미국의 보호 무역주의도 관건이다. 트럼프 집권 1기 때인 2018년 미국의 철강 쿼터(무관세 수입량) 제한 조치로 국내 철강 업체들은 큰 타격을 입었다. 자국 철강 산업을 지켜야 한다는 여론을 의식해 바이든 정부가 일본제철의 US스틸 인수를 불허한 데 대해 한국 철강 업계가 긍정적 영향을 제한적으로 보는 이유다.

 
한 철강업계 관계자는 “미국은 고가 철강재가 팔리는 시장이어서 일본제철의 미국 시장 확대 저지는 한국 철강 업계에 긍정적일 수는 있다”면서도 “다만 현재 한국산 철강 쿼터 등을 고려할 때 실제 한국에 늘어날 수 있는 물량을 따져봐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다른 철강업계 관계자는 “이달 트럼프 대통령 취임 이후 변화를 지켜봐야 한다”며 “US스틸 인수 여부에 관계없이 미국의 통상장벽이 높아질 수 있다”고 예상했다. 


'하이퍼루프' 등 미래 먹거리 제품 개발 공급 

경북 포항 포스코 포항제철소 1선재공장에서 제품이 생산되고 있던 모습. 지난해 11월 포스코는 45년 9개월간 가동했던 이 공장을 폐쇄했다. 사진 포스코

경북 포항 포스코 포항제철소 1선재공장에서 제품이 생산되고 있던 모습. 지난해 11월 포스코는 45년 9개월간 가동했던 이 공장을 폐쇄했다. 사진 포스코

철강 업계는 몸집을 줄여 효율화하는 동시에 중국 저가 제품 견제에 나서고 있다. 포스코는 지난해 7월 경북 포항의 1제강공장 폐쇄에 이어 지난해 11월 1선재공장도 폐쇄했다. 현대제철은 밀려드는 외국산 저가 제품에 대해 반(反)덤핑 제소에 나섰다. 지난해 7월 산업통상자원부 무역위원회에 중국산 후판 반덤핑 조사를 신청한 데 이어 12월에는 중국산·일본산 열연강판 반덤핑 조사도 신청했다.

가격 경쟁력이 높은 고부가제품 개발 및 생산으로 업황 위기를 타개하려는 노력도 계속 한다. 포스코는 하이퍼루프 전용 강재와 해상풍력발전용 하부구조물용 후판 등 고부가가치 철강 제품 생산에 주력한다. 진공 상태 튜브에서 초고속으로 운행하는 열차인 하이퍼루프 도입으로 철강재 신수요가 늘어나는 만큼 이 수요를 선점하겠다는 것이다. 상업용 하이퍼루프 튜브용 강재는 1㎞당 약 2000톤이 소요되는데, 2050년까지 유럽에만 총 2만5000㎞에 달하는 하이퍼루프 건설이 전망된다. 포스코는 지난해 9월 세계 최초로 유럽 하이퍼루프 센터 시험 노선에 전용 강재를 공급하기로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