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반려견유치원보다 싸다"…사립대 총장 53% “올해 등록금 인상”

대학 등록금 고지서. 사진 연합뉴스TV 캡처

대학 등록금 고지서. 사진 연합뉴스TV 캡처

사립대 총장 절반 이상이 올해 학부 등록금을 올릴 계획이라고 밝혔다. 서울권 대학을 중심으로 인상 움직임이 본격화하는 가운데 동참하는 대학들이 더 늘어날 것으로 보인다. 

한국사립대학총장협의회(사총협)는 7일 회원교 152개 대학 총장을 대상으로 한 설문 결과를 발표했다. 올해 대학 등록금 인상 여부에 대해 설문에 참여한 총장 90명 중 48명(53.3%)이 “인상할 계획”이라고 밝혔으며, 38명(42.2%)은 “논의 중”이라고 했다. “동결할 것”이라고 답한 총장은 4명(4.4%)뿐이었으며, “인하할 계획”이라고 한 총장은 한 명도 없었다. 

설문은 지난해 11월 중 온·오프라인을 통해 진행됐다. 사총협 관계자는 “최근 등록금 인상 논의가 더 활발하게 진행되고 있는데, 지금 설문을 다시 한다면 과반이 아니라 거의 모든 총장들이 ‘인상할 계획’이라고 답할 것”이라고 했다. 

박경민 기자

박경민 기자

등록금 인상을 통해 확보한 재정은 ‘우수 교수 유치 및 직원 채용’에 써야 한다고 응답한 총장들(28명, 31%)이 가장 많았다. 최근 등록금 인상을 결정한 서강대의 한 등록금심의위원회 위원은 “현재 기업에서 근무 중인 인공지능(AI) 분야 전문가를 교원으로 초빙하려 했으나 큰 임금 차이로 고사한 사례가 있다”고 밝혔다.  

2009년부터 근 17년간 정부의 등록금 동결 기조가 이어져 왔지만, 올해는 서울 소재 대형 종합대들의 이탈 움직임이 이어지고 있다. 서강대와 국민대가 올해 등록금을 각각 4.85%, 4.97% 인상하기로 했고, 고려대·연세대 등 주요 사립대도 인상안을 검토 중이다. 


대학가에선 “서울 소재 대학의 등록금 인상은 의미가 다르다”는 이야기가 나온다. 정부의 동결 기조에도 불구하고 2023년 17개교, 2024년 26개교가 등록금을 인상했다. 하지만 대부분 비수도권의 소규모 대학들이었다. 

경기도의 한 사립대 총장은 “서울 사립대들이 등록금을 인상하는데, 상황이 어려운 지역 대학들은 당연히 따라가지 않겠냐”고 반문하면서 “지방 국립대들도 등록금 인상 이야기가 나오는 만큼, 정부가 더 이상 틀어막기 어려울 것”이라고 말했다. 8일 오후 서울대를 제외한 9개 지역거점국립대 총장들은 오석환 교육부 차관과 화상 회의를 통해 등록금 인상 문제를 논의할 예정이다.

사총협 측은 “기숙형 재수학원의 연간 교육비는 3780만원으로 사립대 등록금의 7.8배이고, 서울시내 반려견 유치원의 월 평균 비용도 60~90만원으로 사립대 월평균 등록금과 비교하면 1~1.5배 수준”이라며 “사립대 등록금 수준이 서울 시내 반려견 유치원 비용보다 못한 상황”이라고 지적했다. 

황인성 사총협 사무처장은 “주요 선진국에서도 고등교육 질을 유지하기 위해 영국은 3.03%, 미국은 5.2%, 일본은 도쿄대 등이 최대 20% 인상할 계획으로 조사됐다”며 “작년까지 16년째 등록금을 동결한 상황에서 이제는 인상이 불가피한 만큼, 정부는 각종 규제로 사실상 막아 왔던 등록금 인상을 허용하고 대학의 자율성을 보장해줘야 한다”고 주장했다.